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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오일 캐치 캔, 혹은 에어 오일 세퍼레이터 DIY(2/2) – 코 풀어!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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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캐치 캔 DIY 시리즈>
2019/08/23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86 오일 캐치 캔, 혹은 에어 오일 세퍼레이터 DIY(1/2) – 코 풀어! 흥!

2019/08/23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86 오일 캐치 캔, 혹은 에어 오일 세퍼레이터 DIY(2/2) – 코 풀어! 흥!

 

 + 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분량 조절 실패로... 바로 이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으흫흐흐흫 ㅠㅠ

 

86 오일 캐치 캔, 혹은 에어 오일 세퍼레이터 DIY(2/2) – 코 풀어! !86 Oil Catch Can a.k.a. Air Oil Separator DIY – Blow! Not engine, but oil

 

7. 설치에 필요한 공구들

 

준비가 너무나도 길었다. 이제 간단하게 공구들을 소개하고 본격 설치에 돌입해보도록 하자. 

-       라쳇 소켓 렌치 발명한 사람 축복받아라 진짜
-       6각 스패너 소켓 헤드(롱타입: 17mm or 19mm/숏타입: 6mm, 8mm, 10mm, 12mm, 14mm)
-       소켓 렌치 연장 봉 or 키트(30cm 정도)
-       +/- 드라이버
-       가위
-       테플론 테이프

뭔가제가 처음 DIY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공구가 많이 럭셔리해진 것 같아 매우 감개무량하다.

아 한 마디를 덧붙여야 할 듯 하다. 여기에 나열한 공구들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으로 설치가 진행됐을 경우에 필요한 것들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설치도 있냐

만약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엔 부품을 새로 사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하자…. 저는 다행히 좋은 장비를 지닌 귀인을 알게 되어 다음과 같은 공구들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었다.

-       드릴 이쯤 되면 DIY라고 하기 좀 애매해 지는데

용도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알아보도록 하자. 웬만하면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는게 좋다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8. 설치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줄 알았으나

 

소소한 난관은 조금이나마 있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됐다.

제가 삽질 커스터마이징의 모티브로 삼은 제품은 앞서 언급했던 크로포드Crawford의 에어 오일 세퍼레이터이므로 우선 4개의 니플을 가진 모습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구멍이 4개인 오일 캐치 캔을 구매한 것. 일단 모든 니플과 부착물을 떼어낸 다음 밑작업에 들어갔다.

 

* 나사산에 테플론 테이프를 감고 단단히 조여주자

나사산에 테플론 테이프를 잘 감아준 다음 꽉 조여주도록 하자

제가 배관 분야의 지식이 없는지라 모르고 있었는데, 액체나 공기가 흐르는 배관의 부속을 조립할 때 밀봉과 굳은 결착을 위해 나사산에 무언가를 감거나 발라주는 것이 상식인 모양이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접착의 신 록타이트의 제품이나 테플론 테이프인 모양인데다행히 제가 구매한 오일 캐치 캔에는 부속으로 테플론 테이프가 들어있었다. 감사한 갓대륙

여기저기 찾아보니 약간의 요령이 있어 그 내용을 적어본다. 

-       나사산 첫 줄에는 테이프를 감지 않는다. 첫 나사산은 부드럽게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       적당량 감아야 한다. 너무 많이 감으면 나사산이 묻히고, 적게 감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아니 대체 적당히가 얼마야

-       나사산의 범위를 넘어 나풀거리는 테이프 자락이 없도록 잘 마무리한다. 나사산 밖은 배관 안에 직접 노출되는데, 잘못하면 그 안에 테이프 조각이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눈물을 흘릴 일이 벌어질 것이다 

테이프를 잘 감아줬다면 이제 각각의 포트에 니플을 결합시키고 단단하게 조여줄 차례다. 엔진룸 오일 샤워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잘 조여주도록 하자. 하지만 캐치 캔과 니플 모두가 알루미늄 재질이므로 한계를 넘어서는 토크로 조이면 나사산이 뭉개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아니 어쩌라는 거야 대체

 

* 위치를 잡아 거치대를 설치하자

마운트의 위치를 조절한 다음 이렇게 달아주었다

오일 캐치 캔을 엔진룸 안에 거치하기 위해 나름 머리를 많이 썼다. 전용으로 브라켓이 나오는 제품들은 다들 가격이 흉악하기 때문에 엄두가그렇다고 해서 브라켓을 따로 팔지도 않는 모양이다. 열심히 알리 익스프레스와 이베이를 뒤져본 결과이니 현재 시점에서는 믿어도 좋다.

그런 연유로 저는 브라켓을 자작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선반이나 톱 같은 공구도 없을 뿐더러 이를 다룰 수 있는 지식도 없으므로 기성품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브라켓이 있긴 했지만 나사못으로 철판을 뚫어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저는 차체에 구멍을 뚫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고, 그래서 브라켓Bracket과 홀더Holder 두 개의 검색어로 꽤 많은 검색을 거친 후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가 떠올린 해결안을 소개한다.

 

좌측부터 브라켓, 마운트, 그리고 볼트

-       연료 펌프 브라켓: 과급기를 추가한 튜닝카나 경기용 차 등, 엔진룸 등 다른 장소에 추가 연료 펌프를 장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외장 브라켓이다. 제가 구매한 오일 캐치 캔의 지름이 𝟇62.5mm 정도이므로 𝟇60mm 규격의 것을 구매했다

-       모터사이클 사이드 미러 마운트: 브라켓이 자기 혼자 붙어 있을 리는 만무하니 고정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마침 엔진룸에 굵고 실한 스트럿 브레이스가 있으니 이걸 활용하기로 했다

-       볼트: 모터사이클 사이드 미러 마운트는 원래 사이드 미러를 꽂기 위해 있는 거다. 당연하다 여기에 브라켓을 고정시키려면 딱 맞는 볼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 그럭저럭 모양이 잡히긴 했는데 이거구멍이 작아서 볼트가 안 들어간다. 여기서 위에 언급한 드릴을 동원해 구멍을 넓혀주었다. 이렇게 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드릴로 열심히 돌려서 구멍을 뚫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인데, 그냥 사이즈 적당히 측정해서 선반 집에 맞춤 브라켓을 제작 의뢰 할 걸 그랬다. 천잰데?

 

* 배관을 어찌할 것인가

크로포드의 AOS 언박싱과 설치 동영상

배관은 모티브로 삼은 제품의 설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다. 좀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겠는데, 크로포드의 AOS는 설명서나 동영상을 아무리 살펴봐도 In & Out 표기가 없어서 그냥 적당히 감으로 때려 맞추는 수 밖에 없었다. 저는 설치 영상을 보고 열심히 짱구를 굴려 이렇게 배관을 구상해 봤다. 비웃지 마라 

-       ①오일 드레인 니플 PVC밸브: 모은 오일을 다시 오일 팬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아래로 흘려야 하지 않겠는가? 액체는 아래로 흐르니까. 크로포드의 AOS의 맨 아래 니플은 PVC밸브로 연결된다. 그걸 그대로 따라했다

-       ②Out 니플 인테이크 매니폴드: 크로포드 AOS의 맨 위쪽 니플은 인테이크 매니폴드로 연결된다. 가장 아래 있는 니플이 오일을 흘려준다면, 가장 위의 니플은 걸러진 공기가 나가는 곳이 아닐까? 라는 것이 제 가정이었다. 오일 캐치 캔에 떡 하니 Out이라고 적혀 있으니 여기서 공기가 나가는 것일 테고, 크로포드 AOS에 대입하면 인테이크 매니폴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       ③In 니플1 CCV니플 / ④In 니플2 흡기 호스: 이제 남은 포트가 2개이므로, 남은 두 곳과 연결해주기로 한다. 크로포드 애들도 대충 그렇게 하는 것 보니 맞겠지 뭐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언급하는데, 뒤의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거 틀린 배관도. 이 때는 그저 크로포드 AOS를 따라 배관을 짰던 것이라 연결된 부위만 흉내 냈다고 보면 되겠다.

 

* 실리콘 호스로 배관하자

이제 드디어 설치로 돌아갈 시간이다. 저는 이 날 실리콘 호스를 처음 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아름답습니다 굵고 튼튼하며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설치미술 하는 사람 마냥 상당한 고민 끝에 겨우 호스가 접히거나 엉키지 않게 배관을 마칠 수 있었다.

연결할 곳이 정해졌다면 배관의 연결 자체는 어렵지 않다. 호스에 클램프를 끼고, 니플에 호스를 꽂아, 클램프를 조이고,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 물론 렌치질을 해야 하는 위치가 상당히 난해한 위치이긴 하지만, 약간의 기술과 잔머리, 그리고 충분한 장비가 있다면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돈으로 해결하면 훨씬 쉽다 가장 큰 난관은 CCV 니플이 저쪼 아래 에어컨 컴프레셔 밑에 있다는 건데, 이건 근육통을 유발할 정도의 완력을 동원하고 상당한 귀찮음을 감수한다면 해결되는 부분이다.

CCV 니플을 보기 위해 난장판...아 아니, 에어컨 컴프레셔를 분리한 모습. 오른쪽의 약간 가는 호스가 물려있는 것이 CCV 니플이다

아주 하찮은 미립자 팁이 하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호스를 니플에 결합할 때 그 고무질의 끈적한 표면으로 말미암아 니플에 껴 넣는게 매우 힘들다. 뭐 힘을 많이 쓴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호스 하나 껴 넣고 헉헉대며 스스로가 한심해 지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어디선가 누유된 엔진 오일을 조금 찍어서 니플이나 호스 안쪽에 발라보자. 작업이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이 때만 해도 끝난 줄 알았지...

이렇게 설치는 무사히 마친 듯 했다. 이제 시동을 걸어보자.

 

 

9. 실패: 배관, 또 배관

 

제목을 이렇게 쓰긴 싫었지만 어쩌겠는가. 실패했는데

시동을 걸면 ECU가 바뀐 호흡기를 테스트 하느라 아이들 RPM20초 간격으로 계속 바꾸는데, 이 학습은 보통 길어야 10분 정도면 끝난다. 그런데 20분을 넘게 시동을 켜 놔도 아이들RPM이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평균적으로 700-800RPM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 1,200-1,300RPM 정도 한다. 그리고 그걸 태평하게 바라보고 있는 저 그래도 무슨 에러 코드 같은 건 뜨지 않길래 뭐 그냥 라우팅이 길어져서 그런갑다 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 RPM이 1,300을 넘어섰다. 엔진 경고등에 크루즈컨트롤 경고등까지 아주 난리가 났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는 도중 처음에는 괜찮더니 한 4-5km 정도 주행하니 엔진 경고등이 뜨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놀래서 토크 앱을 보니 P0507이라는 생전 보도 못한 에러 코드가 떠있다. 그래도 시동은 꺼지지 않았고 가끔 RPM2,000-2,500정도로 튀는 것 악셀을 안 밟아도 막 튀어나간다 우와! 외에는 별 이상이 없었기에 뭐라고요? 기왕 나온 거 밥을 먹으러 갔다.

이게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지라 진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밥을 먹고 대충 귀가하여 지하주차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포..포풍 검색으로 에러 코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 P0507 에러 코드에 대한 설명https://www.obd-codes.com/p0507 

요약하면 연소계 내의 압력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흡기 라인의 어딘가가 샌다거나 PCV-CCV 라인의 어딘가에서 공기가 유입되거나 하여 과급된 공기로 인해 연소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아이들 RPM이 올라가는 증상이라고 한다. 이거 나름 과급 아니냐?

아 그러면 제가 설치하는 동안 흡기 라인을 건드렸다는 얘긴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단순한 결론이지만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던 지라 일단 흡기 라인 자체를 분리해서 다시 설치해보기로 했는데 결과는 뭐여전히 1,300의 아이들링 RPM을 보며 망연자실 할 뿐이었다.

거의 7-8시간동안 이 작업에 매달려 있었던 지라 너무나도 피곤한 나머지 더 이상 생각할 힘이 없었다. 일단은 철수해서 PCV-CCV 라인을 연결하는 꿈을 꾸는 별 괴이한 경험을 하다가 잠에서 깬 것이 아침 8. 마침 휴일이라 침대 속에서 더 삐대고 싶었지만 마음이 오죽 급해야지….

전날의 경황을 복기해보고 저는 네 가지 가설을 세웠다.

 

가설1) 흡기 라인이 잘못 연결되거나 헐거워져 공기가 새어 들어갔다

비몽사몽간이긴 했지만, 어제 저녁 마지막 발악과도 같았던 흡기 라인 분해 조립의 결과 이 부분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후 배관을 바꿀 때도 이 부분은 계속 확인하고 있었기에 일단은 의심 대상에서 제외.

 

가설2) AOS처럼 생긴 무언가의 배관이 샌다

흡기 라인에서 공기가 새는 것이 아니라면 배관의 연결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안 그래도 의심 가는 부분이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PCV 밸브 연결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CCV 니플 연결 부분이었다.

CCV 니플 부분은 매우 빡빡하여 조립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고, 공간도 부족하며 귀찮기도 하여 설마 빠지겠어 하는 귀찮음마음에 클램프를 장착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새거나 호스가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한숨을 푹 쉬고 크랭크 풀리를 밀고 드라이브 벨트를 풀어 에어컨 컴프레셔를 떼어낸 후 CCV 니플을 보니 너무나도 단단하게 잘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런 시발 기왕 여기까지 풀어냈기에 다시 한숨을 푹 쉬고 클램프를 추가한 후 원래대로 조립했다.

보시다시피 인정사정 없이 조여주는 구조의 클램프다

PCV 밸브 니플은 전술했듯 AN-8 규격이며, 이는 인치법과 미터법으로 환산시 각각 7/16”11.1mm. 호스는 AN-10 규격으로 1/2” 혹은 12.7mm로 약 1.7mm의 차이가 나는데 저는 클램프를 단단히 죄었으니 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조여 놓고 봤을 때도 빈틈은 없었고.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이런 걸 준비했다.

검은 쪽이 1/2", 동으로 된 쪽이 3/8" 규격이다. 호스 직경에서 보다시피 가시적인 차이가 난다

저는 뭔가를 할 때 마음의 평안을 위해 약간의 마진을 두는 지라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이 해괴하게 생긴 끔찍한 혼종 급조 어댑터도 만약을 위해 구매해 둔 암Female 파이프 피팅을 사용해 만들었다. 내경 3/8” 크기의 호스는 얼마 전 흡기 매니폴드 연장 블럭Billet Power Block을 장착할 때 호스 연장 용으로 포함되어 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여 3/8” 구간을 연결하기로 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한 클램프를 죄느라 투닥거리고 나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시동을 켰으나, 역시 저를 맞이하는 것은 1,300RPM의 아이들링 뿐. 이것도 아닌가?

호스 내경이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설3) 스로틀의 위치에 문제가 있다

이제 배관이 새는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마치 여러분이 스키니 진을 입은 것 마냥 클램프 사이로 호스의 살이 봉긋 솟아오를 정도로 조여 놨으니 니플이 부서지지 않는다면 딱히 공기가 새어 들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호스 자체도 새것에 눈에 띄는 외상은 없고, 실리콘이나 고무 특성상 미세한 구멍 정도야 자기들 살이 부벼지면서(?) 막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면 제가 흡기 라인을 다시 설치하는 와중에 스로틀 위치를 건드린 걸까? 얼핏 본 거지만 스로틀이 조금 열려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로틀 위치를 다시 조정해 봐야겠다.

스로틀 위치를 공장 출고 상태로 초기화하는 것은 ECU 초기화와 같은 프로세스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프로세스를 첨부한다.

 

* ECU & 스로틀 초기화 방법

-       사전 준비: ECU를 초기화하고 스로틀 위치를 조정하는 상황에서는 가급적이면 전기적 부하가 걸리는 것을 피하는게 좋으므로 미리 전자장비 관련된 준비를 해두자. 예컨대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는 등의 작업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육수를 좍좍 뽑는 불쾌한 경험을 피하고 싶다면 이를 명심하라

-       배터리 분리: 음극(-) 단자를 배터리에서 분리한다. 차체도 철이기 때문에 닿지 않도록 떼놔야 하는데, 양극 커버를 이용해서 걸쳐놓으면 좀 편하다

-       방치: 이론상으로는 ECU 보조 배터리가 방전되는 2-3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대부분의 DIY 관련 사이트에서는 약 10분 가량을 권장하고 있다.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하자

-       배터리 연결: 슬슬 ECU가 깨끗해 졌을 것이므로 다시 전원을 연결해주도록 한다. 감전되지 않도록 조심하자

-       전원 ON: 키를 돌려 On 위치에 두거나 Start/Stop 버튼을 2번 눌러 전원만 켜자. 절대 시동을 걸면 안된다!

-       대기: 사전 준비 단계에서 얘기했듯, 가급적이면 전기적 부하를 최소화 해야 한다. 제 생각엔 그렇게 까지는 안해도 될 듯 하지만 ECU와 관련된 상황이므로, 튜너들은 으레 패시브로 돌아가는 장비들을 제외한 것은 건드리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어컨 작동 금지, 창문 작동 금지, 실내등 점화 금지, 문을 열지 말 것 등이 있다. 대기 시간은 스로틀이 자기 위치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2-3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       시동: 이제 시동을 걸자!

-       다시 대기: 그리고 한 10분 정도 다시 대기하자. 위와 마찬가지로 전자장비를 건드리거나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더불어 악셀링을 해서도 안된다. 이 시기는 ECU가 전체적인 흡/배기와 점화 타이밍을 점검하고 학습하는 시간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아이들 RPM20-30초에 한번씩 소폭 하락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       시동을 끄자: 아이들에 더 이상 변화가 없다면 시동을 다시 끄자. 그리고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시동을 켜고 2-3분 정도 지켜본 뒤 조심스레 시험 주행으로 별 다른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본다. ECU가 초기화 됐으므로 평소와는 주행 질감이 다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ECU가 학습하고 나면 괜찮아 질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RPM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가설4) 배관 설계가 애초에 잘못됐다

그렇다면 배관 자체를 아예 잘못 설계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아씨 그냥 처음부터 라인 다시 짤걸

저는 문외한이고 이 시기에는 달리 공부한 것이 없어서, 여기서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배관을 설계해보았다. 그리고 이는 모두 틀린 배관이다

참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다 아니라니

-       ①오일 드레인 → CCV 니플 / ②Out → 흡기 매니폴드 / ③In1 PCV밸브 / ④In2 → 흡기 호스

-       ①오일 드레인 → PCV밸브 / ②Out → 흡기 호스 / ③In1 CCV 니플 / ④In2 → 흡기 매니폴드

 

저도 안다 배관 이상한 거…. 이 당시 제 로직은 흡기 호스하고 연결되어 있으니 들어오는 공기인가? PCVCCV가 아래 있으니 저쪽으로 모인 오일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정도였기 때문에 거친 비난은 잠시 접어 두셨으면 한다.

얼핏 보셨다시피 이건 정상 작동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설계의 범용성을 찬미해야 하는 구조라결론은 실패였다.

저는 눈물을 머금고 배관을 다시 원상복구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도 풀었다 묶었다 했더니 원래대로 돌려놓는데 시간이 4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씁쓸하구만. 쓸데 없는 기술을 얻었다

 

 

10. 공부를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그냥 포기하기엔 그동안 들인 돈과 노력과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분명히 이걸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텐데? 더불어 너무 아는 것 없이 무작정 달려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참고차 유명한 브랜드 회사들에서 나오는 AOS와 오일 캐치 캔의 매뉴얼들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설계와 실험도 믿을 만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실사용 검증이 된 브랜드들의 물건이니 참고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참고했던 각 브랜드들의 AOS/오일 캐치 캔 중 특히 참고할만한 몇 가지를 추려 그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베루스의 AOS와 캠 플레이트(별매), 그리고 오일 드레인 시스템(별매)

 -       베루스 엔지니어링Verus Engineering/벨록스Velox: 순환 구조 AOS, 캠 플레이트에 오일 드레인 플러그 라우팅을 별도로 적용하여 걸러낸 불순물을 리턴 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며, 과급 시와 자연 흡기 상태에서의 배관 연결을 달리 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이걸 AOS와 별도로 판매하는데 심지어 캠 플레이트와 리턴 시스템도 별개다 PCV 밸브를 생략하는 것, 그리고 걸러낸 불순물 저장용의 공간Reservoir이 따로 없는 것 또한 특징적이다. 냉각수 배관을 연결하여 효율을 높였다 냉각수 배관 키트도 별도 판매다

https://www.verus-engineering.com/product-page/fr-s-brz-gt86-air-oil-separator

https://www.verus-engineering.com/product-page/fr-s-brz-gt86-aos-drain-kit

https://www.verus-engineering.com/product-page/zn6-rear-cam-block-kita

 

페린의 AOS와, 구조가 거의 비슷한 iAG의 AOS

-       페린Perrin: 순환 구조의 AOS, 본격 경기용 제품들에서 볼 수 있는 다중 챔버Chamber 구조를 지닌 매우 견고한 외관이 특징이다. 과급기 설치를 염두에 두고 2의 포트가 추가로 있는 총 오일 6포트 + 냉각수 2포트의 구성이다. 역시 고급 제품 답게 냉각 배관을 연결하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참고로 86용 제품은 나오지 않는다

https://www.perrin.com/shop/engine/air-oil-separator

 

라듐의 AOS(좌)와 듀얼 오일 캐치 캔(우)

-       라듐 엔지니어링Radium Engineering: 역시 순환 구조 AOS, 외형은 페린 제품의 염가판이라는 느낌이지만 가격은 염가가 아니다. PCV밸브를 제거하고 설치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대체용 배관을 별도로 제공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기존 호스를 사용하여 배관 할 수 있도록 하는 특이한 방식을 장려하고 있다. 역시 고급 제품으로 냉각 배관을 연결하여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라이트 유저를 위한 싱글 캐치 캔이나 경기용 차를 위한 듀얼 캐치 캔, 그리고 대기 방출형 캔도 구비하고 있다

http://www.radiumauto.com/Air-Oil-Separator-Return-AOS-R-Kit-FR-SBRZ86-P1234.aspx

http://www.radiumauto.com/Catch-Can-Kit-FR-SBRZ86-P374.aspx

 

제가 너무나도 달고 싶었던 간단한 구조의 크로포드 AOS

-       크로포드Crawford: 제가 이 짓거리를 시작하게 만든 원흉이다. 상기 3사의 AOS와 마찬가지로 PCV-CCV 두 순환계를 모두 포괄하며, 완전 폐쇄 구조로 되어있다. 타 브랜드들의 제품이 매뉴얼에서나마 In & Out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는데 비해 그 표기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서 빡치게 만든다 혼란을 준다. 설치 자체는 지금까지 나열한 제품들 중 가장 쉬운 Plug & Play 방식이다. 짐작컨대, 별도의 장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크로포드는 AOS 안에서 일종의 압력차를 발생시켜 순정 상태와 동일한 압력을 유지시켜주거나, 캔 안쪽을 양분하여 PCVCCV 두 개의 시스템을 나눠 담았을 가능성이 있다

https://crawfordperformance.com/collections/dual-chamber-v3-aos-kits/Toyota-GT86-2017

 

여담이지만, 제가 구매한 오일 캐치 캔은 라듐의 것과 거의 흡사했다. 베루스와 크로포드의 제품은 단면도가 없어 확실하진 않지만, 페린의 것과 같은 듀얼/다중 챔버 구조를 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여러 브랜드들 제품들을 비교분석하고 나서 약간의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 리턴 라인의 설계, 그리고 포기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리턴 라인을 어떻게든 만들어 넣고 있었다. 베루스는 아예 오일 리턴과 수익 창출을 위한 신규 부품을 만들었고, 페린의 경우에는 FA20F엔진에 존재하는 그리고 86에 쓰인 그 형제인 FA20D 엔진에서는 왠지 모르게 삭제된 오일 리턴 라인을 잘라 T커넥터를 삽입하여 새로운 라인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크로포드와 라듐의 것은 PCV 밸브를 통해 모인 오일을 다시 내려 보내는 구조다. 라듐과 베루스의 경우에는 이를 위해 아예 PCV 밸브를 생략해버리기도 한다.

순환식 AOS의 구축을 위해 리턴 라인을 꼭 넣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었다.

-       외부 리턴 시스템 장착: 정말 간단하게는 오일의 역류를 막아주는 밸브를 포함한, 더럽게 비싼 베루스의 캠 플레이트와 드레인 시스템을 구매하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그런데 그 가격의 총계가 거의 $100에 육박 하는지라 일단 보류

-       시스템 내 새로운 리턴 루트 삽입: 페린에서 취하고 있는 방식으로, 이미 구축되어 있는 오일 리턴 라인에 루트를 더하는 것이다. 다만 FA20D 엔진에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리턴 라인이 없다. 제가 못 찾은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두번째 방법을 고민하며 다른 루트가 있는지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갤리 플러그Galley Plug. 정확한 용도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만들어 두긴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엔진의 구멍으로 볼트 형태의 부품(=플러그)으로 막아 두어 엔진의 기밀 상태를 유지하는 부분을 말한다.

 

-       FT86Club에서 발견한 갤리 플러그 관련 스레드: https://www.ft86club.com/forums/showthread.php?t=125350

한마디로 말하면 엔진 직행 구멍이다

86에 사용된 FA20D 엔진에는 3의 갤리 플러그가 있는데, 그 중 2개는 사실상 사용 불가능한 위치에 있지만 나머지 1개는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매우 고무적인 사실은 이 글의 작성자도 다른 용도로의 사용은 불확실하지만 과급기 설치 시 오일 드레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상당히 오래 고민했다. 베루스의 오일 리턴 시스템은 이와 비슷하게 엔진으로 직접 오일을 내려 보내지만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밸브를 따로 쓰고 있다. 저는 아직 열어보지 않아서 저 부분의 규격이 어떤지도 모르고, 제가 압력 차에 의해 열고 닫히는 밸브를 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엔진은 그냥 용기로 건드려 보기에는 너무나도 비싼 부품이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부품이 있는지 어느 정도 찾아보다가 일단 이 부분은 단념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P0507 에러가 내부 압력의 문제인데 원인을 더 늘일 수는 없었다. 사실 엔진이 박살 날까 두려웠다

장고 끝에 내린 제 선택은 AOS에서 캐치 캔으로의 방향 전환이었다. 포기하면 편해

 

* PCV 밸브 제거

라듐과 베루스의 AOSPCV밸브를 제거하고 설치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저는 처음에 이게 호스 규격 통일과 라우팅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P0507 에러를 좀 더 공부하다 보니 PCVCCV시스템간의 압력차를 없애기 위한 방법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FT86Club에서 확인한 바로는, PCV 시스템과 CCV 시스템은 서로 다른 압력 하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제 실패의 원인이기도 한데, 이런 두 시스템을 한 캔 안에 합쳐 놨으니 압력에 이상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 PCV밸브가 여압에 의해 밸브의 개폐가 발생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PCV 밸브를 제거함으로써 필요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더불어 PCV 밸브를 삭제하는 설치법을 적용하는 경우 해당 AOS는 모두 흡기 매니폴드쪽 흡기구를 밀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PCV 시스템은 진공으로 유지되며 압력 센서는 흡기 매니폴드에 위치하고 있다고 추측 가능하다. 여기서 더 생각해보면 CCV 시스템은 라인에서 올라온 공기를 대기중에 노출된 흡기 파이프 쪽으로 뿜어주므로 진공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순정 PCV 밸브(좌)와 제가 준비한 파이프 호스 피팅(우). 오른쪽 사진과 같이 설치했다. 다행히 규격이 딱 맞았다

대강의 원리를 알았으므로 이번에는 이렇게 배관을 설계해봤다. 의외로 첫번째 설계가 틀리진 않았다

 

* 공부 후 새로 한 배관 설계와 설치방법 변경

    오일 드레인 → 니플 제거 후 드레인 밸브(NPT 3/8” & AN10)로 교체
    Out → 흡기 파이프 니플
    In1 PCV 니플
    In2 CCV 니플
    PCV 밸브 제거NPT 3/8” & AN10 니플로 교체
    흡기 매니폴드 흡기구 밀봉

바닥의 니플을 제거하고 드레인 밸브로 바꿔줬다. 우측은 설치를 완료한 모습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듯 하다. 아니지 돈을 더 쓰는 건 안해봤지 많이 고민했으니 이제 설치해보고 겸허히 원복을 할지 성공할지 기다려보자.

 

 

11. 드디어 성공, 그리고 후기

 

솔직히 말하면 이젠 지쳐서 그냥 무덤덤하다. 그래서 시동을 걸기 전에도 공구 정리를 하지 않았다. 왜냐? 실패하면 다시 원복 해야 하니까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예열용 고RPM 구간이 지나고 찔끔대며 조금씩 RPM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600-700RPM 정도에서 안정을 찾았다! 으아아아ㅏㅏㅏ아 해냈다 해냈어

드디어 자리 잡은 RPM. 정상 아이들링을 보기가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다

일전에 BPB를 설치한 후 때때로 정차 시 RPM이 너무 낮아져서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는데 그 부분도 말끔히 해결된 듯 했다. 600RPM 이하로 떨어져 덜덜거리는 증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허탈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행은 다행이다만 너무 허무하게 성공해버리니 이건 또 나름대로 기묘한 느낌이다. 아니 성공해도 불만이냐

일단 설치 후 1,000km 정도 주행 후에 드레인 밸브를 열어보니 아무 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달았나? 그 외에 설치가 잘 됐는지 당연하지 몇 번을 풀었다 조였다 했는데 잘해야지 RPM 불안정도 없고, 에러 코드도 더 이상 뜨지 않는다.

주행 질감은 뭔가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다. 달라지면 큰일 아니냐 연비도 0.5-1km/l 정도 오른 듯한 기분이지만 사실 거의 그대로인 듯 하고, 엔진오일 오염도는 뭐 제가 직접 볼 수 없는 것이니. 이렇게 짚어보니 대체 왜 달았지?

이렇게 또 하나의 원한 해소 DIY를 완료했다.

자랑스럽.. 아니 좀 힘들다. 한심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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