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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사운드 크리에이터 제거 DIY –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제발 좀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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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간만에 평범하게 DIY에 성공하여 기뻐하고 있는 김랜덤 입니다.

요즘 들어서 난관에만 시달리다 보니 이렇게 평소보다 쉽게 성공하는 일이 드문 것이 되어버렸네요. 이거 참 뭔가 준비가 부족한 것인지

여튼 이 기쁨을 공유하고 여러분들께 약소하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성공한 DIY의 결과를 공유 드립니다.

제가 방금 DIY 하다가 DIE의 문턱까지 다녀와서 매우 힘겨운 고로 예의를 축소하고 음슴체로 가도록 하게씀미다….

 

86 사운드 크리에이터 제거 DIY –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제발 좀 닥쳐

86 Sound Creator Removal DIY – Please Shut Up, Darling

 

1. 그냥 DIY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요즘 들어 간혹 생각나는 것이, 할 일 없고 심심하니 DIY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다. 뭔가 안해도 되는 것인데 자꾸 손을 대게 되는 것을 보면 의혹이 아니라 거의 심증에 가까운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냥 놔두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DIY 병에 걸린 듯 싶다

어느 날 86동을 뒤지다가 또 할 수 있는 DIY를 발견하여 손대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하면 뭔가 제게 좋은 DIY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DIY뭔가 손대고 싶은 것이 확실한 듯 하다.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어째 사람이 개연성이 없는가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참고했던 게시물은 다음과 같다. 제가 못미더운 분들은 이 게시물들을 보며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자.

l  사운드 크리에이터 제거 DIY에 제가 참고했던 게시물
-
해외 86동 관련 게시물: http://www.ft86club.com/forums/showthread.php?t=72263
-
국내 86동 관련 게시물: http://cafe.naver.com/area86/32965

사실 이것을 하는 이유가 없지는 않은데, 크게 꼽으면 두가지 정도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l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제거하는 이유라 카더라
- 실내 소음을 줄이기 위해
-
외기가 실내에 유입되는 직접적인 통로를 막기 위해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만 꽤나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저도 이에 혹하여 작업을 진행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2. 준비물과 순서

준비물은 매우 간단하다. 구매해야 하는 것 까지 하여 이렇게 준비하시면 된다.

l  준비물
- 38mm
(1.5inch) 배관용 마개 (재질 무관)
- 19mm (3/4inch)
배관용 마개 (재질 무관) or 글러브 박스 쪽 시거잭 마개

l  사용 공구
- 10mm
렌치 & 복스
- 8mm
렌치 & 복스 or 스패너 or 필립스 드라이버(-)
-
롱노우즈 or 펜치
-
강한 완력…!

준비물부터 뭔가 간단할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가? 정말 말 그대로 간단한 DIY. 이건 무조건 할 수 있다!

그러면 순서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이것 또한 매우 간단하다.

l  작업 순서
-
나사 & 고정 부위 풀기: 흡기쪽 클램프 8mm 볼트 à 가운데 10mm 볼트 X 2 à 하단 결착부 부분 클램프 X 2
-
배관 제거: 사운드 크리에이터 플러그
à 중간 배관 à 거치대 부분 배관 à 흡기구(에어필터) 근처 주 배관
-
사운드 크리에이터 구멍 막기: 흡기구(에어필터) 근처 주 배관 연결부를 38mm 마개로 막기
- 조수석 구멍 막기: 조수석 아래 구멍을 19mm 마개로 막기

얘기만 들어도 쉽다. 너무 쉬워서 지금 당장 뛰어들어 해치워 버리고 싶은 DIY. 그럼 이제부터 저의 개고생 이야기를 상세한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3. 나사와 클램프를 풀자

+ 여러분이 풀어야 하는 나사들과 클램프의 위치

풀어내야 할 것들의 위치


이것은 86 순정 엔진룸의 사진이다. 이 곳에서 여러분들이 풀어야 하는 나사들과 클램프의 위치를 이렇게 표시해보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을 위해 작업 도중 발견한, 다른 분들이 알려주지 않는 곳의 위치까지 표시하도록 하겠다. 

+ 클램프를 풀어주자

이 볼트를 살살 돌려주자완전히 풀지 않도록 주의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흡기구(에어필터) 앞쪽의 클램프를 풀어주는 일이다. 뭐 굳이 이걸 먼저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편의상 가장 먼저 하는 것으로 하자. 왠지 앞뒤 순서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이 좀 안정되어 보이잖는가.

이 클램프는 8mm 볼트로 잠겨져 있으므로 8mm 복스로 풀어야 한다. 혹은 위에서 언급했듯 8mm 스패너나, 아니면 필립스 드라이버(-) 로도 가능하다. 볼트 윗면에 일자로 홈이 파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렇게 만들어야 좀 편하지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걸 완전히 풀어버리면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나사가 돌아가면서 내부의 톱니바퀴가 클램프를 조이거나 푸는 구조인데, 이걸 과하게 돌리면 결합부가 완전히 풀리면서 클램프가 중력의 법칙으로손이 매우 가늘고 섬세한 분이 아니면 엔진룸 안에 떨어져 있을 클램프를 찾으며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조여진 부분이 느슨해 지도록 적당히만 풀도록 하자.

+ 고정 볼트 X 2를 풀어버리자!

이렇게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이제 엔진룸에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 2개를 풀 차례다. 이놈들은 10mm 볼트로 잠겨 있으니 렌치로 살살 돌려서 뽑아주도록 하자. 뒤쪽(조수석 쪽) 볼트 외에는 여유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스패너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시도해보지는 않았으니 시도할 용자 분이 있으시면 대환영이다. 웰컴 투 고생길

이 볼트들을 풀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클램프와 똑같은 이유로 자유낙하 해버리면 엔진룸에 떨어진 볼트와 와셔를 찾아 헤매는 불행한 일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적당히 풀어낸 다음 손으로 풀며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이 볼트를 풀었으면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제 더욱 힘든 다음 단계를 보도록 하자.

+ 복병, 플라스틱 고정 볼트/클립

숨어있는 이 놈은 이렇게 풀도록 하자


두번째 고정 볼트를 풀고 흐뭇한 마음에 이게 이제 움직이나? 하고 흔들어보면 의외의 저항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이 플라스틱 고정 볼트? 클립? 여하튼 차체에서 뻗어 있는 가이드에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고정시키는 최후의 발악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모양과 시각적으로 볼 수 없는 위치 탓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저처럼 당황할 수 있지만, 여러분, 걱정하지 말라. 이것은 딱히 공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손으로 풀 수 있는 것이다. 좌우의 날개 부분을 꽉 잡고 가이드의 반대 방향으로 누르면 쏙 하고 빠진다. 그런데 상당한 악력이 필요했던 것 같은 건 기분 탓일 거다 그냥 허약한가 보다

빠진 클립을 보며 닝겐의 지혜 앞에 무릎 꿇은 기계부속 따위 라고 비웃어주도록 하자.

+ 힘으로 죄어져 있는 클램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놈들을 풀어야 한다



사진의 부위는 저 아래쪽, 배터리 아래와 사운드 크리에이터 노브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엔진룸의 꽤나 밑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보는 것부터 고역이라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이 부분은 약간 특이한 클램프로 고정되어 있는데, 동그랗게 말린 철판 같은 클램프다. 이 클램프는 철판? 철사? 여튼 철로 된 줄의 인장력으로 죔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강도가 꽤나 세다. 그냥 위에 나왔던 클램프처럼 나사 돌리는 방식으로 했으면 안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품을 통일해 해주세요 제발 저는 손으로 이걸 어떻게 벌려서 옮겨보려 했다가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줄 알았다. 그러므로 현대 문명을 이룩한 닝겐의 구성원 답게 도구를 사용해보도록 하자. 롱노우즈가 적당한 듯 하고, 펜치는 정 없다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먼저 나와 있는 두 부위를 롱 노우즈로 오무리듯 잡으면 클램프가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약간 뒷부분, 즉 고무 호스가 플라스틱 관을 잡고 있는 부분에서 그냥 고무 호스만 있는 부분으로 옮겨주면 된다. 말이 참 쉬운데, 직접 해보면 더 쉽다. 이건 사진으로 보거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 직접 해보는게 더 낫다. 사진은 참고 정도로만 사용하도록 하자.

이 두 곳에 존재하는 이 클램프를 풀면 드디어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제거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부터다

 

 

4. 네놈은 쓸모가 없다! 집에 가서 쉬어라!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다. 여기서부터는 순수한 힘을 사용하여 진행해야 될 듯 한데, 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헤라에 비눗물을 묻혀 고무 사이로 집어넣어 사이를 벌려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 이거 괜찮은 방법인데?이런 방법을 쓰면 작업이 더 수월해 질 듯 하다. 역시 사람은 머리와 도구를 써야 한다. 저는 작업 당시 떠올리지 못한 방법이라 해보신 분들의 후기를 기다리겠다

저는 맨 뒷부분 부터 작업하는 걸로 순서를 정했는데, 별 다른 이유는 없고 맨 뒷부분... 그러니까 조수석에 가까운 부분이 그냥 관이 얇아서 힘이 덜 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단순해서 말문이 막힌다

+ 사운드 크리에이터 플러그를 뽑자

아마 제거 작업 중 가장 쉬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맨 아렛부분을 잡고 힘을 조금 주며 조금 당겨주면 차체와 사운드 크리에이터 관을 연결해주는 플러그가 빠진다.

이 플러그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일명 사운드 체인저 플러그인데, 일단 한국향 17년식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본이 회색이다. 다른 연식 분들께서는 만약 색상이 다르면 제보 부탁드린다.

요거이 바로 그 사운드 크리에이터 플러그


토요타의 팩토리 튜닝 브랜드인 TRD, 그러니까 토요타 레이싱 개발부(?)Toyota Racing Development에서는 일명 사운드 체인저 라는 부품을 판다. 3가지 색상으로 되어있는 사운드 크리에이터 플러그 인데, 각 색상마다 안에 뚫려있는 구멍의 직경이 달라 엔진룸으로부터 차체로 들어오는 소리의 크기를 바꿔준다는 부품인데.... 문제는 이게 가격이 배송료 포함하여 거의 5만원에 달하는 금액인 것이다. 물론 사시는 분들도 있겠고 금형비를 생각하면 뭐 이성적으로 이해는 가는 상품이라지만 아무래도... 자본주의는 위대하다 저는 사지 않을 것 같다.

+ 클립이 파손되지 않게 조심해서 관을 분리하자

아까 위에서 여러분을 시험에 들게 하던 인장력 타입의 클립 2개를 기억하는가? 이제 그 부분과 씨름해야 할 때가 왔다.

클립 2개가 각각 연결되어 있던 플라스틱 부품은 일종의 케이블 타이 같은 것으로 차체에 고정되어 있다. 이게 타이와 차체 고정 클립이 일체형이라 어떻게 작업해야 할 지 난감할 것이다.

일단 차체에서 타이 클립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대충 구조를 봤을 때 휠하우스 커버를 들어내거나 범퍼를 뜯거나 해야 그 반대쪽에 손길이 미칠 수 있을 것 같은 구조인데, 저는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 모토는 왜 쉽고 편한 길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죠 이다. 그런데 자꾸 어려운 길만 찾는 길잡이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그래서 각 관을 분리하고 플라스틱 부품은 그냥 있던 자리에 놔두기로 마음먹고 힘을 주어 관을 분ㄹ...

관이 빠지지 않는다.

대충 살펴보니 고무와 플라스틱이 강한 힘으로 묶여 있고 열도 얼마간 받는 위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접착? 결착? 현상이 발생한 모양이다. 마치 접착제를 바른 것 처럼 딱 붙어있다. 진짜 접착제를 발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철식 고정 부품이 그러하듯, 이 부품들도 고무관의 직경이 플라스틱 부품의 직경보다 조금 작아서 아주 꽉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별 수 있겠는가? 이 부품의 위치도 무언가 도구를 사용해서 간극을 벌리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다. 그리하여 저는 가장 원초적인 상호작용 방식인 완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자세를 잡고 잔뜩 힘을 주어 호스를 당기니 뚝 소리와 함께... ?

타이 클립이 끊어졌다.

이러다가 진짜 86 해체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앞으로 설치하거나 되살리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좀 찝찝한 감이 있다. 원래는 무파손으로 제거하려 했으니.

어찌 됐든 이 부분도 이렇게 무사히 분리해냈다.

+ 최종 보스는 전력을 다해 상대하자


자 이제 드디어 마지막 대단원을 내릴 최종 보스가 여러분을 기다린다. 중간 보스였던 철제 클립 연결부위를 파손시킨 여러분의 파워라도 이 놈을 상대하기는 벅찰지도 모른다.

마지막 최종 보스는 흡기구에서 사운드 크리에이터 부위가 시작되는 직경 38mm짜리 관 되시겠다.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접지되어 있는 표면적이 아까 그놈들의 수배는 될 뿐더러, 무지하게 꼼꼼하고 섬세하게 조여놓은 클램프와 구성성분으로 인해 약간의 부착 효과도 가지고 있어 상당히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다.

하지만 해낸다면 당신은 크고 굵은 시커먼 고무관과 그에 딸린 사운드 크리에이터 배관이 애처롭게 딸려나오는 것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초입 부분을 필립스 드라이버(-)로 조금 벌려놓은 다음 수평 방향으로만이 아니라 수직 방향으로, 즉 위아래로 힘을 주며 흔드는 방법으로 이 녀석의 질긴 생명력을 조금씩 깎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 같은 일체감을 자랑하지만 이놈도 결국엔 별도의 부품들일 뿐이다.

여러분의 완력이 충분하길 기도한다. 저는 한 7분 정도 걸린 것 같다.

 

 

5. 털어낸 구멍을 막아주자

+ 38mm (1 1/2inch) 구멍을 막자

간지나는 철제 마개


다들 아시다시피 이 부분은 흡기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빠른 조치를 취하시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우선 가장 마지막에 해치웠던 뽑아냈던 38mm 구멍부터 처리하도록 하자!

사전에 구매하였던 38mm 혹은 1 1/2인치 배관 플러그를 사용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소재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 스테인리스도 있고, 우레탄도 있으며, PVC나 고무 재질로 된 캡들도 있다. 특히 우레탄 캡 같은 경우는 오픈마켓에서 개당 150원 정도, 청계천 상가에 갈 경우 5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으므로 여러분의 재력을 마음껏 뽐내도록 하자.

참고로 저는 쓸데 없이 고퀄리티로 개당 8천원 정도 하는 스테인리스 캡을 사용했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있어보여서... 진짜 별 돈지랄을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캡을 꽂은 다음, 아까 느슨하게 풀어놨던 클램프의 위치를 잘 잡고 힘껏 조여주면 된다. 케겔 운동을 생각하라 행여나 느슨하게 조인다면 캡은 떨어져 엔진룸을 굴러다니다 엔진열로 녹아 바닥에 눌어 붙고, 정제되지 않은 먼지 섞인 공기가 마구 들어가 엔진이 개작살날 수 있다는 상상은 나사를 조이는 여러분의 손길에 힘을 더해 줄 것이다.

+ 19mm (3/4inch) 구멍을 막자

이제 중요한 부분은 끝났으므로 한층 느긋해진 태도로 우아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보도록 하자. 왜 우아하게 냐고? 지금부터는 비참하게 바닥을 기어야 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태도로 여러분이 원래 차 바닥을 긁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갤러리들에게 보여주자.

저 머나먼 곳 끝을 보면요런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의 위치는 매우 미묘한데, 조수석에 앉으면 당연히 안보이고, 머리를 글러브 박스 밑으로 쑤셔 넣어야 겨우 보일까 말까 한 위치다. 게다가 카펫(매트가 아니라 부직포 같은 재질의 1차 내장재) 밑에 흡음재와 함께 위치해 있어 더욱 발견이 힘들 수 있다.

저는 내장재 핀을 뽑지 않고 최고 비굴한 자세를 취하며 마무리 했다. 조금이나마 빠르게  작업을 완료하여 여러분들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 방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조수석 문을 열고, 탑승하지 말고 쪼그려 앉아보자. 평소에는 볼 일이 없던, 비좁은 조수석의 레그룸이 보일 것이다. 검은 카펫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그 끝자락에 공사판에서나 보던 얼룩덜룩한 내장재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간 기분이 상할 수 있지만 당황하지 말고 검은 카펫을 잡고 살짝 아래로 들춰내려보도록 하자. 그러면 바로 그곳에, 웬 육각 볼트 아래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구멍이 도사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 구멍을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수많은 수단이 회자되고 있다. 사실 이 사운드 크리에이터 연결부위의 19mm짜리 구멍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밀폐성으로, 아무 수단이나 사용해도 상관 없다.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과 제가 사용한 매우 비정상적인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글러브 박스 안에 있는 시거잭의 목업 플러그로 막는 것이다. 그 사이즈가 우연찮게도 원가 절감 이겠지 사운드 크리에이터의 구멍 사이즈와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밀폐를 위해 절연 테이프로 한 두바퀴 정도 감아준 다음 구멍을 막도록 하자.

두번째 방법은 아까 흡기구의 38mm 구멍을 막았을 때 처럼 19mm 배관용 마개를 사용하는 방법인데, 원래 물이 흐르는 배관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탄성을 지닌 소재라 밀폐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예방 조치를 취해서 손해볼 것은 없으니 역시 절연 테이프로 몇 번 감아주도록 하자. 이 방법은 시거잭 목업 플러그를 잃어버렸을 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있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제가 사용한 방법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저는 목업 플러그를 잃어버렸다...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아무데나 뒀더니 사라졌다. 그래서 저는 하이에나 마냥 어느 것을 껴넣으면 잘 맞을까를 궁리하며 배회하는 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그 때는 19mm 플러그에 대한 정보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와인 코르크 였다. 우레탄 플러그보다 훨씬 좋은 탄성에 코르크라는 친환경 소재, 게다가 와인병의 부속물이라는 우월뽕까지... 너무나도 완벽한 대체품이 아닐 수 없다. 허세가 차오른다 가자!

제가 사용한 것은 이렇게 생긴 와인 마개다이 것으로 이렇게 막아주었다


일반 코르크는 아니었고 마치 영화에 나오는 럼주에 꽂는 어느 정도 가공된 코르크 마개였는데 모양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약간 헐렁한 감이 있어 절연 테이프를 몇 바퀴 감아주니 딱 맞는다. 참으로 괜찮은 조합 아닌가. 150원 아끼자고 펼쳐지는 자기 합리화의 파노라마

여튼 저는 이렇게 사운드 크리에이터의 조수석 쪽 구멍을 막아냈다. 완전히 조용한 카 라이프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여튼 조용해보고자 하는 나름의 노력 아니겠는가.

 

 

6. 후기와 에필로그


혹시나 계실지 모르는 희망찬 분들을 위해.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제거하였다고 하여 실내 소음이 극적으로 줄어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하고 계셨을텐데들 찬 물을 끼얹어 죄송하다 86이라는 차가 워낙 편의성 보다는 주행 능력에 치중한 차라 애초에 방음이나 방진 조치가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한계가 아닐까 싶다. 애초에 사운드 크리에이터가 없어도 사운드는 충분했다

단 확실한 것은, 실내로 들어오는 어떤 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엔진룸과 거주공간 사이에는 얇은 격벽 하나 밖에 없지만, 신경 써서 들으면 또렷하게 들려오는 어떤 소리 하나가 없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뭐... 결국엔 그냥 단순히 경량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이롭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저는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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