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직 살아있는 김랜덤 입니다.
요즘 고지혈증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이게 굉장히 피곤하네요. 부작용이라고 하여 의사의 권유대로 코엔자임Q10과 비타민 D도 챙겨먹고 있는데 무기력증과 피곤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결국 체력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운동을 안하니깐요!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한 10세기 정도는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이버네틱스 의학이 발달하면 하나씩 바꿔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럼 여러분, 24세기에 만나요!
어찌됐든 건강이 최고입니다. 여러분 건강 챙기세요…
각설하고, 계속 무료하게 보내는 것 같아 삶의 자극을 찾기 위해 간만에 DIY 한 번 해봤습니다. 생각보다 할만한 작업이어서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86 스티어링 휠(핸들) 커버 DIY – 바느질, 좋아해?
86 Steering Wheel Cover DIY – Sewing: Your New Hobby
1. 당신이 DIY를 하는 것이 아니라 DIY가 너를 합니다
이 블로그의 포스팅만 봐도 아시겠지만, 저의 카 라이프에 있어서 DIY는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타는 즐거움이 오져버리는 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타기보다는 DIY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타라는 차는 안타고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대체 제가 DIY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외로 결론은 단순했는데, 일종의 악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원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영역에 있어
서 그 원리라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배운 물리, 화학, 수학, 기술, 가정의 영역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물론 사회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경우들은 도덕과 윤리와 사회 시간에 배운 것을 아득히 뛰어넘곤 한다 즉 웬만한 것들은 직접 손을 대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일전의 오디오 설치 3부작 같은 경우도 실제로는 ① 나사 조이고 풀기, ② 전선 연결하기, ③ 전류와 전압 계산하여 선 선택하고 배선도 그리기 정도의 프로세스 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어려운 것은 없는 것이다. 물론 굳건한 육체와 강인한 체력, 배웠던 것을 까먹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기억력과 응용할 수 있는 잔머리 정도는 필요하지만.
세상엔 DIY 병이라는 불치병이 존재한다. 한 번 명부마도 수라의 길 DIY에 맛들인 사람은 계속 DIY 할 거리를 찾아다니고 웬만한 건 다 DIY 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격렬하게 공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야이 씨, 내가 해도 그것 만큼은 하겠다”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나 할까. 일단 DIY를 하면 어렵지 않은 경우 재밌기도 하고, 시간도 잘 가고, 뭔가 내가 이루어 냈다는 하찮은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긴 하다.
이는 물론 당신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재주가 없을 때에 국한된 말이다. 그 시간에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 당장 DIY 따위 때려 치고 일하라. 그래서 번 돈으로, 누누히 얘기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사라. 지금은 돈이 그냥 짱인 것 같겠지만 점점 세상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으며 경험이 축적될 수록 돈은 당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울트라 갓 제네럴 킹왕짱임을 체감할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DIY를 하는 이유는, 뭐 복잡한 이유 다 때려 치고 생각해보면 그냥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젠 필요해서, 하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서, 구하기 어려워서 뭐 이런 이유들이 아니라 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허무하지?
2. 스티어링 휠 커버를 구매하자
이건 정말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다. 86의 스티어링 휠은 사실 두께감도 적당하고 그립감도 매우 좋으며 사이즈도 적당하여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도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죽 표면에 자꾸 스크래치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닳아서 맨들맨들 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제 86은 후기형인데 아직까지 중국에서 후기형 스티어링 휠 커버 DIY킷을 만들어 파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안달이 나서 달아올랐을 때는 전기형 커버를 사서 내가 직접 재단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그간 누적된 망함의 역사가 저를 막아주었다.
그러던 와중 드디어 후기형 스티어링 휠 커버가 나온 것이다. 고대하던 것이 나왔으니 제가 무얼 했겠는가? 당연히 바로 구매했겠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스티어링 휠 커버 DIY 킷을 파는 업체들이 몇 군데가 있는데, 짐작일 뿐이지만 그간 제품이 나온 순서를 보면 MEWANT, LQTENLEO 정도가 메이저인 듯 하다. 스티어링 휠 커버를 파는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는 특징들이 있어서 여기 정리해본다.
*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스티어링 휠 커버 구매 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내용
- 가죽 종류(5종): 스웨이드, 가죽 (일반/타공), 인조 가죽 (일반/타공)
- 가죽 색상: 빨강 / 파랑 / 검정 / 낙타색 (스웨이드), 빨강 / 파랑 / 검정 / 흰색 / 낙타색 / 짙은 갈색 (가죽)
※ 업체에 따라 부위별로도 색상과 재질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곳이 있음
- 탑 마커 색상과 수: 보통 색상은 4가지 (흰색 / 빨강 / 노랑 / 파랑), 개수는 3개 까지 가능
- 스레드(실) 색상: 보통 12종 (빨강 / 파랑 / 노랑 / 검정 / 흰색 / 녹색 / 연두색 등등) + @
* 대략적인 가격대와 구매 링크
- 인조가죽: $19.99 - $26.99
- 가죽/스웨이드: $44.00 - $50.00
※ 커스터마이징에 따른 추가 비용 상승은 없는듯 하다
이렇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다만 저는 그냥 검은 스웨이드에 빨간 탑 마커 1개, 빨간 스레드(실)의 거의 기본형에 가까운 것으로 선택했는데, 수많은 예시 사진들을 보고 색상을 시뮬레이션 해봤지만 이게 제일 정갈하고 인테리어의 톤&매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6의 인테리어 톤은 크게 검정, 빨강, 은색의 세 가지 테마 컬러로 이루어져 있다. 무채색 계열 외의 다른 색상이 들어가게 되면 상당히 튈 것이다. 저는 순정 Look & Feel을 지향하기 때문에 탑 마커 정도에나 다른 색상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다. 그마저도 빨강을 선택하긴 했지만.
재질은 관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스웨이드를 선택했는데, 그립감이 찰지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욕심 같아서는 알칸타라로 하고 싶었지만 이건 원단을 구해서 처음부터 재단하거나 업체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논외. 색상은 고민이 많았는데, 빨강으로 하고 싶었으나 스웨이드 재질 특유의 빛바랜 듯한 느낌이 싫어 그냥 무난하게 검정으로 선택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저는 물건을 받아보게 되는데, 알리 익스프레스 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경우다. 배송편이 EMS인 걸로 보아, 아무래도 제품 가격이 있다 보니 셀러가 빠르게 보내준 모양이다. EMS 포함가가 저 가격이면 대체 얼마를 남겨 먹는 거야
3. DIY 준비를 하자
제대로 된 키트를 구매했다면, 박스를 열었을 때 여러분 앞에 펼쳐지게 될 것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스티어링 휠 커버 DIY 키트 박스 풀셋 내용물 목록
- 스티어링 휠 커버 1개
- 당신이 선택한 색상의 실타래 1개
- 설명서 1부
- 제대로 붙을까 의심스러운 양면 테이프 1롤
- 뭘 해야 하길레 이렇게까지 두꺼운지 의심이 가는 바늘 1개
- 뚫릴 것 같은 금속 골무 1개
- 부러질 것 같은 플라스틱 헤라 1개
위 사진에는 실타래가 1개 더 있는데, 혹시 몰라서 셀러에게 졸라 실타래 1개를 더 넣어달라고 했다. 친절한 셀러 같으니. 고마운 마음에 별점 5개를 줬다.
저는 여기서 추가로 케블러 실을 한 타래 구매했는데, 일반 명주실이나 나일론 실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케블러는 좀 오바 아니냐 기존 스레드를 모두 제거하고 케블러 실로 새로 짜 넣으려 했던 것이다. 배송이 늦어져 결국 케블러 실이 쓰이는 일은 없었다. 만약 이 실이 좀만 더 일찍 왔다면 진짜 피눈물의 대공사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여담이지만 요즘 케블러 실 싸더라. 집에 한 타래 정도 갖춰 두면 요긴하게 여기저기 쓰지 않을까 한다. 그걸 대체 어디에 쓰게
위 키트 목록에서 보시다시피, 키트 구성이 매우 충실한 편이라 여러분들이 별도로 준비해야 할 것은 별로 없지만 다음과 같이 리스팅 해보았다.
* 여러분들이 따로 준비해야 할 것
- 가위 or 칼
- (작업 장소에 따라)추가 조명
- 기민한 손놀림과 좋은 손재주- 튼튼한 허리- 많은 시간과 무한한 인내심- 많은 담배- 당신의 인생과 유관한 분들(e.g. 배우자, 자제, 애인 등)의 이해 or 한심하다는 시선을 물리칠 수 있는 철면피 + 모멸감을 견딜 수 있는 굳건함 마음
이것들이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삯바느질의 세계로 떠나보도록 하자.
4. 게임을 설치를 시작하자
설치한 과정을 적어보기에 앞서 여러 선현들의 말씀을 들었을 때, 작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다. 첫번째는 스티어링 휠을 완전히 분리하여 집에서 편하게 작업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차에 그냥 앉아서 편하게 작업하는 것이다. 둘 다 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듣기로 스티어링을 분리하고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고는 하는데… 저는 스티어링 휠을 분리할 자신이 없어서 파괴할까봐 그냥 차에 앉아서 작업하기로 했다.
* 설명서를 꼼꼼히 읽자
영어에는 RTFM 이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Read the Fucking Manual 아니 이걸 관용어구로 봐야 하나? 화자의 딮빡과 울분을 담백히 토로하는 문구라 하겠다. 대부분의 경우 설명서에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정보가 적혀있으니 꼼꼼히 읽어보도록 하자.
물론 제 작업 또한 설명서에 의거하여 진행하였다.
1) 양면 테이프 바르기
스티어링 휠 커버의 안쪽 면에 양면 테이프를 발라주는 작업이다. 사실 이 단계는 건너 뛰어도 무방한데, 도색으로 치면 마스킹 작업과 비슷한 것이라 하겠다. 양면 테이프를 사용해서 임의로 스티어링 휠 커버를 스티어링 휠과 밀착 & 고정시켜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용도다. 저는 스스로를 못믿는 성격이라 매뉴얼에서 말하는 대로 이 부분까지 진행했다.
양면 테이프를 붙일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라면 뭐 이 정도가 있겠다.
- 끝부분은 붙이지 말 것: 바느질을 하며 당겨서 서로 반대편의 아귀를 맞춰야 하는 고로 끝부분에는 테이핑 하지 않도록 하자
- 전체에 붙일 필요는 없음: 자리를 잡아주는 보조 역할만 하는 것이므로, 양면 테이프로 스티어링 휠 커버를 붙이려는 심산이 아니면 간단히 자리 잡을 수 있을 정도만 붙여주면 될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가운데 1줄 정도만 붙여도 될 듯 싶다. 어차피 위치 잡는 용도 인지라.
2) 스티어링 휠에 일단 끼워 넣기
의외로 힘들어서 놀랬다. 아시다시피 이게 헐렁해서 막 끼울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고, 펄럭펄럭 나부껴서 제대로 껴 넣기도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우겨 넣어야 한다. 그래야 시작할 수나 있지 않겠는가.
이건 팁이고 뭐고 없다. 설명서에는 180도 스티어링 휠을 꺾어서 아래부터 씌우라고 하는데, 아래서부터 시작하나 위에서부터 시작하나 똑같다. 어떻게든 씌우도록 하자.
아, 그리고 앞과 뒤를 잘 구분해서 끼도록 하자.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한다. 앞과 뒤를 잘 확인하고 껴 넣자. 나중에 피눈물을 흘리며 가위를 드는 일이 없도록 하자. 뭐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 진짜 아니라구!
3) 스티어링 휠 커버 위치 맞추기
커버를 스티어링 휠에 잘 끼워 넣었다면, 빠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슥슥 조정하여 위치를 잡아주자. 위치를 잡는 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편하게 부르자면 좌우 위치와 앞뒤 위치다. 좌우는 횡방향으로 버튼부와 마커가 정방향에 위치하는지, 앞뒤는 커버의 양 끝 부분이 맞닿는 곳이 스티어링 휠의 안쪽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는지 이다.
좌우 위치를 잡노라면 탑 마커가 굉장히 신경 쓰일 것이다. 당신의 눈대중에 따라 12시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주 짜릿할 것이다. 뒤통수가 간질간질 하지? 좌우의 버튼부를 기준으로 위치를 잡아보려 해도 이게 틈새로 끼워 넣어야 하는 여백이 있는지라 그렇게 쉽지가 않다.
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럴 때는 하단부부터 위치를 잡아보도록 하자. 86이라면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기 때문에 하단부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 되도록 맞춰주면 편하다.
앞뒤 위치를 잡는 것도 약간은 고역인데, 좀 어렵게 하면 가운데 부분에 연필이나 매직으로 마킹 하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잡는 방법이 있겠으나, 저는 그냥 편하게 원래의 봉합선을 기준으로 맞췄다. 단순하게 하니까 편하더라.
4) 양면 테이프로 스티어링 휠에 커버 고정하기
양면 테이프를 붙였다면 이제 그것을 활용할 때다. 애써 잡은 위치가 틀어지지 않도록 커버를 스티어링 휠에 고정시켜 주도록 하자. 간단하게 손톱 끝으로 살살 긁어서 양면 테이프의 종이 부분으 떼고 붙여주면 된… 어… 된ㄷ…
저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양면 테이프에 붙어있는 이 종이조각인지 뭔지를 쉽게 떼어낼 수 있게 만들면 아마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말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양면 테이프를 사용할 때마다 고통을 받고, 심지어 자기 고뇌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인도주의적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왜 우리는 이런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가. 매번 긴장하며 손톱 끝에 날을 세우고, 더불어 신경도 곤두세우고, 평온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고뇌 속에서….어, 뗐다.
여튼 양면 테이프로 위치가 어긋나지 않도록 잘 붙여주도록 하자.
5) 바느질
용사여, 이제 바늘을 들 때가 되었다. 어렸을 적 배웠던 가정 시간의 기억을 온 힘을 다해 떠올려보도록 하자. 아니면 하다못해 군대 때 했었던 바느질이나… 정 안되겠으면 엄마를 부르자
매뉴얼에서는 플라스틱 헤라를 사용해서 남는 자투리 부분을 틈새에 밀어 넣는 작업 먼저 진행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저는 그냥 바느질 선행 하시길 권한다. 밀어 넣어놓고 작업해도 어차피 바느질 하면서 위치 맞추느라 빼고 움직이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느질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애매한 것이라, 그냥 동영상을 보는 쪽을 권한다. 설명서에도 그림으로 설명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림을 보면서 열심히 유추하는 것 보다 동영상 한 번 보는게 훨씬 이해가 편하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첫 바늘만 안쪽에서 바깥쪽이고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라는 것이다. 명심하라. 바깥쪽에서 안쪽이다.
더불어 스티치 사이 바느질을 할 때 어느 정도 힘으로 당겨야 할지 감이 없을 수 있는데, 이건 무조건 세게 당긴다고 좋은 게 아니다. 동봉되어 있는 실이 나일론 실이라면 어느 정도 장력이 받쳐줘서 꽤나 튼튼할 테지만, 그래도 너무 팽팽한 상태라면 금방 올이 나가거나 터져버릴 수도 있다. 적당히 당겨주도록 하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적당히 나왔다
그리고 바느질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커버의 위치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점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게 단순작업인지라 상당히 중독성이 있어 미처 주변을 신경 쓸 여유 없이 마구 진행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간 나중에 뒤틀린 스티어링 휠을 부둥켜 안고 눈물짓게 될 뿐이다. 양면 테이프로 붙여놨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으니, 종종 확인하고 위치를 잘 잡아주도록 하자.
다들 시간 부분을 궁금해하길래 첨언하자면, ① 삽질을 전혀 하지 않고 ⓶ 어느 정도 바느질에 탄력이 붙어서 속도를 낼 수 있으며 ③ 쉬지 않고 진행한다면 아래쪽 좌우 사분면은 각각 1시간 가량, 한번에 진행하게 되는 위쪽의 2개 사분면은 1시간 반 가량, 총 3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건 저처럼 차 안에서 낑낑대면서 했을 경우이며, 스티어링 휠을 떼어서 집에서 작업할 경우에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6) 마무리 작업 – 헤라질
바느질을 마쳤다면, 수고했다. 잠시 한숨 돌리며 음료수라도 한 잔 하도록 하자. 이제 마무리 작업만 남아있다.
대망의 마지막 작업은 바로 헤라질이다. 보기 싫게 나와있는 자투리들을 스티어링 휠의 틈새에 구겨 넣을 시간이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운데, 그냥 구겨 넣으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만듦새가 튼실해서 플라스틱 트림의 틈새가 잘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동봉된 헤라가 빠루 모양이라면 지레의 원리를 이용해 트림을 살짝 벌리고 잽싸게 자투리 부분을 쑤셔 넣도록 하자. 중고등학교 때 공부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저처럼 스티어링 휠을 떼지 않고 차에서 작업한 경우엔 뒷면의 자투리 부분을 넣는데 조금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해오지 않았는가? 인내를 가지고 분노의 헤라질을 하도록 하자.
매뉴얼에서는 헤라로 인한 커버 겉 부분의 손상을 막기 위해 안쪽이 보이도록 끝 부분을 접어서 안쪽 면에 헤라를 대고 작업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여기까지 해봤으면 알겠지만 모두 너무나도 귀찮아 질 것이다. 흠집 조까 저는 그냥 겉부분에 대고 헤라 질을 했는데 눈에 띄는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각자 취향껏 하도록 하자.
5. 완성과 후기
마지막 헤라질을 마치고 나면 기분이 묘할 것이다. DIY라는 게 옆에서 누가 팡파레를 울려주거나 환호성을 질러주거나, 아니면 끝났다고 알려주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적적하고 허무할 수 있다. 이 현자 타임을 잘 기억했다가 저 같은 DIY 정키가 되지 않도록 하자.
이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상당히 긴장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워낙 86동에서 지옥같은 삯바느질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꽤나 할만한 작업인 듯 하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DIY 중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DIY였다. 혹은 제가 이런 단순 작업에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거나 작업 난이도 때문에 주저하시던 분들은 꼭 시도 해보기 바란다.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만족감도 상당히 높은 작업이다.
후기로 말할 것 같으면, 꼭 해라. 두 번 해라. 아니 두 번은 좀… 혹시 나중에 알칸타라 재질로 커버가 나오거나, 아니면 실이 헤져서 재작업이 필요한 경우 저는 꼭 다시 할 예정이다. 재작업 해야 한다면 알칸타라 원단을 사서 본을 떠서 진행해 볼 용의도 있다.
우선 그립감이 엄청나게 좋아진다. 그냥 맨 손으로 잡았을 때도 좋고, 손에 땀이 나도 이제 미끄러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레이싱 글러브든 목장갑이든 장갑을 낀다면 마치 스티어링 휠에 손이 달라붙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 원래의 스티어링 휠 표면에 가죽을 덧댄 것이라 쿠션감도 소폭 상승한다.
그리고, 저는 스웨이드 재질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스티어링 휠에 스크래치가 날까봐 걱정하는 일이 없어졌다. 가끔 반지를 끼고 있거나 하면 알게 모르게 신경 쓰이던 부분인데 마음이 편해졌다. 저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겨울에 차가운 스티어링 휠의 감촉이 싫으신 분들은 그 부분도 해소될 것이다.
관리의 측면은 뭐… 이제 막 DIY를 마친지라 좀 더 타봐야 알 것 같다. 하지만 위의 장점들, 그리고 가격을 생각하면 한 번 쯤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사실 저는 매우 추천하는 쪽이다.
아 그리고, 절대 단추가 많은 옷을 입고 작업하지 마라. p;ㅠ를 동반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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