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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하이퍼모타드 물피도주 건 - 내 바이크는 누가 넘어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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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피도주 대처법은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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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 [원활한 모터 라이프를 위한 자투리 지식들] - 물피도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물피도주 시리즈
   
2018/01/18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휘찌로꾸와 물피도주



+ 안녕하세요,

불안감에 찌들어 있는 김랜덤 입니다. 도착한 부품은 안맞을까봐 걱정, 도착 안한 부품은 대체 배대지가 뭘 하길래 배송을 안해주는지 걱정. 외판 수리는 진작에 끝났다는데 상당히 불안하네요. 아무쪼록 무사히 넘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지속적인 소비로 풀고 있습니다. ? 자꾸 뭐가 사고 싶은 걸 보니 제가 스트레스를 받긴 받나 봅니다. 뭔가 핑계 같지만 설득력 있죠?

이런 저런 걸 사다보니 예전에 원치 않는 소비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은 그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그 소비의 근원이 물피도주였으므로, 이 글은 물피도주 2탄 되겠습니다.

 

 

하이퍼모타드 796 물피도주 건 - 내 바이크는 누가 넘어뜨렸나

Somebody Fucked My Bike Up

깔끔했던 모습



1. 벼락은 날을 가리며 내리치지 않는다

때는 20165월 중순이었다. 그렇다. 휘찌로꾸 물피도주 건과 동년에 일어난 일이다. 대체 16년과 17년에 무슨 마가 꼈는지 모르겠는데... 전 진짜 너무 힘들었다. 닌생 최악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각설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들과 저녁에 맛난 버거를 냠냠하러 동네에 마실을 나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점원이 다가오며 혹시 밖에 오토바이 타고 오셨나요?' 라고 물어봤다. 하긴, 헬멧을 들고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자명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대개의 후속 질문들이 바이크를 조금 옮겨달라느니 하는 것들이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점원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저 밖에 오토바이 세우셔야 할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세우새우…?

얘기를 듣고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웬걸, 진짜 나의 바이크가 땅에 누워 있는 것이다! 그것도 스탠드가 있는 쪽으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팔은 안쪽으로 굽잖는가. 그게 바깥으로 꺾였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오 세상에

허겁지겁 바이크를 세우고 아 그냥 넘어진 건가 하고 보고 있는데 서 있는 자세가 뭔가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하다.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기울어져 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안이 벙벙해서 일단 버거집 안으로 들어왔다. 물피도주가 처음이어서 심장이 벌렁벌렁 매우 당황스럽고 무엇을 어찌 해야 할 지 몰랐던 것이다. 친구들과 머리를 맡대고 물론 비유적인 표현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모았다.

 

 

2. 막강한 데미지에 버틸 수가 없다!

김절망 상태가 되어 일단 밖으로 나왔다. 어디가 얼마나 상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듯 하고, 주변에 CCTV가 어디 설치되어 있는지, 그리고 주변 블랙박스는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피해 정도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일단 스탠드가 휜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넘어진 쪽으로 굉장히 많은 흠집이 나 있었다. 바이크를 뉘여 바닥에 닿을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손상이 갔다고 생각하면 쉽다. 스탠드, 바 엔드, 카울, 스텝 등등.

게다가 웃긴게, 두카티는 아시다시피 파이프들을 엮어 만든 트러스 프레임Truss Frame(철근으로 이루어진 교량, 뭐 예를 들면 성수대교 같은 형태를 생각하면 비슷하다) 구조로 되어있는데 누가 그 사이에 물티슈 뭉치를 쑤셔박고 간 것이다. 그거 맞다. 주유소나 길거리에서 판촉으로 나눠주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1천원인가 하는 거. 2/3쯤 남은 그것이 트러스 프레임 사이의 구멍에서 수줍게 자태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크 그만 타고 집에 가서 자위나 하라 이거냐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짐작컨대 넘어뜨린 가해자가 뭔가 티슈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심한 데미지에 포기하고 대체 왠지 모르겠지만 프레임 사이에 쑤셔박고 도주한 걸로 의심된다. 다만 이는 추측일 뿐 진실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정신적 데미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도 누워 있는 이상한 모습과 오른쪽 귀퉁이에 있는 그 빌어먹을 휴지



그걸 보고 완전한 멘붕이 와서 절망하고 있었다. 이걸 또 어떻게 수리하나. 아시다시피 두카티는 부품값 비싸기로 악명 높다. 예전에 주차장에서 의도치 않은 슬립이 발생하여 뒤 카울이 박살이 난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방열처리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이 플라스틱 쪼가리가 얼마냐면 한 쌍에 무려 70만원에 육박... 아니 무슨 합성수지길래 흠집도 나는 주제에 뭘 믿고 이리 비싼 거냐. 하면서 정품 원복을 포기하고 그냥 서드파티 회사의 카본 카울로 갈아버린 전력이 있다. 본격 카본보다 비싼 합성수지 카본 카울의 가격은 송료를 포함해도 37만원 정도... 카울 없이 탈 수는 없기에 피눈물을 흘리며 결제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막강한 데미지와 갑작스레 제 지갑에 드리운 출혈의 그림자로 괴로워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3.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

너무 저돌적으로 고개를 돌린 모양이다. 더불어 절망감 때문에 제 눈초리도 심상찮은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을 터이다.

그래서 저를 불렀던 20대 중반의 아리따운 아가씨는 매우 당황해버렸다.

이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불과 몇초 지나지 않아서였다. 딱 봐도 동네 마실 나온 것 같은 사람에게 작업을 걸거나 연락처를 물어보실 리는 없고,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여쭤보니 지금 이 순간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씀을 해 주셨다. 저기 제가 그 쪽에 관심 있어서 그러는데 번호 좀...?

그거 넘어뜨린 분 제가 봤는데요.”

세상에!

이 혼탁한 닝겐계에 남겨진 희망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현신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그분을 껴안아버릴 뻔했지만 물피도주 외의 건으로 경찰서에 갈 수는 없으므로 가까스로 자제했다. 여러분, 저도 이성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침착하게 여쭤보고 나서 얻은 정보는 이렇다.

'바로 옆의 커피숍인지 아니면 버거집(저와 제 친구가 있던)인지, 그 쪽에서 나온 어느 커플, 검은색 승용차를 빼다가 후진하면서 제 바이크를 박살내고 들이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차에 대한 흥미가 그리 없으신지 상세 차종을 여쭤봐도 거기에 대해서는 아시는 바가 없으셨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천상에서 내려온 것 같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싶어서 제가 그 차 번호 적어놨는데요.”

신이시여, 진짜로 계시다면 앞으로 제가 섭취하는 모든 요플레 뚜껑과 쭈쭈바 꼬다리와 꿀땅콩 통 바닥과 바나나킥의 가루를 바치겠나이다.

이 선의의 현신 같은 분께서 전해주신 고귀한 쪽지를 보고 저는 환희가 잠시 꺾이는 것을 느꼈다. 차에 대해 큰 관심이 없으셔서 그런지 맨 뒤의 4자리만 적어두셨기 때문인데, 이거라도 어딘가. 정말 감사한 분이다.

경찰을 불러두었기에 혹시나 증인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몰라 조심스레 연락처를 요청드렸고, 감사의 말씀과 함께 조심히 귀가하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지금 적으며 생각해보니 그 분께 아무것도 보답을 드린 것이 없다. 생각난 김에 기프티콘이라도 쏴드려야겠다.

 

 

4. 숨겨진 피해의 력습

조금 뒤에 경찰분들이 오셔서 정황을 설명하고 경찰서에 조서를 작성했다. 다행히 이 사건으로 오셨던 두 분중 한 분이 바이크를 타시는 분이라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해주셨고, 두 분 모두 피해상황을 보시더니 어허... ... 거 참... 에구... 와 같은 안타까움의 탄성을 연발해주셨다. 제가 쉴 한숨까지 같이 쉬어주시는 따스한 순간이었다

파워구구절절.jpg


그리고 오지 않는 잠을 겨우 붙들어서 잠을 청한 다음날. 아무래도 밝은 곳에서 좀 확인해봐야 할 듯 하여 바이크를 끌고 밖으로 나와 주광 아래서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엔진 오일로 보이는 것이 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물이 묻은 것이겠거니 했는데 찍어서 냄새를 맡아보고 올라오는 기름 냄새에 자연스럽게 동반된 욕지거리에 당황해 버렸다. 생각보다 사태가 꽤나 심각했던 것이다.

피해 부위들은 이랬다.

l  제 바이크의 터져나간 부분들과 피해 정도

손상부위

정도 및 증상

예상 필요 조치

비고

스탠드

매우 심하게 휨

수리 or 교체

순정품

엔진 or 기어박스

오일이 샘

수리 or 교체

순정품

좌측 사이드 윙커

렌즈 파손, 중급의 스크래치

교체

순정 핸드가드 윙커를 떼고 두카티 정품 윙커로 교체

좌측 카울(/)

매우 큰 스크래치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ㅜ.

교체

뒷 카울 서드파티 카본 카울로 교체

좌측 바 엔드

심각한 스크래치

교체

서드파티 바 엔드로 교체

좌측 스탭

가슴 아픈 스크래치

교체 수리가 가능하긴 하냐?

순정품

좌측 동승자 스탭

, 누굴 태워본 적이 없어서 더 슬픈 스크래치

교체

순정품

 

대충 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저걸 하나하나 다 정품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생각 하기도 싫은 금액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파멸의 고지서 같은 느낌이다

카본 카울도 작살나고크랭크 케이스도 아작났다


 

 

5. 자차 처리도 불가능한 비운의 삶, 그리고 끔찍한 견적

아는 분은 아시다시피, 이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는 바이크 종합 보험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때이다. 125cc를 초과하는 바이크들은 최소 한도의 보장만 가능한 책임 보험까지가 가입 가능한 보험의 한계였다. 지금 들 수 있다곤 하지만 자차를 넣었을 때의 금액을 생각하면 자차 못들기는 매한가지다

그리하여 보험 처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나마 아직 시즌일 때 타고 다녀야 하니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알아보고자 두카티 코리아 센터로 갔는데센터에서 하는 말이 청천벽력이다.

l  센터에서 밝혀준 손상의 범위와 대략적인 견적
-
기름이 새는 문제는 크랭크 케이스 손상으로 보인다. 이건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이 적어도 5백만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
- 다른 부분은 부품 단순 교환으로 진행 가능하다 아니 부품 값이 얼만데요

아니 5백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부서진 부분을 용접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대략 20-30만원 가량 들 것으로 예상한다 한다. 이 차선책은 엔진에 용접이나 땜질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센터에서 말하길 크랭크 케이스가 손상된 이유는 스탠드 때문인데, 바이크가 기울어져 넘어지면서 스탠드가 바이크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바람에 크랭크 케이스와 연결 되듯 위치한 스탠드가 크랭크 케이스를 뚫었다이 정도면 설계 미스 급 아니냐

보험이라도 있으면 자차 처리 하고 나서 범인 잡으면 좋고, 아니면 속 좀 쓰리고 말지 할텐데 말이다. 혹은 대충 자비로 수리하고 나중에 잡으면 수리비를 전가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금액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그 방법은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바이크를 센터에 버리고 오게 된다끌고 가지 못할 거, 탁송비라도 아껴야 한다 다행히 두카티 코리아에서는 흔쾌히 맡아 주시기로 하셨다.

 

 

6. 잡았다 요놈? 뉘신데 그런 말씀을?

그렇게 한 달 여를 보냈다. 2주에 한 번 정도 두카티 코리아에서 바이크 범인 잡았냐고 심심한 안부를 그리고 보관의 압박을 묻는 전화가 왔었고, 기다리다 궁금해서 경찰에 연락도 한 번 했었다. 담당 수사관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아무래도 수사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CCTV나 근처 차량 블랙박스 자료들이 지워질 까봐 전전긍긍 했던 것이다. 그리고 담당 수사관님 출장이 너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보험사였다! 해냈다 해냈어 공권력이 해냈어

보험 접수번호를 받고 드디어 수리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기뻐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에 온 연락을 받고 이 환희는 짜게 식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보험이든지 종류를 막론하고 좀 짜증난다고 해야 할 것들이 바로 손해사정사와 보험 처리 대행업체의 존재다. 물론 그분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겠지만 간혹 처리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이 있다. 더불어 근거는 없지만, 그들이 얼마나 보험 처리 상황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별개로 하고 피보험자와 회사 사이에 낀 존재라는 점에서 보험 수가 상승에도 어느 정도는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제 기분이 짜게 식었던 이유도 보험 처리 대행사 때문이다.

여느 보험 처리가 그렇듯, 저도 사고 관련하여 합의 추진을 위해 처리 대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매우 사근사근한 톤으로 견적 금액이 매우 높으니 전손 처리를 하자, 전손 하고 최대한 땡겨서 못해도 1,000만원 정도를 받게 해주겠다 등등의 소리를 하시길래 저도 어느 정도는 고려하고 있던 부분이라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 잠시 뒤에 전화해서는 싸늘한 톤으로 자기가 서류를 잘못 봤는데 이 기종은 전손 처리 할 수 없으니 실 수리비로 진행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순간 서류 잘못 본 것이 저 인줄 알았다 어안이 벙벙 했지만 알았다고 하고 사고 대차 문제로 넘어갔는데, 일반 경차 정도의 비용으로 20일분 밖에는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러분, 법령으로 지정된 사고 대차 이용 가능 일수는 30이다. 반드시 잊지 말고 보험사나 보험 처리 대행사에서 어떤 소리를 하던 여러분의 권리는 받아내도록 하자. 더불어 대차를 할 경우 나오는 기종은 동일 차종이거나 동급의 차종이다.

이 부분에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슨 말씀이시냐, 법적으로 30일인데 왜 20일이냐 라고 반문하자 20일 이상 올라가면 보험사에서 결재가 안 떨어진단다. 아니 결재가 나던 안나던 그건 당신네 사정이고제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아니잖습니까. 이미 사고 난 지 40일이 넘어가는 시점인데. 하여, 이런 내용으로 따지고 드니 굉장히 큰 선심을 쓰듯 그러면 자기들이 힘써서 25일치 까지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은 경차 렌트비 정도라고 계속 우기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동급의 차종 혹은 동일 배기량의 국산 차종이다.

이런 때는 겸손의 미덕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저도 나름대로 조사를 한 바가 있기 때문에 동급 차종의 평균적인 렌트비와 법적 보상 가능 일수 등을 근거로 들어가며 반박하니 그렇게 진행 될 수는 없다고 하며 어이 없는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가 지을 어이 없는 웃음을 대신 짓지 마라

그리하여 일단 알았다고 하고 보험사의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여러분, 대면하고 있는 실무자와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상위 기관이나 상급자가 최고다. 그들은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권한을 쥐고 있으며 더 많은 업무적 관용을 사용할 수 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한 방에 처리됐기 때문이다!

 

 

7. 일해라, 두카티 코리아!

보험 처리 문제는 이렇게 해결했는데 이제는 센터가 말썽이다. 출시된 지 5년 밖에 안된 바이크인데 벌써부터 화석 취급이다부품이 없단다. 아니 생산업체에 부품이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기왕 사고 난 것, 가능한 한 원상복구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진행하고자 했는데 부품 수급이 어렵단다.

예를 들어 크랭크 케이스의 경우, 엔진 고유의 번호가 있는데 이걸 여벌로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새로 케이스를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파야 한단다. 사실상 엔진을 새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거기에 걸리는 기간이, 두카티 코리아에 따르면 1-2개월 가량이라고 한다. 진짜 장인이 수작업 하는 듯 하다 그래, 여기까지는 납득이 가능하다. 엔진은 민감하고 가장 중요한 부품이니 그러려니 한다.

이 문제는 감안하더라도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이 두카티 정품 사이드 미러 윙커인데, 처음에 물품이 없다는 얘기를 듯고 헛웃음밖에 나오질 않았으나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상에서 씨가 말랐음을 확인하고 좀 어이가 없었다. 이 부품이 언제 출시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두카티 코리아에서 제안한 바 엔드 미러다. 이거 오픈마켓에서 $10 정도면 사는 건데 이걸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을 한다심지어 두카티 제품도 아닌 것이, 적당히 남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보험 처리는 원상복구가 원칙 아니냐 그러면서 제게 하는 말이, 본인들은 구할 수 없으니 가능하다면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아니 이봐요, 제가 두카티 부품을 구하는 게 쉽겠습니까 아니면 두카티 코리아에서 두카티 부품을 구하는 게 쉽겠습니까. 이 때부터였다. 본격 해외 밀수업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왜 사람들이 전설의 두코라고 하는지 이제서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센터에서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것이니 전문성이 더 있지 않을까, 하고 믿고 맡기기로 했다.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수리는 지지부진 했는데 그 이유가이탈리아의 휴일이 끼고 뭐가 끼고 해서 계속 크랭크 케이스 제작이 연장이 됐던 것이다. 더불어 가용 금액 안에서 순정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도 고려했어야 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11월이 되었다…!

부활하셨다!



 

8. 회상

이렇게 무려 6개월에 걸친 휘타드 물피도주 케이스는, 본격 시즌 온과 함께 센터에 들어간 휘타드가 시즌 오프와 함께 출고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런 변고를 당한 것이 억울하여 혹시나 수리 기간 중 타지 못한 것과 보험료 등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기저기 문의해보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6개월의 세금과 보험료가 폐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여러분, 물피도주는 가능하면 당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근데 그게 내 뜻대로 되냐

하지만 불가피하게 당했을 경우에는 되도록 침착하게 대응하도록 하자. 급하게 처리하면 될 것도 안된다. 사고지 주변 차주들에게 블랙박스 영상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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