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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바이크 그립 드레스업 DIY - 곤궁한 자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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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요즘 온라인 쇼핑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김랜덤 입니다.

와 이거 진짜 마약 같네요. 최저가 계속 비교해보면서 딱 제가 원하는 물건을 주변보다 싼 값에 샀을 때의 그 카타르시스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그 물건들이 딱히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게 함정

이런 식으로 계속 물건을 사 제끼다간 파산까진 아니어도 상당히 경제적으로 곤궁해지긴 할 듯 합니다. 필요하긴 한데 굉장히 필요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막 엄청난 것도 아니고.

사실 요즘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인데 그래서 물건을 더 사 버릇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 식욕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잘 안 먹거든요. 이게 고스란히 쇼핑으로 옮겨온 모양입니다. 안돼

여튼, 오늘은 바이크 그립을 사볼까 하다가 딱히 순정과의 차이점이 크게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립 DIY 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건 DIY라기 보다는 일종의 발악에 가까웠지만요

결국 DIY 하느라 힘이 들었던 사유로 예의를 생략하고 음슴체로 가도록 하게씀미드

 

바이크 그립 드레스업 DIY – 곤궁한 자의 몸부림

Bike Grip DIY – Pity Poor DIY

 

1. 별 것 없었던 시작

온라인에서 한참 바이크 그립을 보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단순 교체식인데다가 크게 눈에 띄는 것들이 없어 이걸 과연 사야하나 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제 취향은 좀 튀지 않는데 알고 보면 화려하거나 묵직한 그런 종류의 것들인데 참으로 까다롭다 대개의 경우 조악하거나 너무 튀거나 하는 것들이다. 역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가 그립들의 구조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생각은 흘러 흘러 결국 바이크의 그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립감과 그립력이 아닐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고무 그립이 제일 낫다는 말인데, 지금 그립에서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저는 그냥 쇼핑이 하고싶었을 수도 있다. 혹은 그냥 무언가를 바꾸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으리라. 뭔가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자꾸 커져만 갔고, 그러던 와중 연관 검색으로 떠오른 물품들을 보고 마침내 좀 웃긴 결심을 하게 된다.

스티어링 핸들 바 잖은가? 어쨌든 바Bar. 예전 자전거 탈 때도 바 테잎을 그냥 자가 교체 하곤 했는데 이것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립을 바꿀 것 없이 그냥 드레스업+기능성 부여의 의미로 바 테잎을 감자!

라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다. 너무 단순해서 치가 떨린다

 

 

2. 재질은 가죽!

제게는 몇 해 전에 사놓은 가죽이 조금 있다. 대체 이거 한 필 사서 몇 년을 우려먹는지 모르겠다. 써도 써도 줄어들질 않는다 여러분도 시간 날 때 성수동 원단 시장 가서 가죽 한 필 사 놓으시길 권장 드린다. 정말 요긴하게 여러 군데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표면적을 늘이는 것 같다

자전거 탈 때의 로망이 가죽 바 테잎 이었는데, 간지도 간지 지만 그 실용성이 꽤나 우수했기 때문이다. 땀 흡수나 그립감, 그립력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바이크 같은 경우는 조금 달라서 제 바이크는 금속이나 합성수지가 더 어울리는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여기에 포인트 정도로 자연적인 소재를 넣어주면 어떨까 라는 말도 안되는 역발상에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가죽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점점 증식하고 있던 가죽을 꺼내어 재단하기 시작했다. 뭐 재단이라고 해봤자 별 것 없고 그냥 일정한 폭으로 길게 잘라주는 것 밖에는 없지만.

제가 두카티 하이퍼모타드 796 모델의 순정 그립에 적용하기 위해 재단한 가죽은 다음과 같은 사이즈다.

l  저의 삽질에 사용된 불행한 가죽의 재단 형태
-
35 X 길이 430 mm
-
두께 1mm 가량

후술하겠지만 이건 좀 두꺼워서 양감이 좀 심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이 작업을 하실 분이 있으시다면 더 얇은 가죽을 사용하시길 권장 드린다.

어느 집에나 가죽 한 필 쯤은 있는 거잖아요?


 

 

3. 빠지면 섭섭한 낭패와 노선 변경

제가 처음에 구상했던 방법은 자전거 바 테잎과 마찬가지로 끝부분의 노출된 부분까지 싹 다 감아서 핸들 바 끝부분에 넣고 이를 바 엔드로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바 엔드와 핸들바 사이의 공간이 매우 거슬렸기 때문에 이걸 막아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빠지면 섭섭한 낭패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번째는 바 엔드가 일종의 고착화가 되어 핸들바에서 빠지지를 않았던 것이다. 진동 때문에 부품이나 나사가 털려 나가는 것을 보고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나사를 꽉꽉 조이기 시작한 것이 이 모양이 될 줄 누가 알았던가. 마음만 먹으면예를 들어서 집에서 추가로 공구를 갖고 온다던가 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았다.

이런 낭패를 보았나


그리고 두번째가 정말 중요한 요인인데, 스로틀 그립이 움직인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진짜 바보냐 바와 같이 고정되어 돌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그립만 돌아가는 형태였던 게지. 도대체 어떻게 이 구조를 잊을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찌됐든, 주차장에 내려와 이 사실을 확인하고 저는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꾸게 되는데, 어떻게든 바에 그립은 추가해보고 싶었던 지라 이런 말도 안되는 수를 쓰게 된다.

바로 공업용 양면 테잎을 사용하여 가죽을 바에 붙여버리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짓을 하면서 지금 생각난 건데 차라리 다음엔 가죽을 기워 붙여 클래식 바이크 핸들처럼 가죽 그립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잘 떨어지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명 나면 다음에 해봐야겠다.

여튼 집 안에 잠자고 있던 공업용 테잎을 꺼내어 가죽 뒷면에 잘 발라줬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와 바 테잎 감는 작업을 시작했다.

약간의 요령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바 테잎 감는 요령은 간단하다. 최대한 테잎을 당겨주면서 밀착되게, 그리고 감는 간격은 일정하게. 그래야 완성되었을 때 손으로 잡는 각 부위의 그립감이 서로 다르지 않고 균일해진다. 그리고 끝에 남는 부분의 양 때문에 감는 간격은 더욱 중요하다.

그리하여 몇 번의 시도 끝에 저는 가죽으로 바 테잎을 감아버린, 아마도 초유의 것이 아닌가 싶은 DIY 라고 쓰고 뻘짓이라고 읽는 유사 행위를 마쳤다.


 

 

4. 에필로그와 감상

아직까지 별 다른 탈 없이 잘 쓰고 있다. 테잎은 공업용이라 그런지 의외로 굉장히 튼튼하고 잘 붙어있고, 나중에 열처리를 하거나 여름이라도 오면 절대 떨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붙어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위에 쓴 것 처럼 제가 보유한 가죽의 두께가 조금 두꺼운 편이라 (약1mm) 두툼한 그립이 나온다는 점이다. 제 손에는 약간 두껍지 않은가 싶다.

그래도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케블라 섬유로 된 실 같은 것을 구해서 위에 적어놓은 대로 기워서 예전 카페레이서 스타일의 그립을 한 번 만들어 볼까 싶다. 어찌됐든 뭔가를 바꾸고 싶은 것이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옥에서 올라온 인피그립의 소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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