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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롤케이지 장착 DIY – 굴러도 살겠다는 의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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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분량 조절 실패 오랜만이네요.... 면목 없습니다.

허나, 다른 말로 하면 이건 그만큼 이 작업이 길고 고된 것이었다는 말입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쓰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2022.01.30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86 롤케이지 장착 DIY – 굴러도 살겠다는 의지 (1/2)

 

86 롤케이지 장착 DIY – 굴러도 살겠다는 의지
86 Roll Cage Installation DIY – Roll Survivor

 

6. 차를 털어내자

보통 제가 DIY 일기를 쓸 때 탈거와 장착을 한 세션으로 묶어 작성했는데, 롤케이지 장착의 경우에는 몹시 큰 공사다 보니 세션을 분리해 쓰도록 하겠다. 내부를 털어내는 것만 해도 한세월이다.

 

1열 시트

밑에 숨어있는 전선 뭉치를 조심하자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를 떼어내자. 1열 시트가 얼마나 간단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볼트 4개만 풀어내면 시트를 떼어낼 수 있다.

볼트는 시트를 바닥에 고정하는 시트 레일의 앞뒤 각 끝부분에 하나씩 자리하고 있는데, 매우 확인하기 쉽게 둥그런 모양의 브라켓에 고정되어 있다. 양쪽 시트 레일을 확인하고 볼트를 풀자.

볼트 4개를 다 풀어내고 신나서 의자를 있는 힘껏 뽑아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한국에 입고된 86은 안전벨트 착용 감지 센서와 착석 감지 센서는 물론이고 열선 시트도 적용되어 있다. 이런 전자장비들이 작동하는 동력은? 전기다. 전선이 이어져 있다는 말이다.

시트를 옆으로 뒤집고 평소에 볼 일이 없었던 시트 바닥을 보자. 시트 레일 조절 레버 뒤로 전선 뭉치와 커넥터가 보일 것이다. 미련하게 손톱으로 끙끙대지 말고 도구를 사용하여 간편하게 분리하도록 하자.

이제는 시트를 마음껏 들어도 좋다. 운전석과 조수석 두 시트를 들어내 안전한 곳에 두자. 운이 좋다면 시트가 있던 자리에서 동전 몇 개 정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수치심을 자극하는 불결한 생활의 흔적들만 있겠지만.

 

2열 시트 & 등받이

뒷좌석은 힘들 게 없다. 뒷자리 레그룸이라고 부르기는 좀 민망한 공간을 보면, 뒷좌석과 연결된 웬 동그란 브라켓 안에 볼트가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뒷좌석을 고정하는 볼트다. 6각 렌치로 잘 풀어서 보관하자.

볼트를 풀고 나면 뒷좌석 시트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ISO-FIX와 유사한 고리에 걸려있는 시트 고정용 걸쇠를 풀어주면 된다. 이게 은근히 허술한 것 같으면서도 단단하게 걸려 있으니 재주껏 잘 벗겨보자.

등받이를 제거하는 부분이 힘들 것인데, 부피가 상당히 크기 때문. 1열 시트의 경우 덩치는 크지만 앞문 자체가 넓기 때문에 탈거하거나 들어내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앞자리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86의 협소한 실내공간에서 저 커다란 등받이를 가지고 움직이는 건 좀 힘든 일이다.

등받이 제거는 오히려 트렁크에서 작업하는 편이 편하다. 납치당하는 기분으로 자진하여 트렁크로 기어들어가면 의외로 아늑하고 좋다. 정신차려 잠들지 말고 일단 시트를 앞으로 접으면 대충 풀어야 할 것 같은 볼트들이 보일 것이다. 시트 쪽 말고 차체와 고정되어 있는 쪽을 푸는 편이 탈거가 수월하다.

볼트를 다 풀어 등받이가 자유를 찾았다면 재주껏 잘 빼내어 보자. 참고로 트렁크로는 나오지 않는다. 해봤구나

 

2열 & C필러쪽 벽면 내장재

C필러를 위시한 뒷좌석의 옆면을 덮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된 거대한 판때기들이다. 무쓸모인 뒷좌석 스피커 그릴도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외로 나사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현대 금형 설계와 조립 기술 정수의 편린을 느낄 수 있는 부품이다. 그 커다란 판이 요철과 스냅 클립으로만 고정되어 있다. 진짜 신기하다. 마치 커다란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와 별개로 부피가 커서 분리하고 떼어내는 데 거동이 불편해 짜증을 느낄 수는 있겠다.

떼어내는 방법은 조립되어 있는 방식만큼이나 간단한데, 틈새에 헤라나 드라이버를 밀어 넣어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만들고, 충분히 힘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손이 들어갔다면 힘으로 뜯으면 된다. 물론 경질에 가까운 플라스틱 재질이니 갑자기 힘을 주면 내장재 바사삭 부러질 수 있으므로 천천히 힘을 가하도록 하자.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따듯한 실온에서 작업하길 권한다.

뜯고 나서 휠 하우스 안쪽의 더러움에 놀랄 수 있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닦을 세정 티슈를 준비하면 더 좋고.

 

바닥 내장재

스테이플러에 놀라고 나서 이 만큼만 들어올리자

전 항상 카 매트 아래에 있는 이 푹신한 천 같은 것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오늘 에서야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됐다. 차체와 닿는 면이 방수처리 된 펠트와 비슷한 느낌의 천이다. 바닥에는 쿠션감을 위해 뜯고 싶게 생긴 노란색 스펀지가 덧대어져 있다.

하하, 이 녀석 하고 냅다 뜯으려 시도하면 의외의 저항에 당황할 수 있는데, 접착제와 거대한 스테이플러로 차체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래야 격렬한 발놀림 아래서도 제 자리를 고수할 수 있겠지. 아니라면 진작에 차 바닥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 같은 컨텐츠가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스테이플러라고 해서 의아해할 수 있는데, 쇳덩이에 박혀 있는 게 아니라 차 안쪽의 연질 플라스틱 부분에 붙어있다. 쇠를 뚫을 정도의 스테이플러라면 애초에 그냥 볼트를 쓰는 게 낫지 않겠나. 어쨌든, 꽤 굵은 것이므로 괜히 맨손으로 시도하다 손톱 들려서 응급실 가지 말고 드라이버 같은 도구를 사용하자.

바닥 내장재는 완전히 걷어낼 필요가 없다. 롤케이지 설치만을 염두에 둔다면, 롤케이지가 차체와 맞닿는 부분만 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괜히 저처럼 착각하여 다 걷어낸다고 센터 터널 분해하다가 뒤늦게 깨닫고 슬퍼하지 말자.

 

이 고된 작업을 다 완료했다면, 축하한다. 장착에 필요한 대부분의 사전 작업을 마쳤다. 텅 빈 차 안에 앉아보면 생각보다 광활한 실내에 놀랄지도 모른다. 대체 이 넓은 공간에 뭘 어떻게 했기에 그런 비좁은 곳으로 만든 거냐 토요타. 뭐긴 뭐야 의자하고 등받이지

잠시 만족감을 느끼며 쉬고 체력을 회복하자. 앞으로는 설치와 복구라는 매우 고된 일정이 남아있다. 의자를 들어낸 차 내부가 의외로 편해서 누워 있으면 잠들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7. 차에 롤케이지를 들이자

앞서 부품 유무의 확인을 위해 밖에서 가조립을 해봤기에 조금 익숙해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훗 이쯤이야, 라는 생각이 들거든 오만한 자신을 매우 타이르자. 실내는 바깥과 차원이 다르다. 좁아 터진 실내에 저 거대한 철봉들을 나르고 조립해야 하는 것이다. 아까는 생각보다 광활하다며

내부에 롤케이지를 들이면 이런 모양이 된다

메인 후프Main Hoop

구조적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 건 알겠는데, 기왕이면 좀 잘라서 만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긴다. 세로나 대각선으로 바로 넣으려고 하면 당연히 안들어간다. 이게 U자 모양이라는 것을 잘 활용해서 한쪽 끝부터 무슨 낚시 바늘에 지렁이 꿰듯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넣어야 한다. 참 나.

넣기 전에 유의해야 할 것은 단연 정상적으로 위치했을 때의 앞과 뒤의 구분. 리어 브레이스를 봐서 모르겠다면 윈드쉴드 러너의 관절 부분의 형태를 잘 보자. 제가 구매한 제품은 리어 브레이스 쪽이 가로, 윈드쉴드 러너 쪽이 세로로 되어 있었다. 앞뒤를 뒤집어 넣었을 경우 안에서 돌리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니 아까와 같은 해괴망측한 짓을 하며 다시 밖으로 꺼내야 하므로 주의하자.

메인 후프를 세웠다면 사실상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다.

 

리어 브레이스Rear Brace

작고 귀엽다 가벼워서 매우 쉽다. 그냥 들고 들어가서 뒤쪽에 놓으면 된다.

리어 브레이스는 좌측과 우측의 차체 접지면 생김새가 다르다. 매뉴얼을 잘 읽어보고 좌우를 잘못 장착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 대개의 경우 잘못 놓더라도 휠 하우스의 곡면을 따라 접혀 있는 접지면을 보고 알아차리게 되지만, 이상하네 하고 망치질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

 

윈드쉴드 러너Windshield Runner

메인 후프 다음으로 큰 부품이지만 모양과 실내 공간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장착위치에 놓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본 파이프 자체는 좌우 대칭으로 생겼지만, 전면 후프 바 장착을 위한 관절 부분이 있고 리어 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좌우의 접지면 모양도 다르기 때문에 헷갈릴 일은 없다.

역시 설치위치에 잘 두도록 하자.

 

전면 루프 바Front Roof Bar

위아래로 뒤집어도 같은 모양…일리가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양끝이 한 쪽으로 치켜 올라가거나 내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모르겠다면 관절 부분을 보자. 八자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걸 좌우 윈드쉴드 러너의 관절 부분에 잘 대보며 위치를 가늠하면 된다. 이건 뒤집어 장착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뒤집어 낄 수 있다면 반드시 나사NASA에 신고하도록 하자. 당신은 초능력자다.

 

이렇게 힘들여 차 내부에 롤케이지 부속들을 들였다면 관절 부분에 볼트와 너트, 와셔로 가조립을 하도록 하자. 차체에 고정시킬 위치를 잡아야 하므로 조금 뻑뻑하다 싶을 정도로만 조여주는 게 좋다. 다 조이고 나서는 잠시 차 내부에 롤케이지가 자리한 모습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자. 저는 폐소공포증 걸릴 것 같았다.

 

8. 위치를 잡고 구멍을 뚫자

구멍 뚫는 등의 설치가 필요한 웬만한 차량 용품들의 매뉴얼에 공통적으로 적혀 있는 문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전문가와 상의할 것’ 혹은 ‘전문가에게 설치를 맡길 것’이다. 뭐 면책성 문구라는 건 알겠는데, 저렇게만 적혀 있고 설치 방법에 대한 설명이나 도면이 없으면 상당히 분노케 된다. 다행히 쿠스코는 그 정도로 방종하진 않아서, 사진까지 곁들인 자세한 설치 방법이 매뉴얼에 적혀 있다. 이것만 참고해도 설치가 가능할 정도. 아마 제가 DIY를 결심한 것도 그래서…가 아니구나. 아예 맡긴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나중에 매뉴얼을 본 거였구나. 죄송하다.

 

차체에 뚫는 구멍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차량의 모습

윈드쉴드 러너와 메인 후프를 고정하는 위치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차체 굴곡에 맞춰 바닥의 고정대도 굴곡져 있어 이 부분을 맞추면 된다. 게다가 윈드쉴드 러너의 경우 전면 루프 바를 장착하면 사실상 폭은 고정이니 더욱 편하다. 매뉴얼의 사진을 보며 최대한 차체 바깥쪽으로 밀어붙여 구멍 뚫을 자리를 표기하도록 하자.

문제는 리어 브레이스인데, 차체와 맞닿는 부분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있는 위치나 부위가 없다. 휠 하우스는 그저 둥글 뿐. 매뉴얼도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대략적으로 어떻게 되겠다 정도만 짐작 가능할 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일단 전반적으로 롤케이지를 가조립 한 뒤 리어 브레이스 장착을 위한 구멍 타공 위치를 잡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염두에 둘 것은, 롤케이지는 여러 개의 부품과 관절로 이루어져 있어 한정적이나마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조립하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말인 즉슨, 내부에 들인 뒤 가조립 했을 때 정확히 구멍 뚫을 위치를 잡아줘야 한다는 것. 예컨대 섣불리 메인 후프와 윈드쉴드 러너를 고정할 구멍을 뚫고나서 고정시켰는데, 리어 브레이스를 조립하면서 보니 뒤쪽 휠 하우스와 2cm의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아… 제가 예시로 들었지만 너무 잔인한 상황이라 잠시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여담이지만, 이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메인 후프와 윈드쉴드 러너를 고정시킬 구멍을 다시 뚫는 것이고, 정 안되는 경우 알루미늄 주괴를 구하여 리어 브레이스와 차체 사이에 용접하는 방법 정도가 있을 것이다. 왜 주괴씩이나 되는 것을 구해서 용접하냐고? 잊었나? 롤케이지는 차체와 고정되어 안정성을 얻는 품목이다.

어쨌든, 리어 브레이스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은 자명하니 최대한 잘 조정해보도록 하자. 이에 대해서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확신할 만한 위치를 잡았다면 구멍 뚫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냥 단순히 볼트의 지름에 맞는 드릴 비트를 사용해서 차에 구멍을 뚫어주면 된다. 옆으로 밀려 엉뚱한 곳에 구멍이 숭숭 나 피눈물을 흘릴 일이 없도록 한 번에 고통 없이 끝내도록 하자. 드릴을 차체와 수직으로 세우고 강하게 힘을 주어 누르며 드릴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의 하나를 뚫기 까지가 어려울 뿐, 하나를 뚫었다면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으니 마구 뚫어버리자. 루비콘 강을 건너는 케사르의 심정이 이랬을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후열 벽면 내장재에 뚫는 구멍

얼마나 분노가 컸는지 알겠는가?

이게 끝이 아니다. 앞서 절망적 예시를 들었던 리어 브레이스는 다른 두 부위와는 다르게 내장재를 뚫고 나와있는 부품이므로 아까 떼어놨던 거대한 두 개의 플라스틱 판에도 구멍을 뚫어야 한다. 여기에서 구멍 뚫개, 현장 용어로 홀캇타가 등장한다.

이 부분은 작업하기 몹시 곤란한데, 차량 현황마다 장착 위치가 조금씩 다를 것이기에 매뉴얼에서 보여주는 구멍 위치가 항상 정답은 아니기 때문. 기술이 좋은 분이라면 3D 모델링을 하거나 측량과 마스킹 등으로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의 작업을 하고 있을 당시 시각은 새벽 1시 반, 제 누적 작업시간은 1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고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구상은 머릿속에 돌아다니고 있었으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지라 이성을 잃고 대충 초크로 가늠한 뒤 구멍을 냈다. 이게 안 맞으니 분노 중첩으로 극대노 상태에 빠져 두 번, 세 번…. 결국 양 손 가득히 검은 플라스틱 가루를 묻히고 만신창이가 된 처참한 플라스틱 패널을 껴안으며 포효하게 된다.

…모양이야 어쨌든, 리어 브레이스를 달 수 있는 구멍은 확보했다. 착한 여러분은 정확히 작업하도록 하자. 내장재 패널 비싸더라.

 

 

9. 완전 고정

이제 드디어 유종의 미를 거둘 시간이 도래했다. 아래 순서를 염두에 두고, 적합한 위치에 구멍을 잘 뚫었음을 전제 하에 작업하도록 하자.

베이스 플레이트. 이제 이걸 사용할 때가 왔다

6점식 롤케이지 조립/고정의 순서

메인 후프 → 윈드쉴드 러너 → 전면 루프 바 → (리어 브레이스를 관통시키며) 2열 내장재 패널 위치 잡기리어 브레이스 완전 장착(고정) → 2열 내장재 패널 조립

 

매뉴얼 상의 부품 배치 순서

(아래서부터) 볼트 → 평와셔 → 베이스 플레이트 → (차체) → 롤케이지 브라켓 → 평와셔 → 스프링 와셔 → 너트

 

위의 난관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왔다면 이제부터 할 작업은 단순한 너트 볼트 조이기에 불과하다. 매뉴얼을 참고하여 부품 조립 순서에 맞춰 내용물을 위치시키고 조이기를 시작하자. 너트가 고정식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정될 때 까지는 너트를 스패너로 잡아주고 볼트를 돌려야 한다. 그 뒤 때가 됐다 싶으면 임팩트 드라이버나 렌치로 사정없이 조져버리도록 하자. 단단히 고정되어야 하는 부위기에 약간의 분노를 실어도 괜찮다.

저는 이 단계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메인 후프의 조립을 하고 있었는데 볼트의 길이가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너트가 나사산에 걸리기만 하면 그냥 조여버리면 되는데 그 약간의 도움닫기가 되질 않는다. 혹시나 해서 볼트들을 모두 꺼내 길이를 대보니 다 같은 크기였다. 말인 즉슨, 볼트 길이가 모자라는게 아니라 유격 문제로 닿지 않는 것. 원인은 아마도 방진패드로 추정된다. 원래대로라면 롤케이지 고정 자리에는 방진패드를 붙이면 안 되지만, 저는 볼트온 방식의 롤케이지인지라 완충 역할도 시킬 겸 차라리 더 강하게 압착해서 유격을 없애기로 했다. 이 방진패드의 두께 1.2mm 정도가 되니 나사산에 걸리기 위한 도움닫기 공간을 차지해버린 것.

베이스 플레이트에 볼트를 체결한 모습. 이제 거의 끝나간다

한 사람이 더 있었으면 밑에서 힘껏 밀어붙이는 사이 위에서 눌러주며 조립하면 될 것 같았으나, 제가 민폐를 끼치는 시각은 새벽 2시였고 장소를 빌려준 권실장은 피곤에 곯아 떨어진 상태. 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도저히 권실장의 쪽잠을 깨울 수 없었다. 저 혼자서 해결해보려 했지만, 원래 비루한 몸뚱아리 탓인지, 아니면 오랜 작업으로 피곤해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너트가 나사산에 걸리는가 싶더니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흠, 아마도 높은 가능성으로 원인은 전자일 것이다.

그래서 짜낸 고육지책이 차체 중량을 이용하는 방법. 차는 지금 작업을 위해 리프트에 올라가 있잖은가. 그렇다면 차체의 중량으로 베이스 플레이트와 차체 간의 간격을 눌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단순한 발상이다. 밑에 받침대를 놓고 그 위에 볼트를 롤케이지 장착을 위한 볼트 구멍에 맞춰 위치한 후, 리프트를 내리겠다는 것.

몹시 절박했던 지라 남아있는 모든 집중력을 동원하여 리프트가 원하는 만큼만 내려올 수 있도록 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마치 순발력 게임 하는 느낌이었다. 단, 이 조치는 상당히 극단적인 것이므로 리프트의 하강 높이를 조절할 자신이 없다면 시도하지 말자. 자칫하면 차체가 우그러지는 끔찍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다. 털었던 실내를 복원하자.

 

10. 저는 잘 쓰고 있다

공교롭게도 저는 다음날 즐거운 모터 스포츠 인생을 위해 지인들과 패독을 예약했던지라, 의도치 않게 롤케이지 장착 후 주행 질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종합적인 롤케이지 장착 후 느낌 겸 후기는 다음과 같다.

 

뭔가 단단해졌다

차체가 휘는 걸 엉덩이로 느낄 수 있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데, 뭐 논란을 일으킬 정도의 느낌은 아니고 차체의 거동을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정확한 기술적 작용-반작용 관련해서는 자료를 찾아봐야겠지만 일단 느낌상 차체의 뒤틀림을 어느 정도 막아줘서 서스펜션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보조 역할 정도를 해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작이 용이해진 느낌이다

 

중량 추가에 따른 체감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이야 뭐 제 86에는 이것저것 추가된 게 많으니 논외로 해야 할 듯 싶기도 하다. 애초에 경량화는 크게 생각치 않고 필요에 따라 이것저것 붙여 놨으니, 30kg정도 더 추가됐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추가된 중량도 거의 차량 전체에 분산되어 있으니. 86의 출력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체감이 오리라 생각했는데 꼭 그러지만은 않더라

 

생활 공간에서 불편함은 크게 없다

롤케이지를 장착한 차주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거주공간의 편의성 저하인데, 예컨대 실내에 여기저기 쇠파이프가 도사리고 있으니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6점식 롤케이지의 경우 차량 옆면을 보강해주는 문 쪽 보강 바가 없어 타고 내리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형태도 원래 있었던 기물들과 절묘하게 위치가 겹쳐 사용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실내에 파이프가 도사리고 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부딪혀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긴 한다.

도리어 잡을 곳이 생겨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86에는 흔히 세단이나 일반적인 차량 들에서 볼 수 있는, 지붕 쪽에 위치한 손잡이가 없다. 이걸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 몇 있던데 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눈에 잘 띄고 척 보기에도 몹시 튼튼해 보이는 파이프가 실내를 가로지르고 있으니 그걸 잡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대체 왜 잡는걸까

 

다만 못쓰게 된 것이 몇 개 있다

일단 햇빛 가리개를 펼 수 없다. 전면 루프 바에 막혀 펼쳐지지가 않는다. 어떻게든 열어보려 했는데 접지 않고서야 방법이 없더라. 그에 따라 거울도 보지 못하게 됐다. 기껏 LED 전구를 가져다 넣었는데 조금 아까운 감이 없지 않다.

룸 미러의 관절 가동폭에도 제한이 생긴다. 룸 미러 바로 위를 전면 루프 바가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 그래서 한동안은 룸 미러를 볼 일이 있을 때 고개를 숙이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수동으로 조작하는 CM, Chromic Mirror다. ECM 룸 미러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건 수동이니 Electronic은 빼자. 어쨌든, 조절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니 멀쩡하게 볼 수 있었다. 바보인가, 저는

 

마음의 안정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겠지만, 혹여나 차가 전복되거나 굴렀을 때 제 뚝배기를 보호해줄 수 있는 하나의 안전장치가 추가됐다고 생각하니 뭔가 든든한 느낌이다. 심적인 안정감이 조금 상승했다

 

11. 후속조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후속조치를 취했다.

 

완충재 부착

무심코 있다가 파이프에 몇 번 머리를 부딪혀 혹이 생긴 이후로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롤케이지에는 스폰지 패드 같은 것을 덧댄다. 제 이마의 혹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대회 규정으로 가면 이것도 규격이 있어서, 최소한 방염소재를 사용해야 하고 웬만하면 글 작성 시점인 2022년 기준으로 SFI 3.3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도, 이런 인증 소재는 일반적인 물품에 비해 몹시 비싸다. 비영리재단이라며 SFI

그래서 짜낸 고육지책이 EVA폼을 케이블 타이로 고정시키는 것. 이 정도면 완충작용도 충분할 것이고 불에 타지도 않으니 걱정 없다. 대신 녹아내리지

이 이후로 머리에 혹이 나는 일은 없었다.

 

볼트와 너트를 한 번 더 조여주자

볼트 너트는 완전 고정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특히 차가 움직이면서 이 막대한 질량이 왔다갔다 할 것을 생각하면 볼트와 너트가 풀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매뉴얼에서도 장착 후 5-10마일, 즉 10-15km가량 운행한 뒤에 다시 볼트와 너트를 점검하고 조여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장착한 것인 만큼 신경쓰자.

이처럼 기나긴 과정을 거쳐 롤케이지 장착을 마쳤고, 이 롤케이지는 아직도 제 차에 잘 달려있다. 사고나면 두개골 바사삭 하니 제발 좀 떼라는 열화와 같은 성원이 많았지만 시간이나 작업량도 그렇고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그냥 달고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특별한 뭔가가 없으면 그냥 달려있지 않을까 한다.

잘 타고 다니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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