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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BMW R nine T 구매와 소회 – 전 이게 정말 갖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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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격조했습니다. 이번엔 오토바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는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주변에서 아무도 타지 않아 몇몇 동호회와 솔로 라이딩을 전전하다가 일시적으로 바접 했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타던 두카티Ducati 하이퍼모타드Hypermotard 796이 너무 무서워 다루기 벅찬 나머지 잘 타지 않게 됐던 것도 있고, 집을 사는 바람에 집에 비용을 녹여야 했기 때문도 있지요….

그러다가 웬일인지 친한 친구인 상길이가 숙주(…)로서 주변인들을 감염시키는 바람에 함께 하는 그룹에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많아져 혼다Honda의 레블Rebel 500으로 다시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레블 500과 관련된 내용을 다 건너뛰고(…) 출시 당시부터 제 꿈의 오토바이였던 것을 구매하는 이야기 입니다. 레블 500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나 여타 호작질들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글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희망 기종 하나쯤은 품고 있지 않나

언젠가는 다시 오토바이로 복귀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주변의 막대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개방감이나 속도감, 편의성과 탈 것에 대한 욕심 등등 일그러진 개인적 욕망이 버무려져 시작했던 것이라 딱히 그만 둘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타니 너무 외로워서가 주요 사유였을 정도다. 아, 논외로 이전에 타던 하이퍼모타드는 정말 무서웠다. 타는 사람의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초월적 성능의 기기를 쥐여주면 어찌 되는지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죽을 까봐 방출했다는 게 농담만은 아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일시 바접

의젓하다

제 바이크 경력이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정말 가지고 싶었던 바이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BMW 나인 R nine T였다. 어찌 보면 86과도 비슷한 이야기로 2014년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저는 이 기종에 홀려 있었다. 과거를 재해석한 고전적 외관, 유지보수 주기가 굉장히 긴 샤프트 드라이브Shaft Drive 구동 방식, 혼다와 맞먹는 엄청난 내구성의 고급 사골 R엔진, 그리고 몹시 편한 자세에서 비롯하는 활동적인 주행감과 넉넉한 출력 등은 구매 욕구를 굉장히 자극하는 요소였지만 막대한 가격이 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게다가 자동차의 그것과 비슷한 옵션질은 안 그래도 높은 가격을 더더욱 상승시켰고…. 아무리 많이 판매되고 중고매물이 많아도 가격이 2천만원에 육박하면 접근성이 한없이 낮아진다.

결국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꿈으로만 남아있을 줄 알았다. 그래도 지향점인 것은 변함 없기에 종종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지.

 

마귀 같은 친구를 대가는 크다

제가 타던 혼다의 레블 500은 분명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바이크지만, 미들급 정도면 충분한 출력이 아닌가 싶었던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했다. 주로 저배기량만 타던 상황이라 이 정도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하이퍼모타드 같은 것에 손을 댔던 상황이라 출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줄 수는 없었다.

행실이 단정하고 지적이며 차분한 친구다

제게는 큰젖 틀니글 데저트 이글이라는 훌륭한 개인용 마귀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자는 타인의 잠재된 욕망을 자극하여 부풀리고 결국 구현 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목표를 포착했다 저는 몹시 취약한 상황이라 그의 훌륭한 먹이감이 되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람의 감수성이 가장 풍부하고 이성적 판단이 희박해질 무렵인 저녁 11시 즈음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대부분의 통화 내용을 종합 요약하면 나인 정말 좋더라언제 , 아아미안….” 정도가 되는데 이걸 수시로 당하게 되면 예상 외로 데미지가 상당한 것이다. 여기에 간헐적인 바이크 사진 공격까지 더해지면….

사실은 안 그래도 기변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 출력에 대한 갈증도 그렇고, 생각보다 크루저 장르는 제가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던 것. 아무래도 저는 좀 높은 활동성을 원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자금과 적합한 매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충동을 억제중인 상황이었는데 매일 밤 저런 박차를 맞게 되니 제 마음의 저항은 점점 무너져갔다. 앙대 결국 매일 밤 파쏘Passo바튜매를 전전하는 원혼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상길이는 정말 좋은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화였다. 아크맨 같은

 

매물이 나타났다 

좌측이 옛 노멀 스타일 2, 우측이 스크램블러

제가 사고 싶었던 알 나인 티는 예전 구분으로 스타일Style 2에 해당하는 은색 탱크의 것이다. 스크램블러Scrambler 모델도 특유의 마초 스러움과 회색의 탱크에 끌렸지만, 기계적 성능이 보통 모델이 더 좋다는 것을 듣고 완전히 마음을 정했다.

문제는 역시 가격인데, 스타일 2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전반적인 라인업과 모델 정리가 끝난 2022년 이후부터는 은색 탱크는 옵션Option 719 품목으로만 나오게 됐다. 이전에도 추가금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 옵션 719에 해당하는 항목들의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일단 탱크만 알루미늄 컬러로 변경하는 데 120만원이 추가된다. BMW 모토라드Motorrad에도 나만의 알 나인 티 만들기 기능이 있는데, 이걸로 제가 원하는 형태를 모두 넣었을 경우의 견적은 22 기준 2,930만원…. 새 차는 살 수 없음이 밝혀졌다. 빠른 판단

이러면 구매를 못합니다

순정 옵션 개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양날의 칼이다. 제 입맛과 다른 사람의 취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중고 거래 상황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신이 극대의 만족을 누렸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쓸모 없는 옵션일 수 있기 때문으로, 알 나인 티는 그런 점에 정확히 부합하는 경우다. 사실 자동차와 같이 어떤 성능적 변화, 예컨대 포르쉐Porsche의 PCCB(Porsche Ceramic Composite Brake) 처럼 성능이 막대하게 차이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는 외장 파츠가 대부분이지만, 이 외형은 성능적인 부분보다 더 심하게 취향을 타는 것이라 더욱 그렇다. 한 마디로 하면 충분한 자금이 없었기에 중고 시장에서 제가 원하는 매물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MY22년부터 성능과 일부 부품이 개선되고 EURO 5 대응하는 배기 시스템을 갖추고 나온지라 그 이전의 모델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스스로 구매를 막고 있었다

그런데 유니콘이 나타났다.
아니 대체 이러는 거야 진짜

눈을 의심했다

위치가 경상남도 양산이긴 한데, 진정 원하는 매물의 경우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가 가거나 물건을 탁송 보내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적산계가 300 km 에 불과했고 제가 원하는 외장이 죄다 들어간 옵션 차량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격도 제가 생각하던 범주 내였다.

야심한 시각이라 차마 바로 연락은 못하고 괴로운 가슴을 부여잡고 오지 않는 잠을 겨우 청한 뒤, 다음 날 날이 밝고 실례가 되지 않을 시각 9시에 바로 전화를 넣었다. 다행히 차량은 있고 보러 오라 하신다. 그간 할 게 없었으므로 휴가 사용에 별 미련이 없었는데 당일에 바로 휴가를 낼 수 없는 체계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하여 속이 타 들어가는 와중에 하루의 말미를 얻어 이틀 뒤에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판매자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다른 사람이 보러 오기로 했단다. 순간 아득한 기분을 맛봤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닌 것이, 차량 자체가 소재지를 제외하면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매물이었던 것이다. 씁쓸한 기분으로 알겠다, 혹시 거래가 무산되면 연락 달라 라는 중고 거래 선점 실패시의 완벽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저녁에 전화 하셔서는

거래가 불발 됐다고 내일 오랜다.
뭐예요 진짜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 일찍 KTX를 타고 경남 함안으로 출발했다….

 

빠른 구매, 황급한 등록

시간과 거리가 상당한 만큼 내려가는 길이 고생스러워야 마땅하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힘든 거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오전 4시 반에 일어났는데 졸리지도 않더라. 그렇게 아드레날린에 힘입어 판매처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오전 11시. 모두가 바삐 돌아다니며 일을 보는 찬란한 아침 햇살 속에 경상남도에 거지꼴로 입성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안 살수가 있죠

사실 생각 같아서는 물건을 보고 자시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는데, 일단 적산거리가 너무 짧은지라 이게 문제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난 경우일 것이고 그 외라면 어차피 보증수리 대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나인 티였던 무언가 겠지 하지만 제가 직접 내려간 이유는 구차하게도 탁송비가 없어서…. 차량을 보러 가기로 결정하자마자 부리나케 금전을 끌어 모은 상황이라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예 타고 올라올 요량으로 헬멧, 장갑, 휴대폰 거치대와 보조배터리를 준비해 간 것이다. 평일이니 현지에서 차량 등록하고, 네비게이션 상으로 대략 8시간 정도 걸리니까 최소한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집념 계산이었다.

저의 원대한 상경계획

그리고 물건을 보자마자…. 뭐 살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충 봐도 이건 새 차인지라 그냥 바로 구매하겠다고 하고 비용을 이체해드렸다. 서류 받고, 나머지 부품들도 받고 다 배낭에 넣은 다음 탁송 차량 불러 드리냐고 물어보시길래 저의 원대한 상경계획에 대해 설명 드렸더니…

   ⬈⤻   ⬆︎↷↷ ⬊  ⬆︎ ⬊  ⬊
타고 올라가면 죽어요!
 

…라며 적극 만류하시고 가격을 깎아줄 테니 탁송으로 올라가라며 쾌남의 할인과 함께 탁송차를 불러 주셨다. 아… 인류애는 아직 살아있다.

마침 서울 올라가는 방향인 탁송기사분을 만나 여유롭게 상경…인줄 알았는데 평일에도 차가 상당히 막힌다. 레블 500 판매와 여타 개인 잡무를 보며 차량등록사업소에 도착한 때는 영업시간 종료 15분 전. 정말 아슬아슬하게 등록까지 마칠 수 있었다. 금요일이라 오늘을 놓치면 주말간 그냥 제사나 지내야 할 판국이었으므로 몹시 다행이다.

이렇게 잘 모시고 왔다

 

주관 가득한 간략 리뷰

알 나인 티의 상세한 정보와 기술적 특성에 대한 설명은 BMW 모토라드 홈페이지의 알 나인 티 상세 페이지를 위시하여 수많은 곳에서 설명하고 있으므로 저는 간략히 개인적인 소회만 담아보도록 하겠다.

 

리터 급은 리터 급이라 무겁고 뚱뚱하긴 하다 

가벼어...업게 다룰 수 있는 정도다

알 나인 티의 엔진 배기량은 1,170 cc다. 아무리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해도 이 거대한 쇳덩이를 얹고 있는 프레임과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무게를 고려하면 이 바이크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진다 뿐이지 절대로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어쨌든 바로 운행 가능하도록 연료가 가득한 상태Wet Weight의 공차 중량이 221 kg니까.

체적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자태가 조화를 잘 이루어서 그렇지 17.5 L의 연료 탱크가 주는 부피감은 언뜻 날렵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상당하다.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의 초대형 차량들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의 미들급-칠반ななはん급 정도를 운행하던 상황이라면 허벅지 사이로 꽉 차는 생소한 부피감에 약간의 당혹감을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니그립이 불편하진 않은데, 탱크의 소재에서 비롯되는 미끄러움을 제외하면 의자에 앉았을 때의 자세와 더불어 단단하게 무릎을 조일 수 있다. 아름다움을 다소 희생하고 니그립 패드를 붙인다면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핸들바Handlebar

광활한 핸들바의 위용이 느껴지는가

순정 핸들바는 덩치에 걸맞게 다소 넓게 느껴지는 편인데, 그 길이는 29인치, 즉 736.6 mm로 실제로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순정 바를 자르거나 리조마Rizoma 등의 사외품으로 교체도 많이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정도 넓이의 핸들바 정도는 되어야 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앞 현가장치가 도립식이고 앞바퀴도 17인치 크기에 폭이 120 mm라 상당히 묵직하기 때문. 즉 넓음과 비례하여 차량 조종성은 좋은 편이다.

저는 클립 온스Clip-Ons에 어떤 로망이 있어 핸들바 교체를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닌데, 그 회전 반경과 최대한 꺾었을 때 탱크와의 거리가 딱 순정 핸들바에 맞춰 설계된 것임을 느끼고 그만 두기로 했다. 과한 타각을 막아주는 스토퍼Stopper가 있어도 손이 끼이거나 몹시 불편한 자세가 된다. 더군다나 제가 구매한 차량은 옵션 719 바 엔드 미러가 장착되어 있고, 이는 BMW 순정 핸들바 공통인 볼트(직경 12 mm, 길이 67.3 mm) 고정 방식이다. 이를 포기하거나 순정처럼 나사로 장착 가능한 핸들바를 찾기가 몹시 어려웠다. 미러를 팔고 미러와 핸들바를 사면 해결되긴 한다

덩치에 비해 얇은 편

핸들바의 직경은 22 mm로 조금 두꺼운 장갑을 껴도 보통 크기의 손이라면 부담 없이 잡기 편하다. 할리의 두툼한 1인치 핸들바의 그립감이 그립다면 순정 그립 위에 바 테이프를 덧대는 방식으로 부피감을 늘일 수도 있겠다. 단 직경을 줄이는 것은 어려운데,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오른쪽 순정 그립의 경우 열선과 스로틀 그립 위에 고무를 부어버린 완전한 일체형이므로 교체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고생한 이야기 일발 장전했다 더불어 그립 자체의 내마모성이 뛰어나진 않아서 악력이 좀 있는 편이라면 5,000 km 정도 운행했을 때 그립의 표면이 닳고 있는 게 눈에 보일 것이다.

제 짧은 바이크 인생에서 열선이 달린 바이크를 타 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 열선은 조금 뜨거울 수도 있을 정도의 온도로 쌀쌀한 날씨에 상당한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2단으로 조절 가능하다는 것과 사외품이 아니기에 주행 도중 고스트 라이더 불타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위안이 된다.

 

출력과 연비

클래식 바이크들이 다 그러하듯 알 나인 티도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엄청나게 높은 편은 아니다…라지만 109 hp로 배기량 만큼의 출력은 내준다. 그리고 토크가 116 Nm, 즉 11.8 kgfm로 상당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저는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고속 투어까지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게다가 최고 출력과 토크가 나오는 지점이 6,000-7,250 rpm으로 거의 근접하고, 이 정도의 회전수는 조금 거칠게 타면 금방 도달하는 범위라 일반적인 주행에서 최고 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단 기본 사양인 고급유를 사용할 때의 말로, 일반유를 사용한다면 좀 낮춰 잡을 필요는 있겠다.

저는 하이퍼모타드 796 덕에 고출력 대배기량 차량에 대한 일종의 공포 같은 이 있었다. 물론 이는 쌍기통 불빠따 도심의 깡패 하이퍼모타드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어쩄든 리터 급이 넘어가는 바이크는 제가 다룰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 나인 티는 미들급보다 강하면서도 부담 없는 출력감으로 그런 걱정을 일소해버렸다. 하이퍼모타드가 마치 네이팜 같이 처음에 폭발한 뒤 열기가 스윽 퍼지는 느낌이라면, 알 나인 티는 선형적으로 스로틀을 당기는 만큼 출력을 내준다 고나 할까. , 이게 정상인가

연비는 리터 급 치고는 조금 괜찮은 편으로, 거의 매일 타다시피 하며 시내주행 65% 정도의 비중인 제 기준으로 17 km/L 정도의 실연비를 기록 중이다. 고급유 사용 기준이며, 저는 주행 시 평균적으로 3,000-5,000 rpm 정도의 회전수를 사용한다.

 

운동성 

BMW 바이크 헤리티지 상품군의 특징으로는 수평 대향의 R엔진이 있다. 모든 박서Boxer엔진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실린더가 옆으로 향하는 특성상 무게 중심이 몹시 낮다. 즉, 바이크를 옆으로 기울이기 쉽다는 것. 일반적인 직렬 엔진 바이크를 타는 분들이 가끔 코너 탈 때 바이크를 체중으로 찍어 누른다고 표현하시는 걸 보면 조금만 노력해도 차가 눕는 알 나인 티가 얼마나 편한 건지 조금은 느껴질 것이다.

알 나인 티 자체가 상당히 활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 무게와 1,487 mm의 다소 긴 축거에도 불구하고 꽤나 민첩하게 움직인다. 동네 마실 정도로 타는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막 무릎 긁으면서 고갯길 다니시는 분들은 어떨까 싶다. 잘 눕고, 잘 서고, 잘 돈다.

 

브레이크Brake

BMW 바이크들의 제동 능력은 감동스러울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바이크들이 폭 넓게 사용하고 있는 니신Nissin 브레이크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강력한 정지력을 제공한다고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이크 계에서 정말 유명한 브렘보Brembo의 캘리퍼가 순정으로 들어가기 때문. 뒷 브레이크 캘리퍼에는 BMW 로고가 각인되어 있긴 하지만 아마 브렘보 OEM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니 하이퍼모타드 796을 타면서도 제가 이세카이로 사출되지 않았던 이유가 역시 브렘보였던 브레이크의 덕분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BMW의 바이크들은 항상 브레이킹으로 유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이번에 이를 처음으로 체함하게 됐다. 정말 무리한 상황, 예컨대 시속 180 km로 달리다가 갑자기 정지해야 하는 경우 같은 게 아니면 원하는 시점에 바로 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변속감

클러치는 적당한 수준이다. 일본 바이크들의 슬리퍼Slipper 클러치들처럼 엄청나게 가벼운 것도 아니지만, 유압식 클러치 레버를 채용하고 있어 크게 무겁지도 않은 편이다. 최소한 할리처럼 악력기를 쥐어 짜는 같은 느낌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그 중량감이 조작의 신중함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싱글 건식 클러치를 채용하고 있는데, 전체 레버의 작동 범위를 100%라고 할 때 10-15% 가량에서 붙기 시작하다가 20-30% 정도에서 거의 붙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소 빡빡하게 느껴지는 제 표현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럽게 동력이 붙는 느낌이다. 그리고 스로틀을 당겼을 때의 동력 손실도 많지 않은 듯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이건 측정해 봐야 안다 즉 직결감이 몹시 훌륭하다.

물론 습식 클러치들에 비해 조금은 더 민감하지만,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게 제 주관적인 느낌이다. 

사족이지만, 알 나인 티는 클러치 패드를 교환할 때 바이크를 반갈죽 둘로 쪼개야 한다고 한다…. 사진만 봐도 공임이 벌써 두렵다.

 

거주성과 주행 포지션 

뚱뚱하긴 한데 생각보다 니그립도 괜찮다

알 나인 티는 큰데 작다.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저를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다. 차량의 급은 분명 리터 급의 대형 바이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들급 차량들의 그것처럼 막 컴팩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급의 차량들에 비해 상당히 다루기 쉬운 크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차의 거주성은, 그 배기량에 비해서는 그렇게 좋지 않지만 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쾌적한 편이다. 으레 대형 차량에 기대하는 광활한 대시보드와 탱크 위의 공간과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클래식을 지향한 디자인이므로 사실상 미들급 클래식 바이크와 비슷한 정도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은근한 덩치에 걸맞게 엉덩이를 걸치기는 편한 편이며, 공간도 꽤나 있다.

주행 포지션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크루저 장르의 그것 만큼은 아니지만 시트가 조금 넓은 편이기에 완전한 업라이트Upright 부터 약간의 전경자세까지 취할 수 있다. 물론 스텝과 핸들바의 위치를 조정한다면 더 다양한 포지션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시로 알 나인 티의 수많은 배리에이션들이 있다. 완전 전경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레이서Racer, 업라이트 포지션이 기본이 되는 어반Urban G/S 등. 어쨌든, 기본 자세는 클래식들의 그것인 약한 전경자세다.

특이사항이 있는데, 박서 타입인 R엔진 차량을 타보지 않은 분이라면 이 가로로 불쑥 튀어나온 엔진이 거슬릴 수 있다. 일반적인 리니어 형태의 엔진을 얹은 바이크라면 발도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할 수 있는데, 이 상당한 크기의 실린더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기에 섣불리 거동하기 꺼려진다. 실제로 잘 눕는 운동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처음에는 잘 눕히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엔진 실린더가 바닥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몹시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정비성과 확장성 

시트 아래는 생각보다 좁다

비교 대상이 많지는 않지만 여타 바이크들이 그러하듯 시트 밑의 확장성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알 나인 티의 커다란 덩치를 보며 그래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배터리와 기타 공간이 있는 시트 밑을 까보니 공간이 거기서 거기였던 것. 솔직하게 말하면 혼다 MSX125나 레블 500이나 두카티 하이퍼모타드나 이 부분의 공간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블랙박스 본체를 조금의 노력으로 딱 맞게 구겨 넣을 수 있는 수준. 사족으로, 미국 바이크들의 그것 만큼은 아니지만 일제 바이크들보다 프레임과 부품들 사이의 공간이 여유로운 편이어서 전선 류는 쉽게 배치할 수 있는 편이었다.

핸들은 그 광활한 넓이에 비해 의외로 부속품의 확장이 제한되는데, 일단 플랫 바Flat bar가 아닌 라이저Riser 타입이라 굴곡이 있고, 가운데 부분은 마운트와 커버가 잡고 있으며, 스위치 뭉치와 브레이크액&클러치액 탱크가 꽤나 부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휴대폰 거치대와 충전기 정도는 달 수 있다.

정비성은 부위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인 배터리 교체나 에어필터 교체 정도를 하기에는 편한 편이다. 타이어 교체 시 배기를 뜯어야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의 바이크 공통이니 넘어가도록 하고, 엔진 오일이나 오일 필터 교체도 쉬운 편이다.

그런데 중요 정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예컨대 상술한 클러치 패드 교체 반갈죽 이라던가….

 

부품값 

가차 없다. 알루미늄 재질의 연료탱크 하나가 200-300만원 가량 한다는 것만 봐도 그 자비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혼다 같이 엄청난 판매와 보급량으로 규모의 경제로써 말도 안되는 부품 공급가를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아닌 이상 소품종 소량 생산의 하이엔드 브랜드의 차량이라면 부품값이 비싼 것은 당연지사라 해도 부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명적인 것이 아니면 가급적 대체품이나 호환품을 알아보는 수밖에.

 

총평: 그래도 좋아 

상술한 여러 복잡한 유지보수와 관련된 복병에도 불구하고 저는 알 나인 티가 몹시 마음에 든다. 이 고전적인 외형과 전통적인 기계적 특성, 그리고 직관적인 운동성과 적당한 첨단 안전장치들은 차량을 정말 다루기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에 다만 즐겁게 타는 집중할 있도록 해준다. 정비할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지

어느 새 가져온 지 1년이 넘었고, 적산 거리 또한 15,000 km 가량 됐다. 이미 많은 생겼었지만 앞으로는 부디 평화롭게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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