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그럭저럭 연명하고 있는 김랜덤 입니다.
요즘 이것저것 많이 질렀더니 카드 값이 제 생명을 위협하고 있네요… 갚아야 할 빚이 많이 늘어나니 더욱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개뿔, 너무나 막막하고 빨리 도망치고 싶군요. 이승 탈출
지름은 신고가 옳겠지만 제가 게으른 연유로 그간 업데이트가 뜸했습니다. 굉장히 솔직하죠? 사실 DIY컨텐츠들을 진행하다 보면, 특히 저같이 말 안 듣고 굳이 사서 고생하는 다사다난한 경우에는 작업하다가 빡치기도 하고 진이 빠져 사진 찍거나 이걸 되새김질 할 여유가 없더라구요. 핑계 오졌습니다
여하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으니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이번에 지른 물건을 소개합니다!
86 엔진 오일 쿨러 DIY – 뜨거워 호 불어줘
86 Engine Oil Cooler DIY – Cooling Small Inferno
1. 이번 지름엔 이유가 있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다. 이번 튜닝에는 이유가 있다. 아니, 애초에 튜닝은 필요해서 하는 건데 지금까지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냅다 질러놓고 삽질한 제 모습이 잘못됐던 것이다. 반성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저는 옆으로 가는게 평소 꿈이자 로망이어서 간혹 패독에 놀러가 다른 사람들이 연습할 기회를 부분부분 갈취하곤 하는데, 엔진 유온이 너무 빨리 올라가고 너무 느긋하게 내려가는 바람에 상당히 금전적으로 심적으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옆으로 갈 때 뿐만 아니라 서킷을 탈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차피 저는 느리지만 그래도 나름 달리고 싶을 때가 있기에 어택이라도 할라 치면, 인제 기준으로 1바퀴 반 정도 돌았는데 어느덧 120℃에 육박하는 유온계와 수온계를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이런데 여름엔 어떻겠는가.
뭐 이런 극한까지 몰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힘들었던 주행 뿐만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도, 간혹 3,000-4,000RPM 정도 쓰면서 주행하고 있을 때 110℃를 툭툭 건드리는 유온계를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해야할 튜닝으로 엔진 오일 쿨러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된 것처럼 스스로를 기만하고 지른 것이다.
2. 어떻게 지르게 되었는가?
원래 저는 사고 싶은 제품이 있었다. 잭슨 레이싱Jackson Racing의 Dual Radiator/Oil Cooler 라는 제품인데, 대용량 라디에이터 겸 엔진 오일 쿨러로 한 개의 라디에이터에 냉각수와 엔진 오일 In/Out이 같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둘을 잘 섞어주는 것은 아니고 오우 뻐킹!! 아마 라디에이터 내부에서 관이 교차하며 냉각핀을 공유함으로써 열 교환을 용이하게 해주는 구조가 아닐까 싶다. 엔진 오일 쿨러를 따로 설치할 때 고려해야 하는 공간이나 방법론적 문제도 없고, 기존 라디에이터를 들어낸 자리에 볼트온으로 설치하면 끝나는 매우 훌륭한 물건이다.
허나 앞 문장의 전치사와 부사를 보고 짐작했겠지만 제가 이 제품을 사는 일은 없었다. 뭐 이유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가격 때문에… $895.00이라는 가격은 결제 버튼을 누르는 데 큰 장애물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배송비와 소비세를 더하면 아마도 한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 될 것인지라… 그나마 이 제품은 미국산이라 한미FTA 덕을 볼 수 있긴 하지만 이미 100만원을 넘겨버렸다면 아무 의미가…
엔진이 더 비싸긴 하지만 아직 멀쩡해 보여서 100만원이나 들여서 엔진을 식히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하면 좋은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앞서 포스팅 한 것처럼 종감속 기어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만 질러버리는 바람에 쿨링에 대한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평소에도 비교적 높은 RPM을 쓰게 되는데 더 짧은 기어비가 되면 변속도 자주 하고 더 높은 RPM을 쓰게 될 것 아닌가? 더 높은 RPM = 더 높은 엔진 온도 이기 때문에.
그러다가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갓알리 익스프레스를 뒤져 보다가 그만 너무 적절한 가격을보고 눈이 뒤집히는 바람에 결제 버튼을 눌러버렸던 것이다. 아예 열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여기서 다른 분들이 가질 수 있는 한가지 의문이 있다. 엔진 오일 쿨러 같은 중요한 부품을 이렇게 막, 검증되지 않은 대륙산 물품을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가 알리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단순하거나 품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상품의 경우 매우 좋은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필요로하거나 복잡한 구조를 지닌 상품은 가급적이면 지양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가격도 내려가고 품질도 내려가고 신뢰도도 내려가는 등가 교환의 마법 물론 간혹 말도 안되는 품질의 제품을 득템하는 경우도 있지만, 온라인 쇼핑 감식안을 개안하거나 정말 운이 좋지 않으면 매우 드문 경우이므로 논외로 하자.
저는 물건을 살 때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비교가 가능한 물건은 스펙 시트를 두고 매우 꼼꼼히 비교하며, 그 와중에도 가격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블랙 컨수머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제품을 지른 게 아니라 그만한 근거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용감하게도 엔진룸 누유 파티를 뿜뿜! 초래할 수도 있는 대륙산 엔진오일 쿨러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썰을 풀어볼까 한다.
3. 용감해 질 수 있었던 이유
잠시 세계사 이야기를 해보자. 중국을 일컫는 표현 중 세계의 공장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온갖 물건들의 OEM을 담당하고 있는 공장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중국이며, 그 이유는 당연히 합법적 로동 착취가 가능해서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다.
이런 경제적 요인은 국수주의적인 중국의 법령과 맞물려 제가 직접 연관이 되어있지는 않아서 재미있는 부작용을 낳는데, 바로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기술 유출 이라던지 짝퉁 복제품 이라던지 뭐 그런 것이다. 새로운 상품에는 기술이나 소재 자체가 복잡하거나 구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만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구현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들도 있다. OEM으로 실질적인 생산을 담당하고 있기에, 정부의 비호 아래 기술 절도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물론 이거 범죄거나 최소한 매우 비양심적인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다.
일전에 오일 캐치 캔 DIY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건데, 브랜드 없이 공장 생산품으로 나온 제품이나 굉장히 수상쩍은 브랜드를 달고 있는 상품 중 가끔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녀석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예컨대 유명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라던가… 그런 경우에는 당신이 의심하는 그것 맞다. OEM 생산하는 공장에서 브랜드 딱지 떼고 그냥 뒤로 팔거나, 아니면 원래 그 공장에서 생산하여 파는 물품인데 어느 브랜드들에서 OEM 진행하면서 뱃지 엔지니어링 한 경우다. 알리 익스프레스를 사용한다면, 생각보다 이런 물품이 많으므로 해변에서 금속 탐지기로 동전을 찾는 심정으로 물건들을 자세히 뒤져보도록 하자.
제가 발견한 물건은 미시모토Mishimoto의 듀얼 패스 바&플레이트Dual Pass Bar&Plate 상품의 OEM인지 카피인지 하는 것인데, 구조나 마감으로 볼 때 미시모토에서 이 상품을 가져다가 자기네 로고를 박아 넣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디까지나 추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유명 브랜드에 OEM 공급되는 상품이라면 여기서 사나 브랜드 샵에서 구매하나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라는 게 제 이야기다. 아니라면 엔진룸 오일 샤워로 입증 가능
4. 물건은 이상이 없다
여느 알리 구매가 그러하듯 물건을 받기 까지는 인내가 좀 필요했지만, EMS 발송 덕인지 생각보다는 빠르게 수령할 수 있었다.
여기 그 알리산 오일 쿨러 세트를 소개한다.
예상했던 것 보다 물건들 상태가 괜찮아서 만족스럽다. 호스나 연결 클램프들도 꽤나 좋아 보이고, 특히나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견고하다 못해 무기로 써도 될 지경이다. 뚝배기 브레이커
그러면 이제 설치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l 설치에 필요한 공구들
- 8 mm – 24 mm 에 이르는 스패너 세트 & 렌치 세트
- 드라멜 혹은 에어톱. 또는 드릴
- 테플론 테이프
- 전기 테이프
뭔가 간단해 보이는데 흉악한 것 드라멜이라던가, 에어톱이라던가 이 보이는 것 같은 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이번 DIY는, 실질적인 난이도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갖춰야 하는, 혹은 해두어야 하는 밑작업이 좀 복잡한 편이다. 어쩌면 제가 복잡하고 어려운 형태로 설치 위치를 잡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 이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5. 공사가 좀 필요했던 라디에이터 설치
이런 형태의 물건을 부르는 일반적인 명사는 라디에이터가 맞다만, 실제 용어는 잘 모르겠는 지라 선뜻 지칭하기가 좀 망설여진다. 간단하게는 ‘오일 쿨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건 따지고 보면 전체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냥 편의상 라디에이터로 부르기로 하겠다.
이 라디에이터의 위치를 잡기 위해 꽤나 많은 업체의 86용 오일 쿨러 제품 소개/설치 페이지를 뒤졌다. 그 연유인 즉, 서로 다른 형태지만 어차피 그 원리는 같을 것이기에 방법만 확인하면 될 듯 해서. 이 예상은 엇나가지 않았고, 그레디GReddy와 미시모토Mishimoto 제품의 설치 방법에서 실마리를 얻어 시험해보기로 했다.
설치 위치는 업체마다 다들 제각각인데, 그레디는 브라켓을 사용한 기존 구조물(프레임)에 고정 시키는 방식을, 미시모토는 엔진룸 하단부의 바닥면에 고정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엔진 오일 쿨러 장착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식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기존의 차체 어딘가에 보조 수단을 활용하여 쿨러를 고정시킨다는 점이다. 아니 뭔가 설치하려면 당연한 거 아니냐
각 방식을 간단하게 평해보자면 이렇다. 그레디의 것은 전용 브라켓을 사용하여 차체 측면의 마운트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어쨌든 실측에 기반한 브라켓 제작이 필요하다. 페린Perrin의 것은 엔진룸 하단에 브릿지를 사용해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브릿지는 둘째 치더라도 엔진룸 밑판이 합성수지 재질이라 아무래도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라디에이터를 단단히 붙잡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미시모토의 방식은 역시 브라켓을 사용하는 방법인데, 이 쪽은 범퍼레일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어쨌든 브라켓 제작이 필요하다.
여기서 제가 그 많은 쿨러 상품들 중 굳이 이 듀얼 패스 바 타입의 라디에이터를 구매한 이유가 있다. 다른 라디에이터들과 달리, 듀얼 패스 바 타입의 라디에이터는 규격에 맞는 볼트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부착이 가능하다. 물론 그 부위에 구멍은 뚫려 있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적당한 위치만 잡으면 큰 가공 없이 간편하게 부착 가능하다는 소리. 귀차니즘
사이즈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듀얼 패스 바 타입 라디에이터에는 크게 3개의 사이즈가 있다. 다들 짐작하다시피 대/중/소 인데… 거 참 명쾌하군 적절한 냉각 효과를 보기 위해 필요한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는 상태이므로 일단 설치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부품도와 범퍼 탈착 영상들을 보다가 발견한 건데, 86/BRZ의 임팩트 바(혹은 범퍼 가드, 범퍼 레일 이라고도 불린다)의 하단에는 왠지 모르지만 2개의 구멍이 있다. 이 두 구멍 간의 거리가 한 12” 정도 되는데, 마침 이 듀얼 패스 바 타입의 라디에이터 중 중간 크기 것의 고정용 구멍Bung 간의 거리가 12” 정도였던 것. 물론 실측이 아니라 도면과 질의, 사진상의 비례 추산 등으로 유추한 내용이지만 큰 편차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안일한 생각이 큰 고난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리하여 생애 최초로 자의적인 범퍼 내리기를 시전했는데, 아… 과연 생각과 실제는 다르기 마련이다. 일단 첫 번째로 구멍의 위치와 크기가 맞지 않는다. 이 라디에이터의 고정용 구멍Bung의 규격은 M8 X 1.25 mm 다. 피치Pitch 1.25에 지름 8 mm 짜리 볼트를 장착할 수 있는 규격인데 임팩트 바의 구멍 중 하나가 M6(6 mm) 사이즈의 것이었던 것. 이거야 구멍을 넓히면 되는 일이고… 또 한 가지는 라디에어티와 임팩트 바의 구멍 간격이 서로 달랐다는 점인데, 이것도 드릴로 구멍의 위치를 다시 잡아주면 되는 것이니 크게 문제는 없었다.
진짜 문제는 어떻게 임팩트 바 안에서 볼트를 조여주느냐 였다. 임팩트 바 양 옆에 구멍이 있어서 거기로 길게 연결한 렌치를 통해 볼트를 넣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론은 이론이었던 것… 이론상 매일 1만원씩 저금하면 220년 뒤에 서울 시내에 25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헛소리
볼트 머리에 양면 테이프를 붙여 렌치에 고정시키거나 하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렌치와 볼트를 잡고 끙끙대고 있자니, 보다 못한 오찬 코리아의 거노찬 실장님이 나서서 그냥 구멍을 뚫어버리자고 뭐라고!? 권유했다. 이게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었던 것이, 지금처럼 해서는 볼트를 넣을 수도 없을 뿐더러, 어떻게 넣는다 하더라도 조일 방법이 매우 애매했던 것.
결국 거노찬 실장님은 톱을 들었고, 제 임팩트 바 에는 두 개의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라디에이터 장착에 성공했다. 아주 단단하게. 벌써 탈진할 것 같다
6. 샌드위치 플레이트가 말썽
제게 좌절을 안겨줬던 두 번째 녀석은 샌드위치 플레이트Sandwich Plate. 이름이 매우 맛있게 들리는 이 부품이 하는 일은 필터로 향하는 엔진 오일의 순환 경로를 엔진 오일 쿨러로 돌려주는 것이다. 일종의 바이패스인데…
튼튼해 보이는 외관 만큼 크고 아름다운 사이즈로 말미암아, 번들로 온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아무리 구겨 넣어도 장착할 수 없었다.
86의 오일 필터는 흡기 박스 바로 뒤의, 엔진과 엔진 오일 투입구 사이에 위치하는데, 전반적으로 공간이 널럴한 86의 엔진룸의 분위기와는 달리 여기에는 부품들이 매우 오밀조밀하게 위치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을 가해도 그 길이로 인해 샌드위치 플레이트의 호스 연결 부위가 계속 흡기 박스 뒷면을 긁는 것이다. 아 물론 호스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연히 호스 장착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사진 상으로는 있는 줄 알았던 써모스탯Thermostat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단순히 엔진 오일의 순환 라인을 확장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다만, 여기에 특정 온도에서 반응하여 열리거나 닫히는 써모스탯을 추가할 경우, 엔진 오일을 제가 원하는 온도에서만 쿨러로 보낼 수 있어 과냉을 막아주고 원하는 유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중요한 부품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실로 빛 좋은 개살구
어쩌겠는가. 다시 주문 해야지.
약 3주간의 기다림 끝에 다른 샌드위치 플레이트를 받았다. 아 물론 셀러가 이타주의적인 자기희생적 존재일 리는 없고 제가 다른 걸 구매한 것. 이번엔 확실히 써모스탯 달린 것인지 확인하고 구매했다. 써모스탯 작동 온도도 80도 이상인 걸로 심혈을 기울여 골랐고… 저도 어디서 주워 들은 거라 확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엔진의 유온은 90도 이상을 유지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두 번째 복병을 맞이하게 되는데, 샌드위치 플레이트가 오일 필터 결착부에 맞질 않는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새로 구입한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밑바닥이 평평한 타입인데 오일 필터 결착부에는 오일의 누유가 있거나 할 때 다른 데로 흐르지 말라고 컵 형태로 모아주는 부품이 있다. 이걸 무슨 디쉬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 안나고… 어쨌든,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오일 호스 연결을 위한 노즐이 뻗어 있기 마련인데 여기에 그 부분이 걸려 장착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
이 부분을 어떻게 간과할 수 있었는가 하면, 일전에 번들로 받았던 그 빛 좋은 개살구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바닥 부분이 ㄱ 모양의 파이프 마냥 좀 더 나와있어서 결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해봐도 사실 상품 상세 페이지에 사진으로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핑계에 불과하긴 하다. 아니, 뭘 실제로 본 적이 있어야 어떤 모양인지 감이라도 잡지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회복은 빨랐는데, 샌드위치 플레이트를 사기 위해 서핑 하던 도중 발견한 부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샌드위치 플레이트 어댑터Sandwich Plate Adapter… 정말 직관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역할이 뭔고 하니, 필터와 샌드위치 플레이트 사이 어딘가에 박아 넣고 옆에 뚫린 구멍으로 유온/유압 센서를 집어넣어 게이지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는 부품이라 한다. 용도는 전용하겠지만 모양이 마침 딱인게 매우 다행이다.
그렇게 또 3주가 흘러가고… 그러고 보니 제 DIY 중 뭔가 커다란 작업들은 하나같이 딜레이가 상당한 편인 듯 하다. 오디오&스피커 DIY 때도 그랬고. 그냥 준비가 부족한 것 같지만 어쨌든.
몇 년 간의 알리 쇼핑으로 다져진 눈썰미로 본 부품의 모양은 과연 제가 원하는 형태와 크기였다. 여담이지만, 모든 온라인 쇼핑에 통용되는 것으로 사진을 통해 실사를 유추해 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좀 더 범주를 확장 해보자면 화장 밑에 숨겨진 민낯을… 그만 하도록 하겠다.
여하튼 어댑터를 껴 넣고 그 위에 샌드위치 플레이트를 얹으니 매우 보기에 좋았다. 뭔가 “이제 끝!” 같은 느낌… 이었는데,
엔진 오일 필터가 들어가지 않는다.
진짜 생각지도 못했다. 제가 고른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써모스탯을 쓰기 위해 노즐이 4개 달려 있는 형태였는데, 위쪽 노즐이 본체에 너무 딱 붙어있어서 오일 필터 장착이 안되는 것이다… 나사산이 아예 걸리지도 않는다.
뭐 망했다기엔 해결 방법이 너무나 뻔한 상황이라… 짜증은 날지언정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다만 또 다른 3주와 추가 지출이 필요했을 뿐.
그리고 또 다른 3주 뒤, 저는 엔진 오일 쿨러 장착을 마치고 광광 우럭따 감격이 북받쳤다. 이제 시동을 걸 차례다. 8시간만에 듣는 시동 소리는 너무나도 경쾌했는데… 그런데…
7. 엔진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오일이건만
시동을 걸고 매우 낙관하며 얌전히 딴 짓을 하다가 10분 정도 뒤에 엔진룸을 보고 보여서는 안될 것을 발견했다. 원래 엔진 오일 필터를 장착하는 그 접시…? 처럼 생긴 부분에 찰랑찰랑 고인 맑은 엔진 오일이었다.
이 접시 부분에 엔진 오일이 고여 있다는 건 그 윗부분 = 샌드위치 플레이트 부분에서 오일이 새고 있다는 얘기다. 눈을 부릅 뜨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이 너무나도 자명하게 새는 부위가 눈에 들어왔다. 황당하지만 샌드위치 플레이트 어댑터에 센서를 넣기 위한 구멍에서 새고 있었던 것.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이 밀봉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째… 대륙산의 폐해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지는 정품을 접해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어찌됐든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니 이 부분을 막을 것이 필요했다. 나사 접합부인 만큼 밖에서 틀어막는 게 아니라 나사산 사이에 끼워 넣을 어떤 것.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이런 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테플론 테이프다. 지금은 또 다른 소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배관 작업에는 역시 테플론 테이프를 떼놓을 수 없다. 나사산을 따라 감아 주기만 하면 조일수록 밀착되어 틈을 없애주는 마법의 소재.
이 작업을 진행 중이던 시간이 저녁 10시였다는 건 사소한 방해 요소일 뿐이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진 않았고, 오찬 코리아 거노찬 실장님과 모바일 게임을 하며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후딱 철물점에 가서 사와 작업을 마무리 했다. 예방 차원에서 나사산마다 테플론 테이프를 두둑히 감아주고 다시 조이는 작업도 진행.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누유 없는 청결한 엔진룸과 함께 정비소를 나올 수 있었다.
8. 생애 처음으로 보는 녹는 가스켓
무릇 가스켓이라 함은, 결합되는 부품의 사이에 위치하여 혹시 모를 내용물의 새어나옴을 막아주는 부품이다. 당연히 부품 사이에 밀착 되어야 하며, 내용물을 담거나 적용될 장소나 부품에 적합한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이리 구구절절하게 다들 알고 있을 법한 정의를 내뱉는 이유는 그렇지 못한 가스켓을 봐서 인데… 하필 그걸 제 차의 엔진룸에서 봐서다. 아 망했어요 장착 후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 집에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엔진룸을 까봤더니 오일이 줄줄 새고 있었던 것.
매우 놀라 거노찬 실장님께 전화를 하고 오찬 코리아로 튀어 가서 헐레벌떡 오일 쿨러를 분해해봤더니 이런 참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가스켓이 녹는 게 말이 되냐…
일단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내야 했다. 급히 뒤져보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파는 내열 가스켓은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고무링 6개에 4만원이 말이 되냐… 근처 철물용품저에서 살 수 있는 내열 고무 가스켓들은 맞는 사이즈가 없다.
그러다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어차피 내열 고무를 사용한 것이 가스켓이니 내열 실리콘을 사용해서 가스켓을 아예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였다. 마침 근처 철물점들에서도 내열 실리콘은 질리도록 쌓여 있었고.
틀이 없는 상태에서 가스켓을 만드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동성이 높은 재료를 성형하는 게 이렇게 고된 일일 줄이야. 하다못해 샌드위치 플레이트에 모양대로 빈 틈 없이 짜 넣는 것도 고역이다. 이게 다 굳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줄이자면, 결국 내열 실리콘만으로 가스켓을 만드는 작업은 실패했다. 틀 역할을 하는 샌드위치 플레이트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위쪽을 성형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 더군다나 실리콘 조각이라도 날릴라 치면 엔진을 날려먹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에. 그런 위험을 무릎 쓸 순 없지 않겠는가.
제가 선택한 방법은 거노찬 실장님이 추천한 방법인데, 내열 실리콘을 접착제 겸 밀봉재로 삼아 엔진 오일 필터에 장착되어 있는 가스켓들을 긁어 모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이거라면 확실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어, 기간으로 치면 거의 3개월 가까이 걸려 엔진 오일 쿨러의 설치를 마무리 지었다. 샌드위치 플레이트와 어댑터 판매자들에게 호된 클레임을 걸어 가스켓 값 만큼 환불 받아낸 것은 덤이다.
9. 드디어 적는 소감
일단 설치를 무사히 마치고 소감을 적게 되어 매우 기쁘다. 아니 이건 별로 안 궁금한가…
엔진 오일 쿨러는 말 그대로 유온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튼튼하게 설치만 되어 있으면 별 다른 문제나 체감되는 성능 변화는 없는 편이다. 다만 확실하게 느낀 것은, 주행이나 기온이 어떠하든 유온을 정말 일정하게 유지해준다는 점이다.
엔진 오일 쿨러를 장착하기 전에는, 원돌이라도 할라 치면 한 2분 돌리고 30분을 넘게 쉬어야 했다. 바로 유온이 120도를 찍어버리기에… 이는 서킷 주행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느냐마는 2-3바퀴만 어택을 해도 바로 2바퀴 정도는 냉각을 위한 주행을 해줘야 했다. 그런데 설치 이후에는 어떤 짓을 해도 유온이 105도를 넘어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졌다. 서킷 주행은 물론, 드리프트나 심지어 원돌이를 해도 110도를 넘기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과냉의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또 그렇지는 않더라. 써모스탯의 힘인지, 80도까지는 자연스레 유온이 오르고 90도부터 슬슬 냉각이 시작되어, 겨울에도 85도 밑으로 유온이 떨어진 적은 없다. 잠깐... 위 스크린 샷은 84도인데?
이 정도면 꽤나 만족스러운 장착 후기가 아닐까 한다. 한 마디로, 이제 더 이상 유온이 넘칠까 겁내며 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 여러분들도 얼른 엔진 오일 쿨러 키트를 구매하여 DIY 지옥에 빠져들기를 유온 걱정으로부터 벗어나길 추천한다.
아, 하마터면 빠뜨릴 뻔 했다. 엔진 오일 쿨러를 DIY 하기 위해 구매하거나 투입했던 비용과 부품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품목 |
단가 |
수량 |
소계 |
상세/비고 |
엔진 오일 쿨러 키트 |
$120.81 |
1 |
$120.81 |
- 14” 라디에이터(16” X 5.5” X 1.58”/용량 600ml) |
플랫 와셔 |
$1.59 |
1 |
$1.59 |
- M8 X 16mm X 1.6mm 스테인리스 스틸 와셔 30ea |
고정용 볼트 |
$1.79 |
1 |
$1.79 |
- M8 X 20mm 1.25피치pitch 스테인리스 스틸 볼트 4ea |
써모스탯 샌드위치 플레이트 |
$29.71 |
1 |
$29.71 |
- 4포트 10AN 알루미늄 CNC 샌드위치 플레이트 1ea |
오일 필터 블록 어댑터 |
$17.89 |
2 |
$35.78 |
|
부품 비용 계 |
$189.68 |
- Mishimoto Dual Pass Engine Oil Cooler Kit과 동일 사양 상품 |
품목 |
단가 |
수량 |
소계 |
상세/비고 |
내열 실리콘 |
5.000원 |
1 |
5,000원 |
- 한신 실리콘 HS911 내열 실리콘(-50℃ -250℃) |
실리콘 건 |
1,500원 |
1 |
1,500원 |
|
추가 비용 계 |
6,500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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