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이번엔 좀 가벼운 인테리어 드레스업 내용입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DIY들을 회상하며 글을 썼더니 괜히 덩달아 피곤해지는 느낌이…. 경험이라 그런지 과몰입하게 됩디다.
그래서 노력은 크지 않았는데 행복했던 걸 좀 다뤄보려 합니…. 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그다지 편한 작업은 아니었군요. 갑자기 허리가 아프네요….
86 페달 장착 DIY – 예쁜 페달이 밟기도 좋다
86 Pedals Installation DIY – Pretty Pedal, good to step on
1. 예쁜 게 좋다
제가 했던 대부분의 튜닝들은 주로 성능이나 편의 혹은 유지보수의 편의성이 목적이었고, 사실 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튜닝도 크게 다르진 않다…는 핑계고, 그냥 기왕이면 예쁜 걸 하는 바에 코딱지만큼의 기능성을 부여해보고자 하는게 의도가 있었다.
솔직히 페달을 바꿔야 할 이유가 얼마나 있단 말인가. 특히 86같은 스포츠카의 페달은,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적의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경우가 많아서…. 아, 부품 돌려쓰기 의혹이 있다면 또 얘기가 다르지만. 어쨌든, 이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드레스업과 자기만족에 가까운 튜닝이었다.
한때 저렴한 대체품에 혹하여 죽치고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86 튜닝품들을 검색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페달이 눈에 들어온 것. 튜닝용품으로 유명한 모모momo Racing이라던가, 스파르코Sparco 등에서 나왔던 금속제 페달의 카피품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견물생심이라, 자꾸 보다 보니 마음이 동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하고 싶으면 해야지. 아니 잠깐만
2. 고르기가 쉽지 않다
차종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한 애프터 마켓 파츠의 장점이자 단점은 그 종류와 디자인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선택지가 넓어도 뭐라 하는 파렴치함 특히 성능의 차이가 없을 때 이런 현상은 심화되는데, 페달같이 단순한 것일 경우에는 가히 범람이라 부를 만한 다양성을 접할 수 있다.
선택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긴 한데, 많지만 썩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가 더 큰 이유였다. 그렇지. 다양하기만 하면 뭐하나, 신통한 게 없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과 감성의 영역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제가 원하는 요건은 단순하다.
전체 금속 재질일 것
순정 페달도 알루미늄…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플라스틱 몸체에 알루미늄이 덧대어 있는 형태라 사실상 알루미늄 재질이라고 볼 수 있긴 한데, 기왕이면 전체가 금속 재질이었으면 좋겠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실리콘이나 고무 패드가 대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마모가 되면 대체가 불가능하거나 제 경험상 복구나 강화를 위한 온갖 삽질이 수반될 것 같아서다. 그런 거 잘 못 보는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라.
그래서 튼튼한 전체 금속 재질이었으면 한다. 미끄럼 방지는 타공이나 돌기로 되어있으면 좋고.
커버가 아닌 장착 방식일 것
Pedal Cover는 굉장히 많다. 말 그대로 기존 페달에 덧씌우는 형태 혹은 브라켓으로 겉에 고정하는 형태인데, 제가 해봐야 얼마나 가혹하게 쓰겠느냐마는 내구도에 대한 기우가 가시질 않아 영 탐탁찮다. 혹여나 브라켓이 부러지거나 변형되어 페달이 자유를 찾아 떠나면 더 화날 것 같다. 그냥 씌우는 고무 재질의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기존 페달에 타공을 하더라도 아예 박아서 고정해버릴 수 있는 튼튼한 것을 원한다. 작업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크기와 형태는 순정과 비슷할 것
개인적으로 86의 페달 사이즈가 상당히 적절하다고 생각하기에 크기는 그 정도였으면 한다. 더 커봤자 간섭이 생기거나 헷갈려서 사고 가능성을 증폭시킬 뿐일 것이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밑도 끝도 없지만 마음에 드는 모양.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3. 고려했던 후보군
86의 가속 페달에는 유구한 역사의 3가지 대체재가 있긴 하다. 하나는 같은 토요타의 차량인 캠리에 적용되는 순정부품인 스포츠 페달, 두번째는 쿠스코Cusco에서 86용으로 출시된 알루미늄 페달 커버, 세번째가 네오플랏NeoPlot에서 출시된 통짜 알루미늄 페달이다.
캠리 스포츠 페달
순정 부품이라는 게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전기형 전성기 시절 해당되는 얘기로, 글 작성 시점인 2021년-2022년 현재에는 캠리가 오르간식 페달로 변경되는 바람에 쉽게 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MR2 때부터 적용됐던 유구한 역사의 부품이라 아마 계속 생산되지 않을까.
품번은 78101-20150 이고 가격은 $40 정도 한다. 토요타 코리아에 문의는 해보지 않았으나, 고가정책으로 아마 7-8만원가량 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순정 페달과 1:1 교체 방식으로 장착할 수 있어 고정성과 신뢰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장착하신 분들의 말로는 지옥을 봤다고 하는데 뭐, 이건 논외로 하자. 더불어 직사각형의 순정 페달과는 달리, 힐 앤 토 친화적인 페달 형태도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
다만 이 역시 순정품이라 플라스틱 재질의 페달 위에 알루미늄 판과 미끄럼 방지 고무판이 적용된 형태라 좀 아쉬웠다.
쿠스코 페달 커버
아마 가장 많은 분들이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은 제품이다.
품번은 965-766-A 이며, 소비자가는 $51 정도 한다. 이게 한참 팔릴 때 가격이니, 재고 떨이가 진행될 법한 지금은 아마 할인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역시 힐 앤 토 친화적 형태를 띄고 있다. 더불어 2개의 브라켓으로 고정하는 커버 방식이라 작업이 매우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직접 고정 방식을 원하는 제 지향점과 맞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네오플랏 통짜 알루미늄 페달
하드코어 유저들이 주로 선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품번은 NP70111 고, 가격은 출시 기준으로 $150 정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 GR야리스Yaris 용으로 품번이 NP76120로 변경된 제품이 일본 오픈 마켓에서 ¥26,000 정도 한다…. 장사 잘 하네. 구조상으로는 거의 동일하다.
알루미늄 블록을 깎아 만든 것이라 연결부위까지 통짜인 구조로 되어있어 매우 튼튼할 것 같다. 더불어 페달 형태도 역시 힐 앤 토 친화적이고, 장착 방식도 기존 페달을 제거하고 교체하는 방식이라 적용도 깔끔하다.
가장 끌렸던 제품이지만 선택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무래도 가격. 제가 이걸 고려하던 당시 배송료 포함하면 거의 20만원에 가까운 가격이었 던지라 아무래도 망설이게 된다. 지금도 가격은 비슷할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위의 제품들은 모두 가속 페달만이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내는 곳도 없었다. 아, 토요타가 출시하긴 하는데 뭐 86의 것과 대동소이 한데다 커버 방식이라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4.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 그냥 비싼 걸 사야 하나 걱정하고 있던 어느 날, 가난한 자의 친구 이베이를 보다 놀라운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어쩜 이렇게 제가 원하는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알루미늄 덩어리를 절삭 가공한, 미끄럼 방지 고무가 없고 요철이나 돌기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나사 고정식 페달 3개 세트. 모양도 매우 마음에 든다.
이베이나 알리에서 쇼핑하는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오픈 마켓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자들은 대부분 보따리상이라 망설이며 장바구니에 담아 숙성 시키다가는 영원히 물건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나 검색 결과가 1개 2개 뭐 이렇게 밖에 없는 경우엔 재생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바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배송 지역 외 상품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세상에 안될 것이 없다. 바로 셀러에게 연락하고 몇 통의 메일을 주고받았다. 셀러의 말인즉슨 한국과 같이 머나먼 나라에 배송해 본 적이 없다고. 셀러는 루마니아 인이었다. 과연 글로벌 시대. 영어를 잘 못하는 분이었던지라 구글 번역기의 힘으로 가격과 배송 협상을 적절히 한 끝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마지막 한 개였다.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해서 $30. 뿌듯하다.
5. 쉽지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았던 장착
셀러 말로는 WRC의 몇몇 팀에 납품되던 제품의 데드 카피라 한다. 왠지 모르게 TRD 로고도 박혀 있어 괜히 더 멋스러운 듯하다.
무언가의 카피 제품인 만큼 설명서 따윈 없어서 그냥 알아서 장착해야 했는데, 어차피 복잡한 구조도 아니고 직관적인 부품 구성이라 어렵진 않았다.
나사 고정식 페달 장착을 위한 준비물
- 충분한 출력의 전동 드릴. 비트는 각 나사 규격에 맞는 걸 사용하면 된다
- 롱노우즈
- 필립스 드라이버(+, -)
- 조명
- 수그린 자세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척추와 근육
클러치, 브레이크의 페달 커버를 벗겨내자
고무 부분에 드릴을 대고 한참 구멍을 뚫으려 낑낑대고 있었는데 이게 계속 고무에서 헛도는 느낌이다. 아리송한 기분을 가지고 구조 파악을 위해 페달 뒤를 만져보는데 뭔가 페달을 감싸는 고무의 느낌이 든다.
에헤이. 순정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은 커버 방식이었다. 고무 재질의 커버에 알루미늄 외피를 덧씌운 것. 이 커버가 감싸고 있는 것은 커버의 약 절반 정도 면적의 금속 재질 페달이다. 당연히 확인하자 마자 바로 벗겨냈다.
가속 페달은 커버가 아니다
위에서 네오플랏의 페달이 교체식이라고 했던 것 기억나는가? 가속 페달의 경우 동일한 구조인데 다만 플라스틱일 뿐이다. 이건 완전히 교체하지 않는 한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구멍을 뚫자!
커버를 벗겨낸 뒤에는 작업하기 수월 해졌다. 일단 구매한 페달을 덧대어 고정시킬 위치를 확인한다. 작동부에서 내려오는 기둥이 있기 때문에 겹치지 않게 적절한 위치를 잡아서 유성매직이나 테이프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 뒤는 뭐, 여러분의 척추 내구성이 허용하는 한 숙이고 분노의 드릴질을 해주면 된다. 12V 전동공구는 너무 약하니 가급적이면 18V 이상의 무선 전동공구를 사용하도록 하자. 공기압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한 방에 뚫는쾌변쾌거를 이룰 수 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은 금속 재질인 만큼 뚫는 데 좀 애를 먹을 것이다.
가속 페달의 경우 구멍 뚫기가 수월한데, 미끄럼 방지를 위한 부분이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이다. 애먼 알루미늄 부분을 뚫을 생각 하지 말고 검은 플라스틱 부분을 숭숭 뚫어주자.
나사를 조여주자
뚫은 구멍에는 당연히 내용물을 채워 넣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것이다. 눈치 보지 말고 사정없이 구매한 금속 페달을 덧대고 볼트질을 하자.
제가 구매한 제품은 부자재가 의외로 고급스러워서 너트에 실리콘 링이 있는, 쉽게 풀리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다. 덕분에 조이기 힘들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풀리지도 않는다는 얘기니까.
자, 옆으로 흔들리는지 좀 만져보고 정확히 고정이 됐다면 완성이다. 뿌듯해해도 좋다. 제가 뿌듯하니까.
6. 밟는 감이 아주 좋다
여러 형태의 페달을 밟아본 경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86의 순정 페달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적당한 크기에 위치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단순 드레스업으로 시작했지만, 의외로 괜찮은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밟는 면적이 조금 늘어난 것. 다른 페달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 조금 발을 놀리는 데 여유가 생겼다.
또 하나는 그립감인데, 미끄럼 방지 고무가 없어져 신발 바닥에 물기가 있을 때 미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페달 표면의 돌기가 괜찮은 마찰력을 확보해준다. 물론 웬만하면 운전에 임하기 전에 신발 밑창에 물기를 남기지 않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뭐 여기까지 볼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그냥 봐도 예쁘다. 생각지도 않은 TRD 마크 덕에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보면 “와 TRD에서 이런 페달도 나와요?” 하는 감탄을 들을 수 있다. 잠시 가품이라는 양심을 접어두고 으스대도록 하자.
크지 않은 노력에 비해 꽤나 만족스러운 튜닝이다. 아, 물론 적절한 공구가 없으면 과정에서 인생의 회의를 느끼게 될 것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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