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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클러치 교체 – 꽉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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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격조했습니다.

간만에 차에 뭘 하여 찾아 뵙습니다.

요즘 날이 상당히 추운데 다들 길 조심하시고 안전 운행 하세요!

 

86 클러치 교체 – 꽉 잡아줘
86 Clutch Replacement – Hold Me Tight

 

1. 클러치의 생명이 다 한 것 같다

깠을 때의 클러치 상태. 한 10% 정도 남아있는 것 같다. 예방정비라고 생각하자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는데,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조금씩 클러치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나곤 한다. 물론 저는 클러치가 다 닳은 차를 운행해 본 적이 없는지라 이는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

증상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해보면, 클러치가 닿는 순간이 상당히 부드러워 진지 오래지만 요즘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 클러치가 붙기까지 몇 바퀴 헛도는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마침 적산거리계도 10만 km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동안 옆으로 가는 것 같은 몹쓸 짓을 한 걸 고려하면 이제 슬슬 갈아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2. 고른다, 구라찌

클러치를 고를 때 떠올리게 되는 브랜드들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클러치들이 있다. 경기판에서 유명한 오구라Ogura Racing,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유명하기 그지없는 익시디Exedy, LSD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신묘하게 생긴 클러치도 자주 만들어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OS 기연OS Giken, 현가장치로 유명한데 의외로 다양한 걸 만드는 삭스Sachs, 가성비에 성능까지 좋은 루크LUK 등등. 가장 유명한 것들만 이정도고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이 거대한 지출 앞에서 제가 잠시나마 두근두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재질과 구조도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이고 편한 싱글, 2개 이상의 판을 사용하는 다판식도 있고, 재질을 보면 세라믹이나 유기재질부터 카본, 금속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범위가 매우 넓다.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면 고르기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

관련된 자료들은 인터넷에 넘치도록 있으니 어설픈 아는 척은 생략하여 공격을 피하도록 하겠다. 현명한 결정이다

이 영롱한 여러 개의 금속 덩어리들을 보라

오랜 고뇌 끝에 제가 고른 클러치는 오구라Ogura Racing Clutch의 금속 다판식 클러치Twin Metal Clutch인 559 모델이다.

이 선택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600마력/65kgfm(630Nm) 토크 대응 가능한 모델로, 구동계가 200마력/20.9kgfm(205Nm)의 순정인데다가 맵핑조차 하지 않은 제 86에는 확실한 오버스펙이다. 무려 3배의 성능 마진을 지닌 이런 엄청난 성능의 것이 필요할 리 없지만 제가 이걸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 돈지랄 감성의 영역에 있다.

 

금속 클러치를 쓰고 싶었다

가끔 드리프트 판에서 보면, ‘샤킹~’ 하는 상큼한 소리와 함께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차들이 있다. 대체 저 발도술 같은 소리의 정체가 뭔가 하여 염치 불구하고 물어보면 금속 클러치라는 답변을 들었던 것이다. 그 엄청난 간지를 못이겨 그만 금속 재질에 대한 헛된 욕망이 불타오르고 구매까지 이어진 것.

다만 이 상쾌한 접촉음은 초기 모델들의 특성이라고 쓰고 불량이라 읽는다으로, 현재는 패치되어 더 이상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안돼!!

 

다판식이 좋아 보인다

금속+다판식=간지(+개고생)

얘기하기에 앞서, 이건 단판식(싱글) 클러치에 대한 비하나 불신이 아님을 밝힌다. 기계적 특성과 구조 및 기능성이 부합할 경우 싱글 클러치도 충분한 힘을 받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차에 오버 스펙인 다판식을 선택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써보고 싶어서.

86 순정 클러치가 싱글이었으니, 다판식 클러치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판이 두 개니까 수명도 두 배겠지 같은 말도 안 되는 기대는 아니고, 아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특성이 다소 다르다는 것에 대한 선망 정도. 단판식보다 내부의 이동 공간이 적어 접촉 시점이 더 짧다는 것도 운영효율의 면에서 보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약간의 샤머니즘적 기대를 해보자면 이런 것도 있다. 드리프트 맛을 봤던 사람으로서 동력 손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순정 86같이 출력이 높지 않은 차인 경우 그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데, 성능 마진이 높은 제품이라면 직결 시 동력 손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기대라고나 할까.

 

브랜드 맛을 보고 싶었다

제 86은 가성비 지향이라는 제 튜닝 특성에 따라 몹시 많은 불명예스러운 호칭들을 지니고 있는데 예컨대 한중일 대환장 어보미네이션 이라던가, 누더기 골렘 이라던가, 알리86 이라던가 애석하게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일반 직장 사노비로서 수입이 한정되어 있기에 최대의 효율을 위한 선택이었다. OEM 제품을 찾거나, 비슷한 성능의 대체 가능한 품목을 공부해서 장착하거나 뭐 그런.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가 무조건 저렴한 것 만을 찾는다는 인식인데, 저도 목숨은 소중하기에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다. 안전이나 성능과 직결되는 부품의 경우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외에 필요한 기능만 내줄 수 있거나 쉽게 수급 가능하거나 하는 경우에만 저렴한 것들을 찾는다. 진짜다. 믿어 달라.

어쨌든, 일전 우람한 메탈 송이버섯 종감속 기어때와 마찬가지로 이건 성능 및 안전의 문제이므로 검증된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고민하던 두 브랜드는 OS 기켄과 오구라였는데, 결국엔 오구라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일단 한국에서는 오구라의 제품들이 경기판에서 많이 사용되어 후기가 많았고, OS 기켄은 반대로 해외 경기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듯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후기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포럼에서는 도리어 오구라 클러치보다 OS 기켄 클러치가 더 유명한 듯싶다. 근거 없는 개인적인 미심쩍음을 더하자면, 86 타면서 LSD에서는 OS 기켄의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클러치에서는 조금 생소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3. 신나고 머리 아픈 구매

여느 수리가 그렇지만, 클러치도 단독으로 붙어있는 부품이 아니기에 교체할 때 예방정비 차원에서 연관된 부품들을 함께 갈아주는 것이 좋다. 특히나 클러치는 힘을 받는 부위이기도 하고, 회전하는 부품이어서 베어링 같은 것들도 들어있기에 더하다. 기껏 클러치를 갈았는데 한 100km 가다가 베어링이 터져서 다시 뜯어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피곤하다. 지갑도 터져버릴 것이다.

다행히도 86 같은 차들은 선험자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라 부품도나 조립도 보면서 바닥부터 공부해야 할 일은 없었다. 이런 자료들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86 타는 형들은 진짜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태 투성이인 것 같다. 그 집요함과 변태스러움의 결과를 저만 볼 수 없어 여러분들도 고통받으시라고 여기 남겨본다.

 https://www.ft86club.com/forums/showthread.php?t=138152&highlight=clutch+replacement

클러치 교환할 때 추가로 바꿔야 할 부품들을 친절하게 나열하고 토론까지 해주시는 서양 변태형들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하지만 제 여느 포스팅이 그렇듯, 기록과 정리 차원에서 작성하는 글이므로 여러분들을 영어와 검색의 고통에 빠뜨리는 즐거움은 잠시 미뤄둬야 할 듯하다. 이렇게 총 금액과 구매처, 그리고 품목과 품번을 정리해봤다.

제가 구매한 가격과 부품들의 목록

다들 아시겠지만 86은 스바루와 공동개발…말이 좋아서 공동개발이지 사실상 스바루에서 만든 차량이므로, 스바루 순정 부품도 적용 가능하다.

각 부품의 용도와 구성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오구라 클러치 키트

http://www.ogura-racing.com/metal_clutch.html

뭔가 집에 왔는데 어쨌든 무지 비싸고 무거운 거 였습니다

일단 오구라 메탈 클러치로 결정하고도 조금 혼란이 있었는데, 일단 86용이라고 오구라 레이싱에서 딱 짚어서 판매하는 품목이 없다 보니 어떤 걸 쓰느냐에 대해 포럼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저도 기계적 지식이 풍부하진 않아 단정지을 순 없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사용하는 클러치 사이즈는 몇 가지로 표준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일단 오구라, 익시디, OS 기켄 같은 클러치 전문 회사들의 상품 카탈로그를 보면 제품 목록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면 유명한 판매 사이트들의 차종별 적용 분류와 포럼에서 실제 구매하여 장착한 후기가 있는 것들을 보면 대충 장착 가능한 품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클러치 포크 베어링. 좌측이 클러치 키트 구성품, 우측이 순정품. 뭔가 튼튼해보인다

그래서 확인한 바로는 309, 559D, N1 Super Single 정도가 86이나 BRZ에 장착 가능한 오구라 클러치 제품군이다. 이 중에서 제가 원하는 메탈 트윈 플레이트 제품은 559 시리즈. 뒤에 붙는 품번 중 TT1213이 공통인 걸로 보아 이게 규격 코드인 듯하다.

키트에는 플라이휠이 포함 부품이라 순정과 동일한 스탠다드 타입인지 경량화 타입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얼씨구나 하고 경량 플라이휠을 선택하고 싶었는데, 후기들을 보니 진동이 심해진다던가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던가 하는 얘기들이 있어 조금 망설여졌다. 물론 경량 플라이휠이 반응성이 더 좋기야 하겠지만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는 게 싫어서 쫄보인 저는 스탠다드 타입을 선택했다. 뭐 나중에 바꿀 수 있으니까…. 그게 언제냐가 문제지만.

오구라 클러치 키트에는 다음 품목이 포함되어 있다.

-      플라이휠(스탠다드 타입 or 경량화 타입)
-      클러치 포크 베어링
-      클러치 세트(커버, 댐퍼, 플레이트 2장)

 

이런 부품들이 필요하다

프론트 베어링 리테이너 커버

좌측 사진의 오른쪽 빛나는 것이 신품. 막 꺼내면 오른쪽 사진과 같은 형태다

이 부품의 교체 필요성은 작동 방식에 기인하는데, 풀/푸시 방식을 막론하고 어쨌든 클러치는 앞뒤 이동으로 동력을 연결하고 끊어주는 부품이다. 그 클러치 포크 베어링이 붙어서 움직이는 부품이 이 리테이너 커버 인 것.

실제로 뜯어보니 10만 km의 마일리지 탓인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로 잘록해진 허리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사용하기에 따라 문제없을 수도 있지만 예방정비 차원에서 교체를 결정하고 구매했다. 나중에 몹시 큰 일이 발생하는 것보다 기왕 뜯었을 때 조치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파일럿 베어링

키트에 클러치 포크 베어링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 안 준다는 게 좀 치사하게 느껴지긴 한다. 심지어 플라이휠도 주면서…. 이 부품의 역할은 플라이휠이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플라이휠의 가운데 구멍에 넣어주는 것이다.

10만 km 탔으면 그동안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는 얘기니까 이제 휴식을 줄 때도 됐다. 바꿔주자.

 

플라이휠 볼트

가운데 8개의 검은 육각형이 보이는가?

플라이휠을 엔진의 크랭크 축에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몹시 중요한 볼트.

이걸 조이고 푸는 경우는 플라이휠을 부착할 때 밖에 없어 가느냐 마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걸로 안다. 록타이트 같은거 좀 바르고 다시 조이면 별 이상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쫄보인 저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대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이것도 신품으로 갈았다. 사실 뜯었을 때 신품 교체는 정비의 정석이라 카더라.

 

클러치 릴리즈 포크

결론부터 말하면 고민은 많이 했지만 저는 안했다.

일단 이 부품은 클러치 페달을 밟았을 때 클러치를 떼어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힘 받는 부품.

베루스 엔지니어링Verus Engineering 홈페이지에서 이 부품을 처음 봤을 때 와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며 구매욕이 불타올랐다. 게다가 단조라잖은가! 사람 설레게 하는 단어는 다 들어있다. 강화, 단조. 게다가 해당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 등재된 수많은 박살난 클러치 포크의 사진들은 매우 섬뜩하여 경계심마저 들게 하는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하면 이렇게 깨먹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https://www.verus-engineering.com/shop/a0092a-forged-clutch-fork-brz-frs-gt86-319?page=3&category=1#attr=

 하, 이걸 진짜 사야하나 하고 고민하며 여러 업계인분들과 논의한 결과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처방을 받았다. 일단 순정 부품의 무식한 내구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얘기해봐야 입 아프고, 작고한 포크들의 사진은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나. 경기를 뛰어도 엄청난 동력 차이로 인한 충격이나 상식을 벗어난 작동이 아닌 바 에야 저렇게 개박살이 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고민 해결하고 구매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고는 싶었다.

 

4. 장착은 전문가에게

이름이 매우 정직하다

클러치와 부품들을 구매 해놓고 장착하기까지 상당한 간격이 있었다. 일단 국제운송 탓에 부품이 국내에 도착하는 시기가 그랬고, 여유 자금의 문제가 그랬으며, 시간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그 와중에 부품 알아보는 것도 그렇고 교체 방법을 확인해보기 위해 수많은 유튜브의 클러치 자가교체 영상들을 보게 됐는데, 왠지 제가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결국 작업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일단 저는 리프트를 포함한 장비도 없을뿐더러, 이 작업에는 전용 공구도 몇 가지가 필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구동계라 섣불리 손댔다가 어떤 후환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

평소에 친분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작업자가 있는 슈퍼스트릿 개러지에 작업을 의뢰하여 4시간가량의 작업 후 장착 완료. 기다림이 길었다.

클러치 교체를 위해서는 미션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위부터 사정 없이 까준다
막 미션을 내렸을 때와 청소하고 신규 부품으로 교체했을 때. 사뭇 빛깔이 다르다
영롱한 클러치 커버지만, 미션을 내리기 전에는 다시는 볼 일이 없기도 하다

 

5. 오묘한 느낌이다

제가 선택하는 부품들이 좀 극단적인 경우가 많기에, 이런 부품 장착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 겁을 많이 주는 편이다. 그리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차를 좀 심각하게 타는 부류이다 보니 그런 조언은 대개 실제 경험 후에 하는 얘기인 경우가 많아 더욱 큰 걱정을 하게 된다. 애초에 걱정할 일을 안 하면 되잖아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일상에서의 불편함이었는데, 클러치 페달이 매우 무거워져 도가니가 박살 힘들어진다는게 주요 내용으로 직접적인 표현은 “차를 버리고 싶었다”, “아직도 관절염의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 불편해서 바로 유기 클러치로 바꿨다” 등이 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다행히 한 번 선택한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자기 최면 성향이라 후회는 들지 않았고, 대략 3개월 정도 운용한 현 시점에서 회고 겸 후기를 작성해본다.

 

페달 답력은 강해졌다

장착해 준 분은 ‘유압식Hydraulic 같아졌다’고 표현했는데, 변화된 클러치 페달 특성을 상당히 잘 표현한 것 같다. 순정 클러치 페달은 “아 이게 붙었구나” 라는 느낌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동력이 전달될 때와 아닌 때의 답력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 클러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무거워졌다. 도가니가 갈려 나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군. 동력이 붙는다는 느낌을 진짜 붙을 때 돌아가는 느낌으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오히려 밟는 느낌이 일관적이라 좋은 듯하다. 사실 답력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다. 오히려 운동이 됐으면 됐지.

대략적인 느낌이랄까

클러치 미트 시점이 극초반이다

가장 적응 안되는 부분이었다. 나름 수동차 6년 짬밥이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슈퍼스트릿 개러지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시동을 얼마나 꺼 먹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차 받아서 집에 올 때보다 훨씬 많이 꺼트린 느낌이다. 거의 수동 운전 초보 수준으로 회귀했다고나 할까.

페달을 떼기 위해 힘을 빼는 순간부터 클러치가 붙기 시작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86의 클러치 페달은 구조상 어느 정도 유격 조절이 가능한데, 저는 그 덜렁거리는 느낌이 싫어 애초에 유격 없게 조정해 놔서 더 간극이 짧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겠다.

 

클러치 유격(마진)이 거의 없다

클러치 붙는 거 초반인 걸로 무슨 시동을 꺼먹냐고 하실 분이 꽤 있으실 텐데, 사실 진짜 이유는 이거다. 이 클러치는 동력 전달의 마진? 유격? 이 거의 없다는 환장할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거의 동력 On/Off 스위치로 느껴질 수준이다.

위의 그래프가 이 미트 시점과 클러치의 유격에 대한 제 느낌을 약소하나마 표현한 것이다. 감이 오는가?

 

동력 손실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정확한 수치를 계량해 본 적이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체감상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받아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수동차 조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심지어 언덕 출발을 할 때도 휠 스핀을 낸 경우가 드물었다. 타이어가 그립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힘을 가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얘긴데, 종감속 기어를 변경하고 나서는 약간의 숙련 기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클러치를 변경하고 나서는, 일전과 동일한 악셀량인데 뒷바퀴가 헛도는 게 일상이 됐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적응 중이라 그런지, 계속 출발 시 악셀량을 줄이고 있음에도 10번 중 6번 정도는 휠스핀이 나 매우 민망하다. 이게 단순한 조작 실수인지, 아니면 종감속 기어와 클러치의 시너지로 인한 간접적 출력 향상인지는 모르겠다.

앞서 선택 부분에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했는데 그게 너무나도 정확히 적용된 것 같아서 기쁘다. 어쨌든 느낌 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무시무시한 부밍Booming음이 생겼다

주로 클러치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발생하는 증상인데, 얘기도 많이 듣고 영상도 많이 접하여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감하니 약간 당혹스럽긴 하다.

판이 여러 개로 구성된 다판식 클러치인 만큼 클러치 페달을 밟아 두 판이 떨어져 있는 동안 회전하면서 판이 떨리며 나는 소리와 느낌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상상을 초월하게 크다. 심지어 정차 중에 옆 차가 차 고장 난 거 아니냐고 걱정도 해주셨다. 그 민망함이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당황하여 휠스핀을 내며 급발진 하며 부끄러움이 배가 된다

표현하기가 참 애매한데, 금속끼리 맞닿는 챠라랑 하는 소리가 아닌, 두꺼운 금속판이 진동에 떨리는 부부부붕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중량에 걸맞게(꽤나 무겁다) 실제 진동도 다소 느껴진다.

저는 의외로 신경이 굵어 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안 이후 신경 끄고 있지만 예민한 분들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도 이게 듣기 좋은 건 아니라서, 가급적이면 클러치 페달을 밟고 있지 않도록 운전 습관이 변했다….

 

6. 결론은 만족스럽다

위에 얘기한 것 외에도 다양한 공격을 당했는데, 예컨대 이런 것들이 있다.

86을 타는 선수분 중 핑큐베라는 매우 잘생겨 제가 흠모해 못지 않는 분이 계신데, 이 분은 오구라 클러치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쳐 있으시다. 그 이유는 경기 도중 압력판의 볼트 헤드가 부러져 클러치 판 사이에 끼는 바람에 경기장에서 다음 경기 전까지 차를 띄워 갈아엎는 대공사를 하셨기 때문. 이 분은 절치부심하신 나머지 앞으로 절대 오구라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서원을 세우셨는데, 제가 구매한 제품은 이 부분이 개선됐다.

유명한 분중 하나인 대유튜버 썬더볼트님도 경기 출전 겸 하여 빠른 사람들이 하니 좋은 셋팅일 것이다라는 명약관화의 논리로 역시 오구라 클러치를 장착하셨는데, 그 무게 때문에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고 미트 시점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차에 정이 떨어질 뻔했다고 하시며 유기 클러치로의 복귀하게 된 사연을 토로하셨다. 저는 이 부분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강제 극복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순정 상태의 86에 트윈 플레이트 메탈 클러치는 오버스펙이며, 보통의 각오로는 견디기 힘들만큼 일상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저는 보통 이상의 변태이므로 해보고 싶은 것을 했다는 점에 있어 매우 만족 중이다.

이제 이걸 활용할 수 있도록 서킷을 가거나 드리프트만 하면 된다. 제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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