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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암레스트 설치 DIY – 팔도 거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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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그간 계속 기술적이고 골치 아픈 것들만 집중적으로 작성한 것 같아 멋쩍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읽기 편하게, 가벼운 인테리어 DIY 관련된 내용을 쪄왔습니다.

아, 물론 제가 복잡한 포스팅을 쓰는 게 부담스러워서는 절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읽으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죠.

 

86 암레스트 설치 DIY – 팔도 거치하자
86 ArmRest Installation DIY – Stay your arm

 

1. 정리 좀 해라

종종 언급했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을 이 사실이나, 86을 탄다면 항상 편의 시설의 부족함이 눈에 밟힌다. 이 때문에 사람이 오디오를 바꾼다던가, 헤드 유닛을 적출하고 이식한다던가 하는 해괴한 짓거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허전하니, 급정거 하면 물건 쏟기 딱 좋은 형태다

86은 팔걸이가 없다. 그런데 그 자리에 일반적인 암레스트 수납함은 있다. 심지어 탈착식 2구 컵 홀더도 포함. 그래서 차를 타면 뭔가 난잡하게 정리 안된 서랍을 보는 것 같아 신경 쓰일 때가 있다. 게다가 노출된 공간이라 먼지 쌓이거나 하면 이게 바로 눈에 띄는지라 몹시 거슬린다.

알다시피 이런 움푹 패였는데 물건을 넣어두게 생긴 공간은 각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종국에는 생태계를 품은 하나의 소우주가 되어버리고 말기 십상이다. 그리고 불안감과 꺼림칙함이 중첩되어 결국에는 손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몹시 두려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2. 너무 일찍 골랐나 보다

암레스트와 수납함을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은 그 공간을 포기하지 못한다. 심지어 86은 그 안에 시거잭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있겠지 싶은 마음에 가난한 자의 동반자 알리 익스프레스를 켜고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수백건의 검색 결과가 뜬다. 역시 있을 줄 알았다. 일반적인 커버 유형부터 시작해서 컵홀더 거치형, 분산형, 좌우개폐형, 타워형에 3단변신까지 아주 난리가 났다. 무슨 가구 전시회 보는 것 같은 느낌. 소재도 인조가죽부터 스웨이드, 알칸타라, 천연가죽에 일반 천, 심지어 타조나 악어가죽까지 아주 다양하다. 좀만 더 찾아보면 인피 소재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86을 추가로 검색어에 넣으면 매우 한정적이다. 스바루였나 TRD에서 정품 옵션이 나온 것이 있는지라 그 제품의 카피를 지향한 제품들만 나오는 것이다. 하긴, 인기 있는 차종이 아니면 개별 차종마다 제품을 낼 리 만무하다.

제가 장착을 마음먹은 2019년 시점에서는 선택지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 해외 포럼까지 찾아보면 대충 86이나 BRZ에 적용할 수 있는 암레스트는 크게 3가지로 좁혀졌다.

말 그대로 팔을 기대기 위한 받침대에 가깝다

첫 번째는 초창기에 출시된 정품 모델로, 슬라이드 방식의 부분 암레스트다. 암레스트 공간을 완전히 덮어주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제 설치 목적 중 하나였던 외부 먼지의 차단 혹은 밀봉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설치 안 한 것과 마찬가지기에 매력도가 높지 않았다.

일체감은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콘솔 공간을 모두 희생해야 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두 번째는 컵홀더에 얹는 타워형인데, 그냥 꽂아두면 되기 때문에 설치랄 것도 없는 극강의 적용성이 장점이다. 그러나 그 방식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공간을 제물로 바치고 팔걸이를 얹는다는 등가교환 방식이라 그 공간 사용을 원하는 제게는 맞지 않는 제품이다.

가장 일반적인 여닫이 방식

세 번째는 암레스트 콘솔(적재공간)에 맞춰 나온 뚜껑형의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암레스트의 정석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트림에 구멍을 뚫는 등 설치가 복잡한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공간도 살릴 수 있고 뚜껑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며 팔도 거치할 수 있다.

목적과 용도가 매우 부합하기에 저는 세번째 제품을 골랐다. 구매는 이베이나 알리에서 ‘86 Armrest’ 를 검색하거나 TRD 홈페이지에서 정품을 구매하도록 하자. 제가 산 모델의 경우 가품 기준으로 배송비 포함 약 3만원 내외로 해결할 수 있다.

아니 왜 그 땐 없었냐고 진짜

여담이지만, 요즘에 와서는 설치가 더 편하고 기능적으로도 보강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모양이다. 포스팅 하려고 찾아보다 발견한 제품들인데, 지금 한다면 아마 이런 것들을 사지 않을까 싶다. 왜 그 때는 없었는지 분통이 터진다.

 

3. 가품 기준으로 품질이 만족스럽진 않다

기본적인 기능만 해주면 아무 상관없는 부품이라 저는 가품을 구매했는데, 어느 정도는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장을 뜯으며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포장 자체는 매우 견고하고 고품질의 무지 박스를 사용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제품 자체의 품질은 그냥 그랬던 것.

마감, 소재 등 전체적인 품질이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일단 제품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유광 경질 플라스틱으로 저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윗면의 인조가죽 부분은 보기만 해도 레자임을 확신할 수 있는 번쩍거리는 비닐 느낌이었으며, 제품 마감도 조잡함을 감출 수 없다. 그나마 플라스틱 몸체에 원본 트림과 비슷하게 가죽무늬를 넣어준 것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긴 하다만. 정품의 가격이 한화 환산 시 약 15만원대로 워낙 비싸다 보니 제게는 차선이었고, 사용하다 보니 가끔 가죽옷과 마찰음이 거슬리고 여닫는 게 매끄럽지 않아 신경 쓰일 때가 있을 뿐 실사용엔 지장은 없다. 그나마 포인트가 되는 붉은 스티치는 정갈하고 가지런하게 잘 들어가 있다. 나중에 여유 되면 가죽 사다가 리폼이나 해볼까 생각해본다.

 

4. 장착은 좀 골치 아프다

이건 어느 정도 장비의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다음 항목들을 잘 준비해 두도록 하자.

 

장착에 필요한 장비와 품목

-      전동 or 수동 드릴과 6.5-7Ø(mm) 비트(최소 플라스틱용)
-      많은 양의 매우 잘 붙는 양면 테잎(차량 외장재용 추천)
-      필립스 드라이버(+)
-      30cm 이상의 자
-      마스킹 테잎과 마킹 가능한 잘 지워지는 초크나 펜이 있으면 좋다
-      순정 내장재에 과감히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용기
-      마감 품질에 연연하지 않을 굵은 신경

항상 하는 얘기지만, 결과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가급적 돈을 주고 업체에 맡겨 갑질이 가능한 위치에 서도록… 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덜도록 하자!

 

대략적인 장착 위치를 보자

센터 콘솔을 중심으로 적절한 장착 위치를 잡아야 한다

어찌 장착해야 하는지는 설명서 없이 물건만 봐도 대략 감이 잡히지만 실착은 녹록잖다. 흥분해서 구멍 뚫기 전에 혹시나 하고 암레스트를 대봤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완전히 맞아 들어가지 않음을 발견했다. 하.

이건 비단 제품의 성형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장착해야 하는 순정 내장재 자체가 곡선이 많은 형태임도 한몫 한다. 물론 그 내장재에 딱 맞춰 설계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나, 뚜껑 모양 맞춰준 것만 것 감지덕지 해야 할 판이다.

사정 없이 뚫어주었다

그래서 조금만 툴툴거리며 팔걸이를 내장재 위에 대고 구멍을 뚫어 고정시킬 부분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초크로 마킹을 하거나 마스킹 테잎으로 위치를 표기해두면 좋을 것이다. 저는 밖에 나와있던 참이라 무식하게 그냥 드라이버로 구멍을 찍어 표기했다. 어차피 구멍 뚫을 것이니 표면이 뭐 대수인가 싶다.

왜 밀착이 안될까 고민하다 밑을 보면 잘라버리고 싶게 생긴 게 있다

구멍 뚫는 위치를 잡을 때 매우 거슬리는 것 중 하나가 암레스트 하단부에 돌출된 고정용 플라스틱 핀인데, 용도가 뭔진 알겠지만 작업하는 내내 매우 거슬렸다. 만약 줄톱 같은 게 있었으면 아예 잘라버리고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마킹을 위한 도구가 있으면 그나마 수월하겠지만, 저는 그걸 준비하지 못하여 무식하게 자로 핀 사이의 간격을 재서 타공 위치를 표기했다.

준비가 모자르거나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

 

내장재에 구멍을 뚫자

문제의 그것과 볼트

포함된 부속품을 보면 알겠지만, 이 제품은 내장재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리벳? 비트? 하우징? 여튼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된 부품을 박아 넣어 너트 역할을 하게 만든 뒤 암레스트 제품 위쪽에서 볼트로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그래서 내장재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렇게 뚫고 고정시켜 줘야 한다

사진에서 보이듯 고정용 플라스틱 부품의 직경은 대략 7mm인데, 꽉 잡아줄 수 있도록 6.5mm 정도로 구멍을 뚫는 것도 고려해보자. 참고로 이 고정용 플라스틱 부품의 경우… 아, 대체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으니 계속 길게 쓰게 되는데, 어쨌든 이놈의 몸체에는 요철이 없어서 구멍이 헐렁하면 고정되지 않고 덜렁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종이나 테잎 등으로 고정시키는 방법도 있으니 구멍을 크게 뚫었다고 좌절하진 말자.

 

구멍에 고정용 플…그래, 그걸 박아 넣고 가조립을 해보자

앞으로 ‘너트 역할을 하는 고정용 플라스틱 부품’을 그것이라 칭하겠다.

그것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암레스트 아랫면을 참고하여 필요한 부분에 잘 박아 넣도록 하자. 고정되지 않고 헐거운 느낌이 든다면 두꺼운 종이를 한바퀴 감아주거나 양면 테잎을 조금 붙이던가 하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단단히 고정될 수 있도록 하자. 이 제품의 구조와 형태상 양면 테잎을 바르지 않는다면 암레스트를 내장재에 고정시키 역할을 하는 것은 이 그것들 밖에 없다.

그것 자체에는 프라모델 스냅 키트와 같은 고정력이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암레스트 본체를 얹어보자. 피팅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면, 흐뭇해 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만약 볼트 위치가 맞지 않거나 해도 당황하진 말자. 어차피 내장재의 이 윗면은 암레스트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고, 암레스트를 제거하면 교체를 하든 뭘 발라서 땜빵을 하든 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늦었으니 후회도 하지 말자. 그저 차분히 드릴을 들어 구멍을 확장하거나 위치를 옮겨 새로운 구멍을 뚫으면 된다. 얘기했듯, 구멍이 넓어 그것이 고정이 안될 경우 임기응변을 사용하도록 하자.

 

고정시키자

아무리 철저히 표기하고 준비해도 실수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 위의 구멍 잘못 뚫어 헐거울 때 운운하는 내용은 제 얘기다. 젠장.

참을성 없는 자의 작업물.jpg

이렇게 된 이상 그것의 고정력만 믿을 수는 없어 저는 나름의 조치를 취했는데, 위대한 3m의 차량 외장재 부착용 양면 테잎이 그것이다. 저는 빠꾸 없는 삶을 지향하는지라, 스포일러 작업 때 사용했던 초강력 제품(녹색의 컬러다. 품번은 pn03609)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도 종류가 많으니 잘 알아보고 선택하자.

내장재와 직접 닿는 암레스트의 밑부분은 접착제를 사용해 고정하기 좋은 형태가 아닌데, 평평한 것이 아닌 재료 절감과 강성 확보를 위한 중공+지지대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일단 부착 가능한, 그리고 직접 내장재에 닿을 것 같은 부분에는 죄다 테잎을 붙였다.

그리고 드디어 고정의 시간. 그것에 드디어 있는 힘껏 볼트를 조이면 된다. 아, 경험상 너무 세게 조이면 그것이 탈출하거나 헐거워져 고정을 위한 재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적당히 조이자. 양면 테잎과 내장재, 암레스트 아랫면이 밀착될 수 있을 정도로만 강하고도 부드럽게.

나사를 조이고, 혹시나 틈새로 삐져 나온 양면 테잎이 있다면 헤라나 드라이버로 잘 마무리해주자. 더 손댈 곳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완성이다.

고뇌 끝에 장착이 완료된 모습. 이제 정리해야 한다

 

5. 사용에는 문제없다

소재가 불만족스럽고 만듦새가 조악하다고 얘기했는데 여기 추가로 불만을 얘기해보면, 잠금 클립의 재질이 마음에 안든다던가, 힌지의 움직임이 조금 뻑뻑하다던가 정도의 불만이 있겠다. 그리고 이게 차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 중 하나에 위치한지라, 인테리어의 통일성이나 보임에 신경을 쓰는 경우라면 정품을 고려 해보길 추천한다.

너무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쓴 것 같아서 변을 조금 써보자면, 이건 본래의 기능엔 충실한 제품이고 암레스트 콘솔 안에 시거잭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소소한 배려로 케이블 터널도 있는 등 의외로 나쁘지 않다. 어디까지나 실사용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다.

암레스트 용도로서의 사용성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 저는 이 제품을 암레스트 콘솔 덮개의 용도로서 구매했고 평소에 86을 탈 때 암레스트에 팔을 얹지 않아 큰 불만은 없었다. 변속하랴 사이드 잡으랴 아니 그걸 왜 잡아 암레스트에 팔을 기대고 있을 틈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팔걸이로서의 기능과 푹신함을 기대한다면 제가 선택한 이 제품은 해당이 없고, 좀 더 위로 도톰하게 올라온 모델을 구매하시길 권장한다.

결론은, 저는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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