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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후드 댐퍼 설치 DIY – 꼿꼿하게 서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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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격조했습니다. 게으름의 치유법으로 그간 밀렸던 포스팅들을 작성해보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대형 포스팅들은 좀 부담되서 작은 것들부터 해치우는 중입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날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86 후드 댐퍼 설치 DIY – 꼿꼿하게 서 있어줘
86 Hood Damper Installation DIY – Erection!

 

1. 부족한 옵션은 직접 채워 넣는 차 86

왜 제가 차도 만들어가야 한다는 건 얘기 안 해줬냐

‘86은 드라이버를 만들고 드라이버는 86을 완성시킨다’ 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이를 직역하면 ‘부족한 옵션은 알아서 채우세여 아몰랑’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한때 저 문구에 홀딱 넘어가 편의기능 부족은 알아서 채워 넣거나 극복하리라 다짐했던 제 자신이 한심해진다. 진정한 마케팅의 승리 라고나 할까. 단적으로 얘기하면, 최소한 한국에서의 86은 그 가격에 비해 편의 시설이 한참 부족한 차가 맞다.

토요타 코리아를 위한 그리고 그 가격을 주고 이 차를 산 저를 위한 약간의 변을 하자면, 한국향 모델은 일본 본토 옵션표를 기준으로 거의 풀옵션에 가까운 스펙인 만큼 그 가격이 높은 것이라고 해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 환율 최고점을 기준가로 삼은 점은 여전히 용서가 안되지만.

어쨌든, 해괴하게도 86은 사용자가 모자라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의 대체품을 애프터 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저는 지갑을 열겠지. 무간 개미지옥이다.

 

2. 엔진룸을 자주 연다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일반적인 차를 구매했으면 이럴 일이 없겠다 싶은데, 86을 운행하면 이상하게 자꾸 뭐가 하고 싶기도 하고, 그걸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볼트온 킷들이 지천에 널렸으며, 자꾸 하다 보니 불쾌한 시너지로 자신감도 붙고 하여 엔진룸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마약 같은 늪이다.

아직도 지지대를 사용하는 차가 있다구요?

그러다 보니 소소한 옵션이 그리워지는데, 그것은 바로 본넷 댐퍼. 20세기에 본넷 댐퍼도 없는 차가 어딨겠냐 싶겠지만 놀랍게도 우리 86은 그런 차다. 경량화와 구조적 강성을 빌미로 그딴 사치품은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고로 엔진룸 사방 팔방을 휘젓고 다니며 부품 장착 위치를 물색해야 하는 경우 몹시 곤란해진다. 하….

하여, 필요 반 욕망 반으로 본넷 댐퍼를 구매해 장착하기로 했다. 비어 있는 부분은 채워 넣고 싶은 법이다.

 

3. 종류가 많으니 잘 선택하자

막상 구매를 결심하고 물건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 놀랐다. 하긴, 생각해보면 예쁘다는 이유로 실내 부품까지 그 비싼 탄소섬유로 떡칠하는 세상이니 그럴 법도 하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익스테리어 or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니까. 일단 눈에 보이잖는가.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튜브와 볼 조인트의 재질: 합성수지 or 카본 or 금속

크롬빛에 혹해 호구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아마 선택의 주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내부는 충전재 밀봉 문제로 금속 실린더가 들어가겠지만 눈에 보이는 건 그 외피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개인 취향의 문제일 듯하다. 조금의 무게 차이는 나겠지만, 재질에 따른 큰 변동은 없는 걸로 확인했다.

다만 볼 조인트의 재질에 있어서는 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테플론 코팅이 된 볼 조인트 하우징을 쓰는 제품들이 많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이게 언젠가는 삭아서 박살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내구성을 생각하면 저는 금속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작동 방식: 가스식 or 유압식

성능이랄 것 까진 없겠지만 기능과 특성을 보면 이 부분이 조금 신경 쓰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본넷 무게 지탱하는 정도의 기능요구에서 두 방식의 차이는 미미하다. 이게 무슨 쇼바도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드는 거 사면 된다.

약간의 첨언을 하자면, 공업용 자료에서 주워들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유압식이 가스식에 비해 내구성이 더 좋을 수 있다고 한다. 좋다 가 아니라 좋을 수 있다 이므로 참고 정도만 할 것.

무게는 당연히 유압식이 좀 더 무겁다. 기름이 들어있는데 가스보다 무거운 것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참기름이 들었으면 터졌을 때 고소한 향이

 

출신: OEM or 브랜드 or 순정

자체 생산품을 제외한 오픈 마켓의 수많은 제품들을 보면서 짐작컨대 어차피 생산되는 공장은 몇 개 안되는 것 같다. 마운트 외에 댐퍼 자체만을 볼 때 많아봐야 3군데서 생산하는 듯? 물론 공장 소재지는 모두 중국이다.

여기서 세가지 선택지가 생길 수 있는데, 각 제조사 순정품 vs 브랜드 제품 vs OEM 정도가 되겠다.

제조사 순정품은 품질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수급 문제도 원활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화낼 대상이 있다는 것이 극강의 장점일 것이다. 심보가 고약하게 보일 수 있어도 이게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굉장히 골치 아픈 것이라…

브랜드 정품은, 브랜드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엄정하게 QC된 제품을 쓸 수 있다는 게 장점. 단점으로는 당연히 가격이 있다. 아무래도 애프터 마켓 부품은 가격이 좀 나가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OEM이 있는데 이는 되먹지 못한 상도덕의 결과로, 제조사 순정품이든 브랜드 제품이든 자기들이 생산라인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차피 외주를 주게 되어 있는지라, 공장에서 자기네 브랜드를 박고 거의 동일 스펙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군소 브랜드들이 주문한, 역시 기준이 되는 제품과 거의 동일한 스펙을 갖춘 것들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제가 즐겨 찾는 종류의 상품인데, 제대로 된 것을 고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감식안과 짬밥이 필요하다. 운 좋으면 양품, 재수 없으면 주저앉는 본넷을 보게 될 것이다.

 

장착: 댐퍼의 길이와 마운트의 형태

가장 중요한 부분. 본인의 차량에 맞지 않는 걸 달 수는 없지 않은가?

제가 고른 NRG 제품의 마운트. 좌우가 나눠 표기되어 있다

대개의 경우 위 3종 선택지를 막론하고 장착 가능한 차량의 목록을 제공하지만, OEM의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단순 유통사들이 일단 팔고 보자 or 모르겠고 그냥 그럴듯한 설명을 복사하자는 주의로 온갖 미사여구와 짜깁기한 적용 가능 목록을 써 붙이는 모습을 종종 본지라, OEM 제품을 선택한다면 본인의 차량에 맞는 스펙과 마운트 정도는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확인은 간단하다. 본인 차량의 본넷을 열고 마운트 가능한 위치, 즉 볼트를 조일 수 있는 엔진룸과 본넷의 위치를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제품 상세 페이지의 마운트 사진과 비교하자. 마운트 자체는 그냥 단단하게 고정하기만 하면 되므로 이건 구조와 위치만 나오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댐퍼의 길이다. 접었을 때와 완전 전개 시의 길이를 잘 기억해두고, 실제 본넷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충분할지를 계산해봐야 한다. 쉽게 말하면, 댐퍼의 완전 전개 시 길이 = 본넷을 열었을 때 엔진룸과 본넷 마운트 사이의 간격/댐퍼를 접었을 때의 길이 = 본넷을 닫았을 때 두 마운트 사이의 길이 다. 완전 전개 길이는 조금 모자라도 상관 없지만, 접었을 때의 길이는 무조건 본넷을 닫았을 때 두 마운트 사이의 길이보다 짧아야 한다.

물론, 차량별로 맞춰 나오는 신뢰할 만한 제품의 경우에는 그냥 해당 차종 적용 가능 제품을 사면 된다.

 

4. 제 선택은요

크롬빛 영롱한 NRG의 후드 댐퍼 제품(호구)

저는 신중한 성향이어서 되도록 튼튼해서 내구도 신경 안 쓰고 막 오래 썼으면 좋겠고, 겉모양 보다는 신뢰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고른 것은 NRG의 후드 댐퍼.

마운트와 댐퍼를 연결하는 볼조인트의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이고, 몸체도 금속재질이다. 게다가 제가 선호하는 유압식. 물론 무게는 일반적인 합성수지 재질의 가스 댐퍼 보다는 무겁다.

가격도 좀 비싼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브랜드 제품인데다가 재질이 재질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86에 바로 적용 가능한 볼트온 킷이라 장착한다고 고생하진 않게 되어 다행이다. 전용품은 아니고 범용인 것 같긴 하지만…?

 

5. 장착의 시간

단순히 볼트를 조이고 푸는 볼트온 킷이라 장착을 위한 준비도 매우 간단하다.

준비물

-      10mm / 12mm 육각 렌치
-      충분한 완력
-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굳센 심지 or 공간
-      소중한 시간 30분
-      비싼 돈 주고 산 댐퍼 세트

 

일단 후드를 열고 장착 자리를 보자

힌지를 중심으로 대충 볼트 자리를 보면 장착 위치가 감이 잡힐 것이다

본넷을 열고, 이 부품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막대기를 들어 고정시키자. 이걸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웬만한 차 본넷을 까보면 어디 장착해야 할지 감이 온다. 장착해야 할 곳 부근에 볼트가 있는 곳이 몇 군데 없기 때문. 보통은 본넷의 경우 지지대 고정 볼트쪽, 차체는 거기에서 가장 가까운 볼트가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마운트를 장착하는데, 작업은 한쪽 씩

가끔 몹시 흥분하셔서 일단 죄다 풀고 보는 열정 넘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몹시 곤란해진다. 본넷이 온몸으로 중력을 받아 차체와 격렬한 포옹을 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 지지대가 받쳐주지 않냐고? 그 두께와 위치를 보라.

본넷 쪽은 12mm, 차체 쪽은 10mm

86의 경우 각각 본넷 쪽은 12mm, 차체 쪽은 10mm 육각 볼트로 고정 되어있다. 차분히 한 번에 한쪽 씩, 한 개씩 작업하도록 하자. 다시 말하지만 후드 힌지와 연결된 볼트는 양쪽을 다 푸는 순간 본넷이 자유낙하 하므로 반드시 명심하자.

상단은 대개 구멍이 한 개라 헷갈릴 일이 없으나, 차체 쪽 마운트를 보는 순간 멈칫하게 된다. 제가 구매한 것 같은 범용 제품은 조절식이라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기 때문. 하지만 당황하지 말자.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댐퍼의 길이를 생각하면 된다. 적당히 맞는 길이로 설정해주자.

적절한 자리를 선정하여 마운트를 붙여주면 된다

탈거한 볼트를 조일 때 토크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정비 매뉴얼을 펼치면 적정 토크가 적혀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댐퍼 마운트 a.k.a. 쇳덩이를 덧대어 볼트 길이가 살짝 모자라다는 점을 기억하자. 게다가 이 부위들은 몹시 튼튼한 부분들이라 웬만한 정도로는 야마가 날 수가 없다. 온 몸의 힘을 싣지는 말고, 잘 모르겠다면 살짝 오버 토크로 조이도록 하자. 잘 모를 때는 오버 토크!

 

볼 조인트를 꽂고 클립을 조여주자

이제 댐퍼 본체만 장착하면 끝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의외의 난관이 될 수도 있다. 지지대로 세워 둔 본넷의 길이와 댐퍼 길이는 맞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부터 살살 작업하면 된다

좀 쉽게 하기 위해서는 차체 쪽부터 고정시키는 게 편하다. 그리고 댐퍼를 위로 뽑으면서, 지지대를 치우고 본넷의 높이를 조정하며 댐퍼의 반대쪽 끝을 볼 조인트 마운트에 꽂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려니 좀 어렵긴 한데, 댐퍼를 끝까지 뽑은 상태로 본넷을 들어 본넷 쪽 볼 조인트에 맞춰 넣으면 된다. 일단 꽂기만 하면 반대쪽은 쉽다.

잊지 마세요, 클립

혹시 모르니 노파심에 말하지만, 고정 클립은 꼭 장착해야 한다. 딱히 제가 나중에 허겁지겁 다시 꽂았기 때문은 아니다. 볼 조인트가 탈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지대를 제거하자

무거운 것을 추가했으니 이제 조금이나마 무게를 덜어보도록 하자.

요래조래 움직이다 보면 뾱 하고 빠진다

기존 지지대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장착되어 있다. 고무 재질로 되어있는 부싱에 ㄱ자로 꺾인 끝이 꽂혀 있는 형태다. 힘을 주어 뽑으려 하면 체력만 낭비하거나 고무 부싱이 뜯겨 나올 수 있으니, 지지대가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점을 활용해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잘 빼내도록 하자.

뽑아 보면 이거 의외로 무거운 부속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잘 싸서 구석탱이에 방치하도록 하자.

 

6. 이것은 편하다

장착 후 사용해보니 한 번에 완전 전개가 되지 않는다는 의외의 단점이 있었다. 처음에 열어 올라가는 게 멈췄을 때 힘을 주어 올리면 본넷이 조금 더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후드를 열어 작업할 때 1단계 전개만으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뭔가 최대 출력? 성능? 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 살짝 찝찝하다. 어쩌면 마운트의 위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유압식이라 그런지 날이 추울 때는 본넷의 전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는 점도 있다. 가스식이었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은 성질이 급해 자연스러운 전개를 기다리지 못해 손으로 열기 마련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본넷을 열 때 더 이상 지지대를 꽂는 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거나, 엔진룸을 들여다 볼 때 거슬리는 것이 없어졌다는 건 매우 편하고 좋다. 편의성 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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