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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86 전체 도색 - (1/2) 의외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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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도색 시리즈~

2023.05.17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86 전체 도색 - (1/2) 의외의 행운

 

86 전체 도색 - (1/2) 의외의 행운

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격조했습니다. 게을러서 금안…. 변명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한 변명 아닙니까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 건을 하나 처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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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 [망조가 가득한 모터 라이프] - 86 전체 도색 - (2/2) 무탈한 출고

 

86 전체 도색 - (2/2) 무탈한 출고

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이번 작업은 사실 제가 한 게 없다보니..., 아니, 제가 한 것은 부품 구매 정도에 그치다보니 굳이 2부로 나눌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예, 그래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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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랜덤 입니다.

격조했습니다. 게을러서 금안…. 변명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한 변명 아닙니까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 건을 하나 처리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주변의 아우성과 적극적 도움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하.

이해를 돕기 위한 간략한 영상 하나 보고 가시죠.

2차 부활 Teaser

 

파상풍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증상이 86에 번지고 있다. 

최초 인지 시점은 서킷 사고, 그러니까 17년 12월 28일에 있었던 지명에 이름을 남긴 사건의 결과물에 대한 수리 이후 1.5년이었다. 환산하면 19년 초 즈음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그 때 그 사건 돌아보기

 애초에 수리 할 때 업체로부터 퍼티가 다시 터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증상이 나타날 줄은 몰랐기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간만에 세차나 해야지 하고 정말 오랜만에 도장면을 살펴보다 그 부위를 확인한 것.

지금도 문외한이지만 사고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아는 것이 없었기에 지인에게 수소문 하여 찾은 업체였기에 소개해준 분에게 추가 조치가 가능한지를 문의해봤지만, 애초에 재발 가능성에 대한 고지를 받았고 수리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 섞인 답을 받았다. 이 부분은 납득이 가긴 하는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기에 저 로서도 업체를 운영 중이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을 듯 하기 때문.

달고나 먹고 싶어 진다

일단 타고 다니자고 생각했지만, 급기야 갈라지다 못해 퍼티가 터지고 사이로 눈물이 녹물이 흐른 자국이 나기에 이르렀다. 제가 주로 차를 타는 때가 겨울이다 보니 염화 칼륨 같은 훌륭한 산화제에 범벅이 되어 증상이 가속화됐을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재수리를 결심하였으나 제가 하는 게 늘 그러하듯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지출이 발생하는 바람에 바로 착수하지 못하고 또 시간이 흐르게 됐다. 이 지출은 현재 진행형이고 글 작성 시점에서 향후 33.2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비나 눈이 오지 않는다면 주요 이동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발이 완전히 묶이지는 않는다는 점. 

어쨌든,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계속 벼려왔던 이 숙원사업을 진행시키게 됐다. 무언가를 하는 것은 대부분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고 했지 아마.

 

문제가 뭐였냐 하면 

보다 성숙하고 이성적인 삶을 지향하는 제게 있어서 타인의 험담을 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는 짚고 넘어가야 할듯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수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

예컨대 퍼티의 경우, 그 자체로서 흡습성을 지니기도 하고 외부의 코팅이 벗겨져 반응하기 쉬운 상태인 철판 위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아연 성분이 함유된 것을 사용하여 환원반응을 유도하거나 최소한 산화를 늦추도록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퍼티를 사용했다고 한다.  

더불어 수리에 사용된 퍼티의 양도 문제로 밝혀졌다. 제가 이전 수리 주체로부터 듣기로 제 86의 수리에 들어간 퍼티는 약 8 kg라고 하는데, 차량 외판 수리를 업으로 하는 주변 분들께 여쭤보니 퍼티로 차를 새로 만들었냐고….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정도의 양이면 사실상 판금단계를 건너뛰고 홈을 모두 퍼티로 메운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한다. 허어.

혼란스럽다

관련하여 저도 의문인 것이 하나 있었는데, 예전 스피커 작업을 할 때 수리한 쿼터패널 위치에서 정체 불명의 검은 칠이 된 박스 조각을 발견한 적이 있다. 차량의 표면을 수리하는데 있어 임시 조치가 아닌 영구적 처치로써 종이 조각을 사용한다는 건… 제 차량 정비에 관한 지식이 일천하여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찝찝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이전에 수리를 행한 업체에서도 사전에 이가 영구적인 조치가 아님을 주지하긴 했지만 이건 무슨 달고나도 아니고 이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표면이 터져 나갈 것 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퍼티 바사삭 만약 날림 작업이라 해도 작업자조차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문외한이었던 저로써야….

이 정도가 차체 표면 수리의 미흡함에 대한 의혹의 근거이고, 그 외에도 킹리적 갓심을 유발하는 정황적 증거가 꽤 많았다. 예컨대 앞 휀다의 경우 그를 차체에 고정하고 있는 볼트들이 모두 순정 볼트가 아니었고, 차를 받는 날 확인하기로 문 쪽의 도장면이 봐도 있을 정도로 굉장히 울퉁불퉁하여 직원이 그 자리에서 광택기를 가져와 표면을 정리했으며, 심지어 왼쪽 앞 휀다 부분의 앰블럼을 붙인 양면 테이프는 원형으로 자르는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비뚤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은 정황적 의심일 뿐, 실제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수리자 본인이 진실을 말해주거나 정밀한 과학적 검사를 수행하지 않는 한에는 확실히 밝혀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저 외에도 해당 업체에 수리를 맡겼던 여러 사람들이 크고 작은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빗나간 의심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수리에서 전체 도색으로

수리 해야 할 부분은 이전과 거의 같다… 그래서 뭔가 굉장히 끔찍한 데자뷰 같은 느낌이다. 이전의 주요 수리 부위였던 에어컨 컨트롤 유닛 a.k.a. ACU이나 에어백 같은 전자장비 계열 부품을 수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정도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이라고 생각해봐도 외판 수리는 사실상 새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 변하지는 않는다. 좌측의 앞 휀다, 문, 그리고 뒤 휀다(쿼터 패널)의 3판에 대한 수리가 될 것이다.

방청을 빙자한 그림놀이. seoul tuner 감독님께 폐가 될까봐 차마 브랜드는 넣지 못했다는 후문

그런데 기왕 돈 쓰는 김에 라는 욕심이 생기며 제 수리에 대한 결심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어차피 복원하고 칠하는 거 기왕이면 전체 도색을 해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제가 드디어 돌았습니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며 여기저기 전신에 상처가 난 곳이 많은데 하는 김에 깔끔하게 외관을 정리하는 유지보수비용으로 정신승리 생각하자는 자기 기만적이지만 나름 합리적인 결론으로 급발진 비약됐다.

사실 그 전에도 전체 도색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야매도색부터 정석대로 진행하는 업체까지 대략적인 가격대를 훑어보긴 했다. 겉칠만 약 150만원에서 속칠 포함 1,000만원 까지의 범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편차가 몹시 큰 이유는 아마도 공정과 작업능력의 차이일 것이다. 야매도색에 포함되는 곳은 겉칠만 작업하며 주로 사고수리를 하는 곳인지라 품질에는 보장 못하지만 그래도 작업 자체는 진행이 된다. 정석 작업하는 곳은 꽤나 이름 있는 곳이라 하며,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뭔가 제조사 1하청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가격과 시간에 더해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떨치지 못해 착수하지는 않았었다.

어쨌든, 조금의 욕심을 첨가하긴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진행해야 할 명분이 생겨서 진행은 확정됐다. 그리고 굉장히 다행인 건, 최초 처치 시보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늘어난 상태라 믿고 부탁할 만한 분들이 몇 생겨서 확실한 조치가 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몹시 위안이 된다.

 

의외의 고난과 수확

차량을 완전히 새로운 색으로 도색 하게 되면 그 색을 고르는 데 상당한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얘기는 그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시적으로 의견이 불거지기에는 모수가 너무 적은가 라고 잠시 생각해봤는데, 가만 보면 전체 랩핑도 비슷한 맥락 아닌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출고 직후 무빵 상태의 귀한 순정 청금석 파란색

제 고난의 행군을 조금이라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아니 위에 사진도 있는데 굳이 필요는 제 86의 색상은 파란색이다. 공식 명칭은 아즈라이트 블루Azurite Blue인데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이 장면이 제가 유채색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제가 파란색의 차를 산 것과 도색 색상을 조금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에는 작게 나마 이유가 있다. 차없찐 뚜벅이였을 무렵 언젠가 아울렛에 간 적이 있는데, 주차장 가득한 차들이 모두 무채색이었던 것. 그 때 색상은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이자 브랜딩의 방편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유채색 차량을 구매한 것도 그 생각과 충격의 영향이 컸다.

이렇게 컬러칩 까지 보면서 고민했는데 결과는 시원찮았다

그래서 제가 고민하던 색상은 크게 네가지 였는데, ① 팬톤 2346C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붉은색(빛바랜 고무다라이 레드), ② 팬톤 7548C 아주 진한 노랑색(운전연수 옐로우), ③ 팬톤 331C 왠지 치과 생각나는 민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④ 팬톤 Cool Gray 4C(일명 나로도 그레이 계열) 정도다. 색을 고르기 위해 머리 싸매고 팬톤 컬러칩 까지 보면서 고민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모두 무산됐는데, 그 이유는 ① 붉은 계열 안료는 너무 비싸고 ②③ 출시된 지 좀 된 차인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려 온갖 사람들이 가지각색으로 만든 차들의 사진을 보고 색상 매력도가 떨어졌으며 ④ 유행이 지난 지가 언제냐는 등의 반박 불가한 논리적 공격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흑. 

그리하여 서울 튜너seoul tuner 감독님의 진심 어린 애정과 걱정이 담긴 무수한 잔소리 조언에 힘입어 다시금 색상 리스트를 뽑아봤는데, 탈모가 진행될 것 같은 고민 속에 크림Cream 색상과 같이 고민하다 결국 선택한 색은 은색이었다.

이 즈음 하여 바로 앞에서 획일적인 무채색의 몰개성과 상징색을 통한 브랜딩에 대해 떠들던 사람은 어디 갔냐고 할 수 있겠는데 여기엔 이런 변명 사정이 있다. 도색에는 상당한 금액이 들어가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고, 저는 차를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전체 도색 색상의 선택은 개성의 표출과 함께 제가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색은 은색 혹은 빨강 정도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컨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귀금속은 은이고 보석은 루비와 사파이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가죽과 금속, 그리고 원목인데 입을 수 있는 건 가죽, 거치해야 하는 것은 금속>원목 순으로 좋아한다. 그리고 금색은 가급적 도색 하지 않은 금속 질감과 광이 살아있는 상태를 가장 선호한다.

이상은 이상일 뿐이라는 것

예전에 전체 도색을 알아봤다고 했는데 그 당시 가장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또한 들로리언Delorean과 같이 금속판 위에 클리어 코트만 입힌 상태였고, 당연히 제가 미친 인줄 알았던 업체들로부터 곤혹스러움의 표현을 한가득 들었다. 애초에 퍼티가 잔뜩 들어간 것과 상처가 상당히 많아서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86이 후기형으로 페이스리프트 되며 상징색으로 가져간 것이 은색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굉장히 예뻤다고 느꼈기에….

좌측부터 소닉 이리듐(렉서스), GT 실버(포르쉐), 이리듐 실버(메르세데스 벤츠)

어쨌든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얻은 이 깨달음에 색상 고민은 해결됐지만, 어느 은색으로 것인지라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흰색이라도 다 같은 흰색이 아니다. 하물며 질감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는 은색의 경우에야. 여전히 들로리언의 고급스러운 금속 질감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 였기에 가장 유사한 느낌인 렉서스Lexus의 소닉 이리듐Sonic Iridium이나 포르쉐Porsche의 GT 실버Silver, 그리고 은색 탄환Silver Bullet이라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벤츠Mercedes-Benz의 이리듐 실버Iridium Silver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됐는데, 도색 전문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인물이자 이번에 도색 관련하여 제가 조언을 구했던 픽바PickBa준콩님이 렉서스의 그것은 페인팅의 결을 살리는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아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단칼에 거절 갈음해주신 것이다. 미쳤어요?

그리하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은색임을 확인하는 의외의 성과가 있었고, 그에 따라 제 86은 포르쉐 GT 실버로 칠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

젭라...

일단 준콩 Paintwork의 준콩님과 함께 이번 고행 작업을 흔쾌히 인지는 나중에 여쭤봐야 알겠다만 어쨌든 맡아 주신 업체인 모터스Jin Motors에 상세 요청사항을 전달 드리러 갔다. 준콩님이 작성하신 글월에 의하면 1급 공업사인데다 갤로퍼 리스토어로 일가견이 있으신 모양. 일전 수리 업체도 1 공업사이긴 했다

그렇게 차체 순정화를 위해 가져간 윙 등 소소한 부품들을 드리고 도색 해당 부위와 차량 특징 등을 말씀 드리고 난 뒤,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작업이 될 것임을 아는지라 염치가 있는 저로서는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어 무릎을 꿇었다. 저는 한없이 가벼운 무릎의 소유자이긴 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한 동료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갈굼과 고뇌가 시작됐다.

사실 이번에 수리 겸 도색을 진행하면서도 저는 일전과 동일한 방식, 그러니까 판금 후 수리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 그 사유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역시 재정의 문제로, 토요타 코리아의 막강한 환율 비례 부품가에 힘입어 새로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 물론 역시나 동일한 퍼티 터짐의 리스크를 안고 가겠지만 제대로 수리한다면 그 시기가 상당히 늦춰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언급된 것 처럼 다시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간 많이 내색하진 않았지만 제가 겪는 심적 고통은 상당한 것이었고, 증상을 방치할 수록 확산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돈이 든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좀먹어가고 있었다. 한 번에 큰 돈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수리가 여러 번 발생할 수 있다는 잠재성 또한 문제였던 것.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민하다가 일단 새로 부품을 수급하는 방향으로 준콩님과 진 모터스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이베이나 일본 야후 옥션, 그리고 해외의 86 커뮤니티들을 뒤져 부품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전에도 이런 곳들을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닌데 그 때마다 제가 찾는 부품이 없거나 너무 비싸 구매하지 못한 지 어언 4년이 됐다. 이번에도 뭐가 다르겠냐마는 하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하며 야후 옥션을 켰는데….

설마가 사람 잡은 경우

페이지에 쿼터패널 미사용 신품이 등장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던 나머지 일단 결제를 누르고 상세 페이지를 읽어 보기 시작했다. 미사용 신품 쿼터패널이라는 이 귀한 물건은, 추측컨대 어떤 레이싱 팀에서 예비 부품으로 구매해 놓고 있다가 차량의 세대교체로 내놓은 것 같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앞 휀다도 찾아봤는데 웬걸,

좌측 휀다도 미사용 신품이 있었다.

역시 무지성 결제 테크. 대체 왜 이제야 나타난 걸까. 심지어 부품 가격도 너무 저렴한 나머지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 정도 되면 이건 수리를 진행하라는 무언가의 의지인 것 같아서 내친김에 다른 것들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일단 상태가 매우 훌륭한 왼쪽 문을 추가로 샀고, 단순 판금 도색이 아닌 교체 수리 관련하여 진 모터스 사장님께 문의해보니 양측 후방 쪽유리는 거의 파손됨이 확실하다고 하여 이와 뒷 유리 몰딩도 넣었다. 두렵게도 이 부품들 또한 모두 바로 구매가 가능했다.

대략 부품 구매에 이 정도가 들었다

저는 악운이 강한 편이라 일이 원활하게 진행된 적이 드물다. 뭔가 잘 되는 것 같으면 꼭 어디선가 그 피드백이 쏟아져 또 다른 고난을 겪기 십상이었는데 시작부터 이렇게 순탄하다니, 만약 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그 반향이 얼마나 굉장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솔직히 무서울 정도다.

어찌됐든, 어떤 악운이 닥쳐올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의미 없을 것이다. 분명 제가 생각지도 못한 형태와 방법으로 저를 쇄도할 예정이기에, 지금은 이 작은 행운에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일본의 골든 위크로 부품 발송이 지연되는 사소한 불운과 진 모터스 사장님께 마음의 도게자를 수십 번 조아렸다는 소소한 뒷이야기가 있긴 하다. 물론 새로운 작업이 추가되는 만큼 수리비도 예정보다 3배로 뻥튀기 됐다. 아, 이게 불운의 포인트였나? 단순한 판금 도색과 용접 및 기타 작업이 들어가는 패널 교체는 규모가 다른 작업이라고 왜 아무도 제가 부품을 사기 전에 얘기해주지 않았던 걸까.

여하튼 이렇게 86을 살리기 위한 작업은 시작됐다. 부디 순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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